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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내 자취방 앞에서 택배 대신 맡아줌

2026-08-03 00:41:12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제 자취방 앞에 “택배입니다” 소리가 들린 날이 있어요. 근데 그 택배는 제 것이 맞는데, 제 손엔 아무것도 안 들어왔습니다. 대신 문 앞에 누군가가 조심조심 놓고 간 흔적이 남아 있었죠. 저는 그날도 “아 또 편의점 쿠팡이네, 괜히 확인 안 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가족이 제 택배를 ‘대체로’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상황은 간단해요. 어느 저녁, 제가 대충 현관문 열고 들어오려는데 택배 상자들이 벽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문 앞에 쌓아두는 사람은 보통 택배 기사님뿐인데, 제 택배는 보통 한 번에 하나씩 오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세 개가 한꺼번에 있었어요. 저는 속으로 “뭐야, 한꺼번에 처리하나” 했죠. 그런데 더 찜찜한 게, 상자 위에 제 이름이 붙어 있는데 옆에 뭔가 더 붙어 있는 겁니다.

작은 종이 쪽지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에 “엄마가 대신 받아뒀어요. 추워지니까 문 앞에 오래 두지 말라고 했지?” 이런 내용이 적혀 있더라고요. 저는 잠깐 멈췄습니다. ‘어? 엄마가 내 자취방 앞을 알고 있네?’ 순간 머릿속에 드라마 장면이 스르륵 떠올랐어요. 누가 제 주소를 외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이상한데, 그걸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소름이죠.

다음 날, 저는 일부러 태연한 척 택배를 확인했어요. 상자 안에는 제가 주문한 물건들이 그대로 들어 있었는데, 포장 상태가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예를 들면 외투용 보온 패드 같은 건 원래 비닐에 싸여 오는데, 그게 구겨진 흔적이 없고 테이프가 새 걸로 단단히 붙어 있었어요. 저는 “누가 열어봤나?” 하고 가슴이 철렁했는데, 바로 그날 오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는 아빠였어요. “야, 문 앞에 두면 바람 맞아서 안 좋잖아. 택배는 엄마가 받아줄게.” 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편리한 동시에 얼마나 불편한지… 저는 웃으면서도 약간 멍해졌습니다. 편리하다는 건 사실이에요. 실제로 제 물건은 안전하게 왔고, 문 앞에 방치되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 ‘내가 통제권을 잃었나?’ 같은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근데 엄마 아빠가 내 자취방 앞을 어떻게 알았어?” 그랬더니 아빠가 되게 당당하게 말하더라고요. “택배 기사님이 한 번만 찍고 가면, 어디로 가는지 화면에 뜨잖아.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보는 거야. 그리고 너 택배가 잘 안 오면, 엄마가 ‘오늘 집에 들어왔니?’ 같은 걸로 체크하잖아.” 와… 저는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우리 집은 가족 단위로 ‘배송 추적’이 아니라 ‘인간 추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며칠 뒤, 정말로 제 생활이 바뀌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문 앞이 이미 정리돼 있는 거예요. 상자는 아예 비닐이나 박스 테이프 상태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냄새 나는 물건은 환기하듯 문틈으로 약간 공간을 둔 흔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한동안 감동했죠. 솔직히 자취하면서 택배는 늘 귀찮고, 비 맞는 날이면 더 스트레스였거든요. 근데 감동도 잠깐, 어느 순간부터 제 마음이 간질간질해졌어요.

왜냐면, 제 가족이 ‘대신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대신 신경 써주는 것’에 너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한 번은 배달 앱에서 “문 앞 보관”으로 떠서 제가 어쩔 수 없이 기다리려는데, 다음 날 아침에 상자가 이미 제 앞에 있었어요. 옆에는 또 쪽지. 이번엔 “너가 늦게 나갈까 봐. 오늘은 마트에서 산 거랑 같이 넣어둘게.” 적혀 있었어요. 뭐가 같이요? 저는 얼른 확인했는데, 사실 그건 제가 시킨 건 아니고 “혹시 필요할까 해서” 가져온 작은 간식과 양념이더라고요.

그 순간 진짜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 자취방 앞에서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건 이미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어느새 가족이 제 생활 루틴까지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심호흡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이제 그만해. 내 물건도 내가 찾아야지.” 그랬더니 엄마가 퉁명스럽게 대답하더라고요. “대신 받아주면 네가 좋아하니까 하는 거지. 그리고 너 혼자면 문 앞에 뭐가 쌓일 때 제일 티 난다? 그거 엄마가 알지.”

결국 저는 타협안을 냈습니다. “택배는 받되, 쪽지는 붙이지 말아줘. 내가 열어보는 재미가 있어야 해.” 그랬더니 엄마는 잠깐 고민하더니 “알았어. 대신… 다음부터는 ‘엄마가 대신 받음’만 한 줄로 적을게.” 저는 진짜로 기대했어요. 깔끔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다음 택배 앞에 붙은 쪽지는 한 줄이 아니었습니다. 종이 한 장이 아니라, 딱 한 문장만 있더라고요. “엄마는 네가 안전하게 살아 있는지 확인만 해.”

그 문장을 보고 저는 웃다가 멈췄습니다. 엄마가 과한 건 분명한데, 또 이상하게 서운함보단 따뜻함이 먼저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저는 택배 알림이 뜨면 문 앞을 먼저 확인합니다. 대신 쪽지는 읽지 않으려고 해요. 읽으면 또 마음이 약해져서, 결국 제가 주문한 물건보다 가족의 ‘확인 습관’이 더 빨리 도착하는 느낌이랄까요. 오늘도 문 앞에 아무것도 없으면, 이상하게 제가 먼저 불안해집니다. 그게 제일 웃기고, 제일 오래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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