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내 신발 사이즈 물어보더니 바로 주문함
가족이 내 신발 사이즈 물어보더니 바로 주문함. 진짜로 그 말 그대로였어. 어제 저녁에 거실에서 TV 보다가 엄마가 툭 던지듯 “너 신발 몇 신어?” 하시더라. 나는 “아 그거야, 보통 270이랑 275 사이”라고 대충 답했는데, 그 다음 반응이…
엄마가 휴대폰을 들더니 사이트를 켜는 게 보였어. 보통은 “올 겨울에 운동화 새로 사야겠네” 같은 흐름이어야 되잖아. 근데 엄마는 그 자리에서 검색창에 내 사이즈 숫자를 그대로 치고, 내가 신는 브랜드까지 찾아서 들어가더라. 나는 아직도 ‘정보를 물어보는 건가?’ 싶은 얼굴이었고, 옆에서 아빠도 슬쩍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거 편해?”라고 한 마디 추가.
그 순간 깨달았지. 아, 이건 사이즈 확인이 아니라 주문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구나. 보통 물어볼 때는 서로 생각이 있는 경우가 많잖아. “너 발이 원래 좀 넓어?” “이 모델은 발볼 어떤 편이야?” 이런 식으로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우리 가족은 대화를 생략하고 바로 결제 직전 단계로 점프하는 타입이더라.
엄마가 “사이즈만 알면 되지”라고 하길래, 나도 웃으면서 “근데 나 요즘 모델 바꿔서 275인데?”라고 덧붙였어. 그랬더니 엄마가 “알아, 그래서 275로 할게” 이러는 거야. 나는 속으로 ‘뭐지… 내가 오늘 말한 걸 실시간으로 저장해놨나?’ 싶었고, 실제로는 그냥 엄마가 내가 한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받아 적은 거였더라.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주문하고 나서도 엄마가 “근데 너 양말은 어떤 두께로 신어?”라고 또 묻더라. 나는 “두꺼운 거 좋아해”라고 답했는데, 그 말이 또 주문에 반영됐는지 배송 옵션이랑 세트 구성이 바뀌더라. 그러니까 이게 단순히 신발만 산 게 아니라, 아예 내 발 컨디션을 ‘추정’해서 맞춤형으로 꾸린 느낌이었어.
잠깐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약간 어이가 없었지. 내가 가족한테 “나 새 신발 필요해”라고 말한 적도 없었고, 심지어 최근에 산 게 이미 하나 있거든. 그런데도 엄마는 “너는 발이 커졌다 줄었다 해. 일단 준비해두면 좋지”라는 논리로 밀어붙였어. 아빠는 “예전에 너 운동화 끈 잘 묶지도 않고 대충 신어서 구겨졌잖아” 같은 말까지 보태면서, 그게 또 엄청 설득력 있는 것처럼 들리게 만들더라.
결국 택배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나는 계속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돌렸어. ‘내가 지금까지 산 신발 중에 가장 안 어울리는 스타일을 사겠지?’ ‘아니면 내가 안 신는 색으로 오겠지?’ 이런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했어. 가족이 내 취향을 맞출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주문 버튼”에 바로 손이 가는 건 처음 봤거든.
택배 뜯는 순간, 신발은 생각보다 멀쩡했어. 컬러도 무난했고, 사이즈도 딱 맞아 보이더라. 그래서 나도 “오…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말했지. 근데 그 다음에 엄마가 “아 맞다, 너 평소에 쓰는 깔창도 같이 넣었어”라고 하는 거야. 나 깔창도 원래 따로 고르는 편인데, 엄마가 전에 내 방에서 뭘 꺼내서 봤는지 기억을 되짚는 것 같더라. 나는 그제야 깨달았어. 가족이 내 신발 사이즈를 물은 게 아니라, 내 생활 패턴을 수집한 거였구나.
다만 마지막에 진짜 웃긴 건, 내가 신발을 신어보는 동안 엄마가 한마디만 더 던진 거야. “근데 이거 네가 발 아플 때 신는 거랑 비슷하니까, 다음에 또 물어볼 필요 없어. 우리가 알아서 해줄게.” 그 말 듣고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지.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아, 내가 앞으로는 신발 사이즈를 말해줄 때가 아니라, 우리 집에선 아예 답변 자체가 주문서가 되는 거구나’ 싶더라.
결론은 뭐냐면… 가족이 내 신발 사이즈 물어보는 건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이미 결제 직전까지 진행된 사내 프로세스였다는 거. 나는 그날 이후로 똑같이 “보통 270이요” 같은 말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도 신발 상자를 보면 뿌듯하기보단, 생각보다 빨리 내 발 정보가 배송된 게 더 웃겨서 계속 피식피식 나와. 다음엔 혹시 “너 요즘 뭐 먹고 싶어?” 이런 질문을 받으면, 바로 장바구니부터 열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