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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야근 통보 받았는데 회의는 이미 끝난 상태

2026-07-31 05:42:39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오늘도 회사 출근하자마자 커피부터 뽑고 있는데, 단톡방에 알림이 툭 뜨더라. 딱 그 문구가 뭐였냐면 “OO님, 야근 통보 드립니다. 9시까지 가능하신가요?” 이게 무슨 친절한 안내문처럼 보이는데, 느낌은 이미 지갑 털린 사람한테 영수증 보여주는 느낌이었어. 나는 괜히 화면만 보다가 “네?” 하고 답할 틈도 없이 다음 메시지가 연달아 왔지. “회의는 이미 종료된 건으로 처리했습니다.”

상황을 좀 설명하면, 오전부터 계속 진행하던 프로젝트 회의가 있었거든. 나는 회의 내내 메모도 하고, 필요한 자료도 바로바로 던져주면서 “일단 오늘은 깔끔하게 끝나겠구나” 싶었어. 회의 끝나고도 사람들이 우르르 자리로 돌아가더니, 팀장님이 “다음 액션은 어차피 문서로 가실 거죠?” 하고 마무리 멘트 날리시고 끝. 딱 그 순간까지는 나도 사람이니까 당연히 집에 갈 생각을 했지.

근데 야근 통보가 왜 오냐고. 회의 끝난 상태라고 처리했다면서, 그럼 그 회의에서 결론 난 건 누가 가져가서 뭐를 정리해야 하는데, 그 정리의 주체가 갑자기 나로 바뀐 거야. 문서로 간다고 했으면 적어도 회의 마지막에 “OO님, 정리해서 공유해주세요” 같은 말이 나와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나는 아무 말도 못 들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신가요?”는 뭔가… 이미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시작하는 문장 같더라.

나는 순간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렸어. 회의는 끝났고, 문서 작업은 해야 하고, 그런데 오늘 저녁에 누가 뭘 하기로 되어 있었지? 당연히 회의에서 정리된 업무는 회의 당사자들이 챙겨야 할 텐데, 단톡방은 나한테만 “9시까지”를 던져놓고 나머지는 조용하더라. 주변을 봐도 다들 멀쩡히 퇴근 준비하는 기색이었고, 나는 마치 “나만 남겨진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집에 갔더라” 같은 기분이 들었지.

그래서 내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물어보는 거였어. “회의에서 정리된 내용 문서화가 필요하신 건가요?”라고 조심스럽게 적었지. 근데 답이 너무 빨랐어. “네, 회의록 업데이트 및 보고자료 정리입니다. 이미 회의는 종료됐고, OO님만 남았습니다.” 여기서 ‘남았습니다’라는 단어가 나를 때리더라. 남겨졌다는 표현을 쓰는 순간, 내가 회사를 나누어준 누군가처럼 취급된 느낌이랄까.

그 다음은 내 머릿속이 자동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 지금 “회의록 업데이트”면, 누가 회의록 템플릿을 주거나 기존 문서를 공유해줘야 하는데, 그런 공유는 없었어. 보고자료 정리도 마찬가지. 폴더 접근 권한이 없으면 끝이잖아. 근데 단톡방에서는 그냥 “정리해서 올려주세요”만 던져버리고, 자료 경로는 아무도 안 알려줬어. 나는 그 순간 깨달았지. 이건 야근 요청이 아니라, 야근을 시키기 위한 서류가 필요한 단계로 넘어간 거구나.

결국 나는 자료를 찾으려고 사내 메신저를 뒤지고, 공유 드라이브를 뒤지고, 심지어 지난주 산출물까지 뒤졌어. 그러다 어떤 폴더에서 “최종본(임시)”라는 이름의 파일을 찾았는데, 파일 안에는 누가 봐도 회의 전에 만들어둔 듯한 빈 표가 있더라. 빈 표를 보면서 나는 한참 멍해졌어. “최종본이 왜 비어있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제서야 이해가 됐어. 회의는 이미 끝났고, 나는 그 끝난 회의의 마감 처리만 하러 온 거야. 즉, 회의의 내용은 이미 누군가가 알고 있고, 나는 그 ‘알고 있는 무언가’를 표에 옮기는 손만 필요한 거지.

그렇게 7시쯤 되니, 팀장님이 “진행 상황은?”이라고 한 줄 던지더라. 근데 이게 또 웃긴 게, 나는 보고자료를 만들고 있으니까 진행 상황이 없을 수가 있잖아. 그래서 나는 “템플릿 기반으로 업데이트 진행 중입니다”라고 답을 했어. 그러자 팀장님이 “회의 끝났으니 빠르게요. 오늘은 마감이 중요합니다”라고 오셨어. 마감이 중요하다면, 회의 끝나기 전에 마감 기준을 누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근데 그 질문은 내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손은 그냥 타이핑을 계속하더라.

9시까지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10시 넘어서까지 정리하다가 겨우 제출했어. 제출 버튼 누르고 나서도 이상하게 찝찝했지. 단톡방에는 “확인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런 말이 달렸는데, 그 말이 너무 빠르고 너무 정형적이라서 오히려 더 화가 나더라. 고생을 시켰으면 고생의 이유라도 설명해줘야 공정한데, 이유는 “회의는 이미 종료”로 끝나버렸거든. 나는 그날 밤 집에 가서도 “회의는 끝났는데 왜 내 하루는 아직 진행 중이지?” 이 생각을 계속 했어.

그리고 다음날, 다른 팀원이 똑같이 야근 통보를 받더라고. 이번엔 타이밍이 달랐어. 그 사람은 회의가 끝나기 직전에 통보를 받았는데, 답이 “회의는 이미 끝난 걸로 처리됐습니다”였대. 결국 회사는 일정이 끝나면 시간이 멈추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일정만 멈추는 시스템이더라. 그래서 나도 요즘은 단톡방을 볼 때마다 약간 체념을 섞어서 준비해. 어쩌면 언젠가는 통보 문구가 이렇게 바뀔지도 몰라. “회의는 끝났고, OO님은 이미 퇴근하신 것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날 오면… 진짜로 웃으면서 퇴근할 수 있을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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