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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팀원들이 내 별명을 점점 더 늘림

2026-07-27 00:41:12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팀원들이 내 별명을 점점 더 늘림. 이게 무슨 코미디냐 싶죠. 근데 진짜로 시작은 별거 아니었습니다. 프로젝트 들어가자마자 제가 일정표를 엑셀로 깔끔하게 정리해놨더니, 팀장이 “오케이, 이거 누가 만든 거야?” 하고 물었고, 그때 옆자리 대리가 “우리 ㅇㅇ님이죠. 손이 빠른 분”이라고 툭 던진 게 첫 단추였어요.

처음엔 그냥 “엑셀 장인” 정도였어요. 농담처럼 들리니까 저도 웃고 넘어갔죠. 그런데 그 다음 주부터 표현이 점점 구체화되더라고요. 저는 회의 때마다 “지금 이거 우선순위부터 정리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편인데, 어느 날 누가 “아니, ㅇㅇ님은 회의만 하면 엑셀이랑 우선순위를 동시에 꺼내네” 이러는 거예요. 그날부터 제 별명이 “엑셀 우선순위 장인”이 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사람들끼리 장난치는 게 늘 그렇듯, 한 번 정해지면 계속 발전하거든요. 점심 먹고 들어오는 길에 누가 제 책상 앞에서 멈춰 서더니, 제 이름 대신 제가 들고 있는 커피 컵을 바라보며 “커피도 마감도 빠른 그분”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제 별명은 “마감 커피 엑셀 우선순위 장인”으로 확장됐습니다. 저는 당연히 “아니 저 그냥 사람인데요”라고 했는데,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그래서 더 신기한 거예요”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웃겼어요. 제가 별명에 크게 반응하지 않으니까 더 신나서 들이대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별명이 업무랑 결합되기 시작했어요. 테스트 들어가기 전, 누가 “이번 건은 ㅇㅇ님이 정리한 방식 그대로 하면 되죠?”라고 묻는 거예요. 그럼 항상 누군가가 옆에서 “그럼요. 마감 커피 엑셀 우선순위 장인 방식으로 가면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라고 덧붙이는 겁니다. 실패 확률이 낮다…? 그 표현이 너무 과학적이라 더 어이없었어요.

그러다 제일 당황했던 건 제가 휴가를 낸 날이었어요. 저는 “이번 주엔 좀 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정말로 한가하게 보내고 있었는데, 다음 날 단톡방에 공지가 올라왔더라고요. “ㅇㅇ님 휴가셨을 때도 돌아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같은 말이 있으면 좋았겠죠. 근데 내용이 “휴가 중에도 돌아가게 만드는 분이 바로 ㅇㅇ님입니다. 어제는 마감 커피 엑셀 우선순위 장인이 계시지 않아도 괜찮았나요?” 이러는 거예요. 제가 안 계신데도 제 별명을 불러서 상황을 설명한다는 게 너무 웃기면서도 묘하게 뭉클하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아예 별명이 문장으로 변형됐어요. 제가 회의에서 메모를 잘하고, 타이밍에 맞춰 “이건 다음 액션으로 넘어가야 합니다”라고 정리하니까, 어느 날 주임이 “ㅇㅇ님은 정리할 때만 등장합니다. 등장하면 액션이 생겨요”라고 말한 뒤에, 다들 “그럼 오늘의 등장: 정리 타이밍 액션 생성기 ㅇㅇ님!”이라고 붙이더라고요. 그 순간 제 별명은 마치 캐릭터 소개 문구처럼 이어졌습니다. 이름도 아닌데, 설명이 먼저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이제 그만 불러주세요”라고 말한 날도 있었어요. 진지하게요. 커피 한 잔 들고 다 같이 앉아 있는데 “진짜로 별명 길어져서 제가 제 이름도 잊어버릴 것 같아요. 그냥 ㅇㅇ님이라고 해줘요”라고 했더니, 다들 한 박자 쉬더니 동시에 “알겠어요. 그럼 오늘부터는 ‘그분’으로 할까요?”라고 묻는 겁니다. 제가 “그분도 너무….”라고 하자, 누군가가 바로 이어서 “그럼 ‘길어진 그분’!” 또 다른 누군가는 “길어진 그분도 길어졌으니… 더 길게!” 이러는 거예요. 진지하게 말할수록 더 창의적으로 늘어나는 시스템 같았습니다.

결국 제 별명은 스프레드시트처럼 칸이 늘어나듯 계속 확장됐고,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가 사라진 게 아니라 제 별명만 늘어나 있는 느낌이 됐어요. 메일 제목도 제 별명을 따라가더라고요. “보고서 첨부” 대신 “마감 커피 엑셀 우선순위 장인 보고서” 같은 식으로 쓰는 거죠. 저는 한 번은 “제발 메일 제목은 업무로만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는데, 그날 오후 팀원이 와서 “이건 업무입니다. 다들 제목만 봐도 보고서가 뭔지 아는 능력은 업무예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웃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 별명이 또 한 번 늘어났어요. 팀원들이 회의실로 들어오면서 제 앞에서 속삭이듯 말하더니, 누군가가 “오늘 ㅇㅇ님 호출은 뭐로 하죠?”라고 물었고, 다 같이 한 단어씩 덧붙이는데 결국 결론이 “계획 세우면 실행이 되는 그 마감 커피 엑셀 우선순위 장인님”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말문이 막혔는데,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더라고요. 제가 진짜로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 제 일하는 습관을 자기들만의 농담 언어로 번역해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저는 이제 포기했어요. 대신 작은 규칙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별명이 더 길어질 때마다 제가 회의 끝나기 전 마지막에 한 줄만 남기는 거예요. “좋아요, 오늘 액션은… 내일도 돌아가게 만들겠습니다.” 그러면 모두가 “그래, 또 그 문장이다” 하면서 제가 늘어나는 별명 대신 새로운 한 줄을 받아 적더라고요. 결국 제 별명은 점점 길어지지만, 적어도 제 업무는 계속 앞으로 가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저는 엑셀을 열고, 그들은 제 별명을 늘리고, 어쩌면 그게 우리 팀의 작은 리듬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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