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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조수석에 앉았더니 누군가 향수 냄새 남겨둠

2026-07-30 00:41:11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차 조수석에 앉았더니 누군가 향수 냄새 남겨둠. 그날은 별일 없을 줄 알았어요. 회사 끝나고 상사 태우는 차에 타자마자 에어컨 바람이 휙 들어오더니, 코끝을 스치는 향이 딱—달콤한데 너무 튀지 않고, 그렇다고 싼 향도 아닌 그런 부류요.

근데 문제는 그 향이 “새 차” 느낌이 아니라 “누가 방금 타고 내린” 냄새 같다는 거예요. 조수석에 앉는 순간부터 저랑 향이 동거 시작한 느낌이랄까. 물론 향수는 좋은 거죠. 다만 저는 향 알레르기까진 아닌데도 향이 오래 가면 머리가 살짝 띵해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아… 오늘은 향이 좀 오래 가겠다’ 싶었죠.

상사 차는 늘 똑같은 차종에 늘 똑같은 자리, 늘 똑같은 잔소리였는데, 그날은 딱 조수석만 유독 달랐어요. 시트에 묻은 건지, 공기 중에만 남은 건지 모르겠는데 자꾸만 킁킁 맡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에어컨 필터 갈아야겠네” 같은 말도 안 했어요. 그냥 마음속으로만 체크했죠. 조수석에 향수 남긴 사람, 상식적으로 누구지?

상사는 운전하면서 라디오 듣고 있었고, 저는 옆에서 조용히 폰만 봤어요. 근데 향이 계속 유지돼요. 이게 진짜 신기한 게, 향수는 보통 바람 지나가면서 잦아들잖아요. 근데 그날 향은 ‘여기 있어’ 하고 딱 고정된 것처럼 남아있더라고요. 마치 조수석에 스티커 붙여놓고 “이 자리는 내가 다녀감”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

그래서 저는 생각을 두 갈래로 나눴습니다. 첫째, 상사가 스스로 뿌린 거다. 둘째, 상사가 타기 전에 누군가 탔고, 그 향이 그대로 남았다. 그런데 둘째가 더 그럴듯해 보였어요. 왜냐면 상사는 향수 뿌리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향이 강한 걸 싫어해서 사내에서도 “여기서 향 뿌리면 안 돼” 같은 말을 가끔 합니다. 자기 기준은 엄청 철저한데, 자기 마음대로 예외를 두는 성격은 아니었거든요.

물론 확인은 해야죠. 그래서 저는 아주 조심스럽게 분위기 타서 던졌어요. “여기 오늘 향 좀 독특하네요.” 말끝만 살짝 올렸죠. 상사는 “뭔 향?” 하면서 라디오를 잠깐 끄는 척도 안 하고, 그저 “그냥 에어컨 냄새지” 이런 식으로 넘겼습니다. 근데 그 말이 너무 빠른 편이라 오히려 더 수상해 보였어요. 향수 냄새가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태연할 수가 없잖아요.

그때 제가 깨달은 건 하나예요. 상사가 태연한 게 아니라, 제가 말을 꺼낸 걸 듣고도 “나한테 따지지 말아줘”라는 표정으로 반응한 거. 차는 달리고 저는 옆에서 웃음 참느라 입술만 살짝 깨물었어요. 그리고 그 향을 계속 맡다 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묘해지더라고요. 설레는 향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쾌한 향도 아닌데… 그냥 누군가의 흔적이 내 하루에 갑자기 끼어든 느낌이랄까요.

집에 갈 때쯤엔 저도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조수석에 누군가 잠깐 앉았던 사람이 향을 뿌렸거나, 반대로 누가 조수석에 뿌린 향을 들고 내렸거나. 어쩌면 향이 남은 게 아니라, “그날의 기억”이 남은 건지도 몰라요. 어쨌든 저는 그 향을 스스로의 공기처럼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조수석만 타면 괜히 손으로 시트 옆을 한 번 더 쓸어보게 되더라고요. 먼지 확인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혹시 또 누가 남기고 갔나’ 확인하는 거죠.

그리고 제일 웃긴 건, 그 상사가 어느 날 저한테 “너 오늘 조수석에서 왜 그렇게 조용히 있었냐”라고 물었어요. 저는 속으로 “향수 때문에 그랬어요…”라고 말할 뻔했지만, 입 밖으로는 “그냥 생각이 많아서요” 했습니다. 상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생각 많으면 사람이 덜 깜짝 놀라야지”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그 순간 알았어요. 저만 놀란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요. 우리 둘 다 조수석의 향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인 거죠. 결국 향수는 남았고, 우리는 서로의 표정만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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