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소금이 늘어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됨
자취하면서 소금이 늘어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됨. 아니 대체 왜요. 분명히 소금통은 내가 샀던 그만큼만 있잖아?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장보기를 안 했는데도 소금통이 “비슷한 느낌”이 아니라 진짜로 더 차 있는 거야. 처음엔 내가 착각인가 싶었는데, 냉장고 구석에 있던 예비 소금 봉지까지 확인하니까 숫자가 말이 안 되더라.
상황은 이랬어. 어느 주말에 요리 좀 해보겠다고 소금통 열었는데, 분명히 지난번에 바닥이 보일 정도였거든. 근데 이번엔 소금 알갱이가 반짝반짝 남아 있는 거야. “오… 내가 어쩌다 덜 썼나?” 싶어서 기록도 찾아봤다. 그런데 기록이란 게 있냐고. 자취생의 기록이란 결국 메모앱의 ‘양파 1개’ 같은 거고, 소금은 기록에 없지.
그래서 이번엔 진짜로 확인 들어갔지. 소금통 바닥 확인하고, 옆에 두었던 작은 소금 봉지도 무게 비슷하게 느낌으로 비교하고, 심지어 소금통에 담긴 높이도 눈대중으로 체크했어. 결과는 같았어. 소금이 늘었다. 정확히는 ‘늘었다고 믿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확실히 느낄 만큼. 이 정도면 누가 몰래 갖다 둔 거 아니냐고, 그게 아니라면 내가 모르는 소금 소비 루틴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건데?
나는 그 다음으로 원인을 “청소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자취방은 청소하면 뭔가가 새로 생기는 느낌이 있잖아. 예를 들면 먼지 속에서 고장난 이어폰이 튀어나오거나, 지폐처럼 생긴 영수증이 발견되거나. 그래서 소금도 청소 중에 뭔가가 섞였을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을 했지. 근데 청소는 했어도 소금은 안 쏟았거든. 바닥에 흰 가루가 보이면 그건 소금이 아니라 보통 밀가루? 아니면 소금인지 모르고 쓰는 다른 뭔가지.
그럼 이제는 ‘누가 훔쳐다 먹고 남긴 건가’로 넘어가야 되는데, 이건 또 말이 안 되잖아. 우리 집에 사람 드나드는 거 없고, 친구들 오면 라면 끓여도 소금은 내가 직접 만지는데. 게다가 내 소금은… 솔직히 말하면 맛이 좀 이상해. 너무 고운 소금이면 몰라도 내 소금은 알갱이가 굵어서, 누가 따라 쓰면 바로 티 난다. 근데 누군가 썼다면 알갱이 굵기는 그대로인데도 양이 줄어야 정상이고, 대신 양이 늘었으니 도대체 누가 뭘 한 거야.
그러다 어느 날, 요리를 하다가 손이 멈췄어. 레시피를 보는데 “소금은 입맛에 따라” 이런 말이 있잖아. 근데 나는 그걸 너무 잘 믿는 편이야. ‘입맛에 따라’라는 말이 “아무 데나 적당히”가 아니라, “네가 생각보다 더 많이 넣고 있을 거야”라는 경고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 문제는 내가 “조금만”이라고 생각할 때, 실제로는 소금통이 열리는 순간부터 이미 내가 뿌리고 있다는 거지.
결정적 힌트는 계량이 아니고, 소금통 뚜껑이었어. 소금통에 구멍이 달려 있는 타입인데, 내가 뿌리려고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면 그 다음엔 손목이 아니라 손가락이 먼저 움직여. 즉, 내가 원하는 건 ‘한 번에 딱’인데, 실제로는 뚜껑을 여는 동안 이미 한 번 더 흐르는 거야. 그러니까 처음엔 내가 조금만 쓸 줄 알았는데, 뚜껑이 열리는 그 텀에서 소금이 계속 떨어져. 근데 이건 그렇다 쳐도 “늘어나”는 건 또 어떻게 설명하냐고? 거기서부터 진짜 미친 포인트가 나왔지.
나는 소금통을 보면서 “왜 비었지?”라고 생각하는 날이 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소금통을 다시 채우는 걸 내가 했더라. 정확히는 ‘예비 소금 봉지’가 내 시야에 들어오면, 난 그걸 그냥 옆에 두고 “다음에 쓰지”라고 생각해. 그런데 요리를 하다 보니 소금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서, 봉지에서 소금 통으로 옮기는 순간이 자주 반복됐어. 문제는 그걸 ‘내가 채웠다’고 인지하는 시간이 없다는 거야. 기억으로는 그냥 옮긴 게 없고, 소금이 사라진 것 같고, 그러니 다음에 또 옮기고. 그러면 결론이 뭔지 아냐. 예비 봉지에 있던 소금이 소금통으로 이동하면서 “통이 늘었다”로 보이는 거지.
근데도 이상한 건, 분명 내가 옮긴 횟수만큼 소금 봉지는 줄어야 맞는데, 왜 봉지가 계속 있는 것 같냐는 거야. 그건 내가 ‘줄어든 걸 못 본 것’이 아니라, 봉지들이 정확히 같은 모양이라서… 내가 늘 같은 봉지를 쓰는 게 아니더라. 장볼 때 산 소금이 두 종류였는데(하나는 굵은 알갱이, 하나는 더 고운 가루), 나는 둘 다 “소금”이라고 생각하니까 구분을 안 해. 그래서 어떤 날은 굵은 소금을 쓰다가, 어느 날은 고운 소금이 튀어나와서 “어? 내가 언제 이렇게 바꿨지?”가 반복된 거야. 이 모든 걸 한 줄로 정리하면, 내 생활 속에 소금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내가 소금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 있었던 거지.
그날 이후로는 소금통 앞에 메모를 붙였어. “넌 덜 쓴 게 아니라, 그냥 옮기는 중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웃긴 건, 그 메모를 붙인 다음부터 소금이 드디어 정상적으로 줄기 시작했다는 거야. 물론 가끔은 또 까먹고 뚜껑 열 때마다 손이 먼저 떨어지긴 하는데, 이제는 내가 속지 않아. 자취하면서 소금이 늘어나는 이유? 결국엔 소금이 자라난 게 아니라, 내 손이 내가 모르게 소금통과 예비 봉지 사이를 왕복 운행했기 때문이더라. 소금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자취생의 기억력에서만 갑자기 생기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