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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내 칫솔 칫솔꽂이에 끼워둔 걸 보고 멈칫

2026-07-31 20:41:13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아침에 세면대로 갔는데, 갑자기 손이 멈칫했다. 우리 집 칫솔꽂이에 칫솔이 딱 원래대로 꽂혀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뭔가가… 한 칸 더 있어 보이는 거야. 처음엔 내가 어젯밤에 정리하다가 실수한 건가 싶었지.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그 “한 칸 더”가 내 칫솔 옆이 아니라, 내 칫솔이 들어가 있어야 할 공간에 딱 맞춰 끼워져 있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오늘 아침 첫 화두는 “내 칫솔이 어디 갔지?”였고, 그 순간 가족들이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엄마는 “치약은 짜놓으면 편하지” 같은 소리를 하면서 거실로 왔고, 아빠는 “오늘은 양치하고 나가자” 비슷한 말만 툭 던졌다. 나는 그 말에 반응할 틈도 없이 칫솔을 빼서 확인했어. 칫솔모가 살짝 납작해져 있었는데, 그게 당연히 어제 사용한 흔적인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더라. 내 칫솔 칫솔꽂이 안쪽, 내가 쓰는 브랜드랑 모양이 똑같은데 손잡이 색이 약간 달라 보이는 칫솔이 끼워져 있었어. 뭐지, 누가 내 칫솔을 훔쳐 쓴 건가 싶어서 순간적으로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런데 동시에 “가족이잖아?”라는 상식이 나를 붙잡았지. 가족이 훔쳐 쓰면 그건 범죄라기보다 생활 습관 문제겠지, 하고 나를 스스로 합리화.

그래서 나는 바로 엄마한테 물어봤다. “엄마, 우리 칫솔꽂이에 내 거 말고 또 뭐가… 끼워져 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아주 태연하게, 마치 어제부터 계획해둔 것처럼 “아, 그거? 네가 쓰던 칫솔이 미끄러져서 빠질 것 같아서 내가 옆에 끼워뒀지”라고 하더라. 나는 그 말 듣고 멈췄다. 옆에 끼워뒀다기엔, 내 칫솔 칫솔꽂이 자체에 내 칫솔 옆에 있는 자리로 뭔가가 “장착”돼 있었거든.

나는 “잠깐만요, 미끄러져서 빠질 것 같아서요?”라고 되묻다가 말이 막혔다. 칫솔이 원래도 미끄러지면 안 되지 않나? 칫솔꽂이에 넣어두는 건 고정하려는 거잖아. 그런데 엄마는 내 표정을 보고 “너 어제 급했잖아. 칫솔이 약간 비스듬했어. 내가 보기엔 빠질 것 같아서, 그냥 안전하게 끼워뒀지”라고 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였어. 엄마가 내 칫솔을 ‘분실 위험’으로 판단하고 보호 조치를 취한 거지.

그런데 문제는, 그 칫솔이 내 칫솔이 아니라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는 거야. 손잡이를 만져보면 미세하게 감촉이 달랐고, 칫솔모 끝도 ‘새 거’처럼 빳빳한 느낌이 있었거든. 나는 또 확인하려고 사진을 찍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입으로만 따지기로 했다. “엄마, 그거 내 칫솔 아니죠? 왜 내 자리만 그렇게 꽉 채워놨어요?” 엄마는 “내 자리? 너는 늘 거기 쓰잖아. 그래서 네 칫솔이 안 보이면 너부터 찾게 되잖아”라고 했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엄마는 내 칫솔을 훔친 게 아니라, 내가 내 칫솔을 못 찾을 미래를 미리 막은 거야. 즉, 가족은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는 사람’ 역할로 살아가는 거였고, 나는 그 예방의 대상이 된 거지. 그 순간부터 웃기면서도 좀 서운했다. 아침에 내가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내 칫솔 찾기”가 되는 집이라니. 원래는 “양치”가 1순위여야 하는데, 오늘은 “정체 확인”이 1순위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집 칫솔꽂이 구조가 좀 이상해. 칫솔이 들어가는 홈이 넉넉하지 않고, 한 칸이 살짝 애매하게 깊어서 누가 끼우면 옆 칸이 눌리는 편이야. 엄마가 내 칫솔이 비스듬해 보였다고 해서 그 “애매한 홈”에 뭔가를 추가로 넣었을 가능성이 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내 자리에 원래 있어야 할 것과 다른 것들이 섞였고, 나는 그걸 ‘누가 바꿔치기 했나?’로 해석한 거고. 그러다 보니 내가 느낀 멈칫함은, 사실상 가족의 선의와 내 상상력의 충돌 결과였던 셈이야.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한마디만 했다. “그럼 다음엔 끼워두지 말고, ‘너 칫솔 여기 있어’라고 말해줘요. 저는 검색하는 인간이 아니거든요.” 엄마는 “알았어, 다음부터는 네가 눈 뜨자마자 찾아낼 수 있게 딱 맞춰둘게”라고 했고, 그 말이 끝나자 아빠가 옆에서 한마디 덧붙였다. “근데 너 오늘도 그 칫솔로 양치했냐?”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조금… 의심했는데, 결국 양치는 했지. 가족이니까.”

근데 그날 저녁에 문득 또 웃겼다. 다음 날 아침엔 정말로 칫솔꽂이 구성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거든. 내 자리엔 내 칫솔만 있었고, 옆 칸도 깔끔했다. 대신… 칫솔꽂이 위에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어. 거기엔 딱 한 줄. “오늘은 너 검색 안 해도 됨.” 나는 그걸 보고 완전 피식 웃었다. 가족이 하는 보호조치가 결국엔 배려가 맞긴 한데, 이 집에선 양치도 안심하고 하려면 검색 모드를 잠깐 켜놔야 한다는 걸 새삼 배운 아침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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