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청소하다가 내 소형 가전이 자동으로 작동함
자취방 청소하다가 내 소형 가전이 자동으로 작동함… 아니, 정확히는 “내가 안 눌렀는데도” 알아서 돌아가더라. 그날은 진짜 마음 단단히 먹고 청소 모드로 들어간 날이었는데, 시작부터 뭔가가 예감됐다. 청소 도구를 꺼내고 먼지 닦고, 정리하고, “이번엔 깔끔하게 간다” 싶었거든.
먼저 주방 쪽부터 손봤다. 싱크대 주변 닦는데 물기가 닿지 말라고 조심하던 찰나, 멀티탭 쪽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나는 당연히 스위치 건드릴까 봐 손을 멀리했는데도 소리가 났으니까,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가 지나가다 건드렸나?” 싶어서 주변을 살폈는데, 우리 집은 당연히 1인 가구고 문도 잠겨 있었다.
그 다음은 전자레인지였다. 청소하면서 전자레인지 위에 쌓여있던 종이컵, 영수증, 먼지 조금 쓸어내다가 보니까 전자레인지 디스플레이가 켜져 있더라. 화면에는 이상한 게 딱 떠 있었는데, 설정을 확인한 것도 아니고 그냥 돌아갈 준비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손을 얼른 뗐고, 혹시 버튼이 눌렸나 싶어 주변을 다 훑었다. 근데 전자레인지 위에는 내 손이 닿을 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래도 전자레인지는 보통 “시작” 버튼을 눌러야 돌아가잖아? 그런데 그날은 타이머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더라. 소리가 “띵” 하고 울리면서 공기 중에 열이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준비한 건 청소인데 왜 전자레인지가 요리를 하겠다는 건지… 나는 순간 멘탈이 반쯤 나가서 전원 버튼을 눌러서 멈추려고 했다. 그런데 전원도 잘 안 먹히는 느낌이었다.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겨우 꺼졌고, 그 사이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갔다.
여기서 끝이었으면 웃고 말았을 텐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전자레인지가 멈추자마자 청소기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들이 들렸다. 정확히는 작은 모터들이 돌아가는 소리랄까. 나는 거실 쪽으로 고개 돌렸는데, 책상 아래에 숨겨두었던 제습기가 켜져 있었다. 내가 제습기는 보통 습도 보고 설정해서 틀거든. 근데 그날은 그냥 알아서 ‘운전’ 모드 들어간 상태였다.
그 제습기가 돌아가면서 물통에 물이 고이는 소리까지 나는데, 나는 “혹시 내가 뭔가를 건드렸나?”를 계속 찾았다. 혹시 멀티탭에 연결된 순서가 바뀌었나, 어제 청소하다가 센서가 감지한 건가, 아니면 가전들이 다 연결된 앱이 혼자 작동하는 건가… 상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 돌렸다. 근데 로그도 없고 설명도 없고, 그냥 결과만 남았다. 자동으로 켜진 가전들 사이에서 나는 청소용 물티슈를 들고 서서 “나랑 무슨 계약 관계지?” 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다시 주방 쪽으로 갔더니, 이번엔 커피포트가 문제였다. 청소하면서 커피포트는 선반 위에 올려놨는데, 어느 순간 보온등이 켜져 있더라. 나는 진짜로 소름이 돋아서 손도 못 대고 쳐다보기만 했다. 커피포트가 스스로 가열을 시작한 건지, 아니면 방금 전자레인지에서 나온 열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내부에서 “지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전원 스위치를 내리고 콘센트를 뽑았다. 그 순간 집 안 전체가 조용해졌는데, 조용하니까 더 무서운 느낌이 들더라. 가전은 끊기고, 내 심장 소리만 커지고, “내가 뭘 잘못했나”를 계속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후로는 아무것도 안 켜졌다는 거다. 마치 가전들이 “우리 작동한 거 알아? 그럼 이제 멈출게” 같은 태도로 전원을 꺼둔 것처럼.
그래서 다음날 정신 차리고 설정을 싹 확인했다. 자동모드, 스케줄, 스마트홈 연결 상태, 멀티탭 전원 인가 기록 같은 것들을 다 봤는데, 딱 한 가지가 걸렸다. 청소한다고 정리하면서 멀티탭을 새 자리로 옮겼고, 그 자리에서 이전에 쓰던 무선 플러그 리모컨이 같이 충전된 상태였다. 그러니까 리모컨에 눌린 걸 내가 본 적도 없고, 가전들은 “명령을 받은 적이 없으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그 리모컨이 미세하게 신호를 보낸 거다. 결국 내 청소 루틴이,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의 버튼 하나랑 콜라보를 해버린 거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청소할 때 가전 주변을 더 조심하는데, 솔직히 아직도 가끔은 무서워서 멀티탭부터 만져보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생각해. 내가 청소하다가 자동으로 가전이 켜졌던 그 순간, 집 안이 따뜻해지고 뭔가 “정리된 느낌”이 들었거든.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다. 내 자취방은 내가 청소하면 깨끗해지긴 하는데, 가끔은 가전도 나한테 시키는 게 있다. “너 정리 좀 했으면, 나도 한 판 돌리고 갈게.”… 그래서 오늘도 청소 시작하기 전에 먼저 멀티탭 스위치부터 확인한다. 괜히 괜찮은 척하다가 또 뜬금없이 전자레인지가 켜지면, 그건 정말… 내가 요리사로 전직하는 날이 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