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엘리베이터 번호를 맞혀서 놀람
배달기사님이 엘리베이터 번호를 맞혀서 놀람. 진짜로 “어떻게 아셨어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어요. 저희 집이 있는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두 대라서, 같은 층이라도 번호 따라 동선이 살짝 달라요. 근데 제가 주문한 게 하필이면 그날따라 복잡한 타이밍이었거든요.
그날은 회사에서 일 좀 늦게 끝나서, 배달 앱 알림 뜨자마자 얼른 집으로 튀어나왔어요.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없었는데, 문득 “아, 저 사람이 어느 쪽으로 부르는지”부터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보통은 저희가 호출한 엘리베이터 버튼이 따로 있긴 한데, 가끔 기사님이 반대쪽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면 연락하고 다시 맞추는 경우도 있잖아요.
아무튼 저는 6층에 도착하려고 1번 엘리베이터 쪽 버튼을 눌렀는데, 그 순간 전화가 왔어요. “아파트 몇 동이세요?”라는 질문이 아니라, 기사님이 바로 “지금 1번 엘리베이터 앞 맞으시죠?”라고 말하는 거예요. 순간 제 손이 멈췄습니다. 제가 번호를 따로 말한 적이 없는데요.
저는 “어… 어떻게요?” 하니까, 기사님은 되게 태연하게 “아 그냥 동선이 딱 그쪽이라서요. 6층은 보통 그 번호로 타시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말했어요. 근데 저는 거기서 더 이상하다고 느꼈던 게, 제가 그 건물에 살긴 하지만 ‘보통’이라는 말이 성립할 만큼 제가 자주 시키는 편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배달 오면 매번 기사님들이 길 물어보거나, 제가 나가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어요.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금방 도착해서 저는 1번에 탔고, 문 닫히는 순간에도 기사님이 연락을 끊지 않고 계속 얘기했어요. “지금 도착하면 6층 오른쪽 통로로 나오시면 돼요. 문 앞에 경비실 시야 가리는 거 없죠?” 이런 말까지 하더라고요. 뭐죠, 이거. 제가 집에 대한 정보를 기사님이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제가 안내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6층에 도착하자마자 오른쪽 통로로 걸어가는데, 그때도 저는 멈칫했어요. 복도 구조가 살짝 꺾여 있어서, 초행이면 반대쪽으로 돌아갈 확률이 꽤 있거든요. 그런데 기사님이 말한 위치 그대로 가니까 딱 제 현관이 보이더라고요. 거기서 또 놀란 게,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기사님이 “문 앞에 두겠습니다” 하면서 바로 도착 완료를 찍는 타이밍이었어요.
문 열고 나가니까 기사님이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가 하도 이상해서 “아니 진짜로요. 엘리베이터 번호를 왜 맞히셨어요?”라고 다시 물어봤죠. 그랬더니 기사님이 “아파트 단지 자체가 특이해요. 보통 6층은 그쪽 라인이 가장 빠르게 내려오고, 저희가 출발할 때 내비가 동선을 이렇게 잡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어쩐지 너무 그럴듯했어요.
근데 웃긴 건, 기사님이 ‘내비 동선’이라고 말하는데도 제 입장에선 여전히 수상했어요. 저는 그날 처음으로 주문을 하면서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까지 같이 눌렀거든요. 그러니까 기사님이 미리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던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그냥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기만 했는데도, 마치 누가 CCTV를 보면서 말해주는 사람처럼 맞히니까요. 그런 느낌이 진짜 있어요. ‘내가 방금 뭘 했는지 아는 사람’ 같은 거요.
어쨌든 음식은 잘 받았고, 저는 감사하다고 하고 들어왔는데도 계속 생각이 났어요. 배달기사님들이 길도 잘 알고, 건물 구조도 대충 외우고, 주문 정보도 꼼꼼히 보는 건 알겠는데… 이건 그걸 넘어서서 “제가 지금 여기 올 거다”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분이 기지로 맞췄을 수도 있고, 내비가 동선을 보여준 것일 수도 있는데, 저는 그날만큼은 너무 디테일하게 맞히는 바람에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어요.
결론은 이거예요. 그 뒤로 저는 배달 시키기만 하면 괜히 긴장부터 합니다. 혹시 다음에도 엘리베이터 번호를 맞히는 분이 또 오실까 봐요. 그런데 더 웃긴 건, 그날 이후로 제가 일부러 엘리베이터를 바꿔 타보려고 해도 마음이 계속 “그냥 1번이지” 쪽으로 기울더라고요. 결국 제가 먼저 믿음이 생긴 건지, 기사님이 너무 잘 맞힌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배달은 맛있고, 미스터리함은 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