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오자마자 냄새부터 체크하게 됨
자취방에 오자마자 냄새부터 체크하게 됨. 진짜로요, 짐 풀기도 전에 코부터 먼저 가요. 처음엔 “나도 이제 독립했네” 같은 감상에 젖어 있을 줄 알았는데, 현관문 열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음… 여긴 공기가 좀 피곤하다”였거든요. 사람 사는 곳 맞나 싶을 정도로, 따뜻한 냄새가 아니라 묘하게 눅눅한 기운이 먼저 덮치더라구요.
처음엔 그냥 습기 냄새겠지 싶었어요. 그래서 창문부터 열고 바람 좀 넣어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냄새가 사라지기보다 “내가 문 열고 나가도 따라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방 안으로 한 발 더 들어가자마자 냄새의 성격이 갈라졌어요. 한쪽은 오래된 섬유유연제 같은 달큰함, 다른 한쪽은 뭔가 눅진한 기름기 같은 기분… 둘이 같이 섞여서 서로 싸우는 냄새?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자취방 점검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냄새 맡고, 수상한 코스 따라 걷고, 냄새 원점 찾는… 이게 뭐 공기 탐정도 아니고. 주방 쪽은 대체로 “설거지 안 한 건가” 싶은 기름기 냄새가 살짝 올라오고, 화장실 쪽은 세제 냄새로 덮어놓은 듯한데 그 아래에 눅눅함이 눌러앉아 있었어요. 그러면 그다음은 당연히 배수구겠죠.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서 냄새를 맡는 제 모습이 진짜 좀 우스웠어요. 왜 내가 지금 배수구랑 악수하고 있지…
그날은 더 웃긴 게, 집주인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환기 잘 되나요?”를 물었는데, 집주인은 아주 태연하게 “원래 좀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요, 금방 빠져요”라고 하더라고요. 금방 빠진다… 그 말 듣고도 저는 믿을 수 없었어요. 냄새라는 건 “금방”이라는 단어랑 같이 다니면 거의 3일 후에 다시 살아나는 타입이잖아요. 저는 그걸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도배를 뜯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공기 순환은 확실히 해보자 싶어서 선풍기까지 꺼내서 막 돌렸어요.
근데 문제는, 냄새가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거예요. 제가 창문을 열면 잠깐은 괜찮아지는데, 다시 문 닫고 짐을 조금만 옮기면 또 올라와요. 특히 옷장 근처에서 냄새가 “여기야” 하고 손짓하는 듯했는데, 제가 옷을 넣기도 전에 옷장 문부터 열어봤거든요. 그런데 옷장 안은 놀랍게도 먼지는 별로 없었는데 냄새가 있었어요. 그 냄새가 또 이상한 게, 음식 냄새도 아니고 곰팡이 냄새도 아닌데… 그냥 “누가 오래 참고 산” 냄새랄까요. 뭔가 답답함이 농도 짙게 남아있는 느낌.
그래서 저는 결국 제일 확실한 방법을 써요. 인터넷에서 본 그대로, 숯이랑 제습제랑 식초 희석액 같은 걸 사서 배치했죠. 그 와중에 제일 웃긴 건 제가 제습제를 놓는 걸 보면 왠지 제가 자취방의 주방장처럼 느껴진다는 거예요. “이방에 제습을 봉인합니다” 같은 생각이 들면서, 방 구석구석에 하나씩 두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냐면, 솔직히 반은 있었고 반은 그냥 제가 마음이 편해졌어요. 냄새가 사라졌다기보단 “덜 티 나게 됨” 그 정도? 하지만 덜 티 나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숨 쉬는 게 달라지더라구요.
다음 날부터는 습관이 생겼어요. 저는 샤워하고 나면 수건 냄새도 맡고, 빨래 개면 섬유 냄새도 맡고, 심지어는 냉장고 문 여는 순간에도 “여긴 괜찮지?” 하고 확인해요. 친구가 놀러 와서 “너 뭐 해? 방 냄새 맡는 사람 처음 본다”라고 하면, 저는 그냥 손으로 코를 가볍게 문지르며 “내 집은 내가 체크해야지”라고 말해요. 근데 사실은, 처음에 한 번 제대로 고생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작은 변화도 바로 감지하게 된 거예요. 냄새가 사람 성격까지 바꾸는 느낌…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냄새가 자리를 잡더라구요. 물론 완벽히 새집 냄새처럼 돌아오진 않지만, 최소한 “내가 사는 냄새”가 됐어요. 제가 요리하고, 제가 빨래하고, 제가 환기시키는 그 과정에서 공기가 제 취향으로 정리되는 거죠. 그때 깨달았어요. 자취방 냄새는 원래부터 영원한 게 아니라, 결국엔 누가 어떤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 그래서 지금은 냄새를 체크하기는 하는데 예전처럼 공포에 떨지는 않아요.
가끔은 친구들이 “자취방 냄새 이런 거 신경 쓰지 마”라고 하는데, 저는 그 말이 제일 웃겨요. 신경 안 쓰면 진짜로 나중에 갑자기 사건이 터지거든요. 예를 들면, 하루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바닥 배수구에서 “어… 나 지금 깨어났는데?” 하는 기분의 냄새가 살짝 올라올 때가 있어요. 그 순간 저는 다시 현관을 열기 전의 그 태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하죠. 아, 나 오늘도 냄새부터 확인하네. 그래도 이게 제 자취 생활의 작은 의식이니까요. 결국 냄새를 잡는 게 아니라, 제 생활 리듬을 잡는 거였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