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속삭임
원룸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한 건 한 달 전쯤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늦은 밤에 집에 들어왔는데, 문을 닫기도 전에 복도 끝에서 아주 희미하게 “여기 있어...”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 거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려니, 아니면 누군가 장난치는 걸로 생각하고 무시했는데, 그 뒤로 계속 그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항상 일정한 시간대에 들렸다. 밤 11시 반쯤, 내가 원룸으로 들어가는 복도 끝에서 나지막한 속삭임이 시작됐다. 그때마다 머리가 찌릿해지면서 소리의 방향을 쳐다보게 됐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냥 복도가 길게 어둡게 뻗어 있을 뿐이었다.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착각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휴대폰 불빛을 켜고 복도 끝을 자세히 살펴봐도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 속삭임은 확실히 사람이 하는 말투였고, 무언가 간절하게 부르는 느낌이었다. 한 번은 속삭임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해서 식은땀이 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목소리는 더욱 소름 돋게 다가왔다. 내가 혼자 있을 때뿐만 아니라 친구가 와서 같이 있을 때도 들렸는데, 이상한 건 친구는 그 소리를 못 들었다는 거다. 나만 들린다는 사실은 점점 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은 복도 끝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누군가 숨죽여 우는 듯한 소리도 섞여 들렸다. 그때부터는 그냥 무심히 넘길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복도 끝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면서 천천히 문을 닫곤 했다.
조심하던 어느 날, 문을 닫으려다 손이 얼어붙는 느낌에 멈칫했다. 복도 끝에서 속삭이던 그 목소리가 이번에는 내 바로 앞까지 온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말을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말 한마디 내뱉을 틈도 없이 속삭임은 사라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사실을 올렸더니, 누군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 사람도 자신 혼자만 들리는 “여기 있어”라는 속삭임을 밤마다 듣는다고 했다. 그 댓글을 보고 나서야 혹시 이 원룸 단지 자체에 뭔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며칠 전, 복도에서 속삭임이 들리던 시간에 일부러 복도 끝까지 나갔다가 너무 놀랐다. 복도 끝 벽에 손자국 같은 게 어슴푸레 남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내 손 크기와 비슷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찝찝함과 함께 왠지 누군가 내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그 속삭임은 매일 밤 반복된다. 아직 문제의 원인을 확실히 찾지 못한 상태라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그 속삭임은 결코 나를 놓아주고 싶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도 등골이 오싹하다. 밤에 혼자 집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아직도 그 복도 끝을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그 속삭임이 오늘은 무엇을 말할지, 내 이름을 또 부를지 몰라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