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전등 교체했는데 반대로 켜지던 날
자취방에서 전등 교체했는데 반대로 켜지던 날, 그날 이후로 저는 “설명서가 있는 삶”을 믿지 않게 됐습니다. 원래 전구가 나가서 어두컴컴한 방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밤에 요리하면 그림자가 냄비에 딱 붙어서 마치 마녀의 레시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당당하게 새 조명으로 바꾸겠다고 결심했죠.
처음엔 별거 아니라 생각했어요. 전등 커버를 열고 기존 전구를 빼는 정도면, 유튜브로 몇 번 본 사람은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문제는 제가 “몇 번 본 사람”이지 “몇 번 제대로 해본 사람”은 아니라는 거였죠. 어차피 콘센트 꽂고 쓰는 건데, 전선 연결 같은 건 대충… 이러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속에선 이미 손이 가고 있었습니다.
새 전등은 기존이랑 똑같이 생겼길래, 전원만 제대로 넣으면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커버를 열자마자 보이는 건 빨강, 파랑, 그리고 뭐가 뭔지 모르는 선들. 전기 관련 지식은 “감전되면 아프다” 정도가 전부였던 저는, 선을 확인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대로 위치를 맞추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선을 대충 고정하고, 전구를 끼우고, 커버를 덮고… 이제 스위치만 올리면 되겠네! 라는 희망찬 결론에 도달했죠.
근데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스위치를 딱 내리려는 순간 “딸깍” 소리가 났고, 바로 다음에 방 한가운데가 환하게 켜졌어요. 순간엔 너무 잘 됐나 싶어서 멍하니 있다가, 제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왜냐면 방이 밝은 건 좋은데, 밝아지는 방향이 이상했거든요. 원래는 현관 쪽을 비춰야 하는데, 제가 서 있는 자리 정면만 딱 비치고 있었어요. 그림자도 반대로 생겼고, 거울 속 제 표정이 “뭐야?”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일단 스위치를 다시 껐다 켰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설정이 정상이라면”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켤 때마다 빛이 위치를 바꾸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전등이 켜지긴 켜지는데 제가 원하는 조도랑 색이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마치 천장 조명이 아니라, 방바닥에 숨겨진 누가 등 뒤에서 조명을 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는 잠깐 멈춰서 전등을 다시 봤는데, 선들이 “나름 잘 맞춰놨다”는 제 자신감이 갑자기 사라지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스쳤습니다. 전구를 교체할 때 방향을 잘못 끼우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전등 안쪽 구조가 더 복잡했어요. 무엇보다 새 전등을 구매할 때 박스에 “반대 방향 설치 시 점등 방식이 변경됩니다” 같은 문구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읽긴 읽었는데… 저는 읽고 바로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 타입이었죠. 그래서 지금 제 방은 “설명서의 반대로 산 사람” 모드가 된 겁니다.
그날부터 저는 방 안에서 작은 실험을 시작했어요. 스위치를 올리면 켜지는 건 맞는데, 빛의 각도가 달라지는 이유가 뭔지 확인하려고 커버를 다시 열었습니다. 그리고 선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죠. 제가 선을 “대충 끼운 위치”가 전등 내부에서 서로 역할이 뒤바뀌는 구조였던 겁니다. 제가 연결을 바꿔버리면, 전등은 켜지면서도 스위치가 의도한 방식과 다르게 동작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방이 밝아지긴 밝아졌는데, 제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요.
그제야 마음이 좀 급해졌지만, 또 동시에 웃기더라고요. 자취방에서 전등을 교체했는데, 제 자신이 조명에 반대로 지시를 내린 꼴이 됐으니까요. 전등이 저를 비추는 게 아니라, 제가 전등에게 “이쪽이 정답”이라고 설득하려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커버를 다시 닫고 선을 제대로 바꾸니, 다음 순간엔 빛이 정상 방향으로 딱 떨어졌습니다. 현관 쪽이 밝아지고, 그림자가 제 상식 범위 안으로 돌아왔어요. 그제서야 “아, 이게 원래 방이었지” 싶더라고요.
근데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정상으로 맞춘 뒤에도 한동안 저는 스위치를 켤 때마다 습관처럼 “혹시 또 반대로 되면 어떡하지” 하고 확인했거든요. 밝아지는 걸 보면서 안심하는데, 웃긴 건 제가 제일 먼저 본 게 제 그림자였다는 거예요. 전등이 어디를 비추는지 확인하려고 보다가, 어느새 제 표정이 더 어두워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결국 저는 그날 이후로 전등을 바꿀 때마다 스스로에게 농담을 하게 됐습니다. “자취방에서도 인생도, 전선도, 방향은 맞춰야 한다.” 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데, 그날은 정말 아슬아슬하면서도 묘하게 기억에 남아요. 전등이 반대로 켜졌던 건 단순한 실수였지만, 그 실수 덕분에 저는 자취방에서 ‘설명서’랑 ‘방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거든요. 그리고 매번 전등을 켤 때마다, 혹시라도 제 손이 또 어디를 반대로 꽂지 않았는지 한 번쯤은 돌아보게 됩니다. 뭐… 적어도 제 방은 아직까지는 제 편이니까요.
“내가 잘못했는데 전등이 켜지면” 그날은 그냥 운이 좋은 날이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