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내 실수로 엑셀 파일이 통째로 바뀜
회사에서 내 실수로 엑셀 파일이 통째로 바뀜. 진짜 처음엔 “아, 뭐 눌렀나 보다” 정도로 가볍게 넘겼는데, 그날 이후로 내 인생 멘탈은 스프레드시트 행처럼 줄줄이 무너졌습니다.
상황은 월요일 아침, 팀장님이 “이번 주 보고서 수치 최종본은 이 파일로만 업데이트해!”라고 딱 못 박고 넘어간 직후였어요. 저는 평소처럼 자료를 정리하려고 같은 폴더에서 엑셀을 열었고, 뭔가 경고 창이 뜨길래 “예, 예, 알겠습니다” 하고 확인 버튼을 누른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 손가락이 재앙을 불러올 줄 몰랐죠.
문제는 ‘다른 파일로 바꾸기’ 같은 기능을 건드린 순간부터였어요. 원래는 기존 시트에 몇 개 숫자만 수정하면 되는 걸, 제가 잘못 클릭해서 “통째로 덮어쓰기” 옵션이 선택된 상태로 저장을 해버린 겁니다. 저장 눌렀을 때 반짝하고 끝나는 그 순간, 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화면을 닫아버렸고요.
점심 먹고 돌아오자마자 팀장님이 갑자기 저한테 오셔서 “어… 이거 숫자 왜 이렇게 됐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표를 보는 순간 심장이 먼저 식었습니다. 제가 알던 매출 그래프도, 예산 대비 표도, 전부 모양은 비슷한데 숫자가 이상하게 뒤섞여 있었거든요. 누가 보면 “엑셀이 갑자기 시적 영감을 받았다” 싶을 정도로요.
전 화면을 다시 켜보니, 제 파일이 사실은 다른 버전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보고서용 최종본”을 열고 수정한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이전 테스트용 파일”이랑 연결돼 있었거나, 혹은 저장 과정에서 다른 소스가 덮어씌워진 상태였던 거죠. 엑셀은 원래 친절하잖아요? 그런데 그날의 엑셀은 제가 실수한 만큼 정확하게 세상을 냉정하게 보여줬습니다.
저는 바로 파일 히스토리, 백업 폴더, 임시 저장 파일까지 다 뒤졌어요. “혹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윈도우 탐색기부터 엑셀 내부 복구까지 온갖 메뉴를 눌러보는데, 결과는 하나씩 다 틀어졌습니다. 특히 제일 무서웠던 건, 다른 사람이 방금 전까지 그 파일을 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에요. 이미 팀장님은 보고서 초안을 들여다보신 상태였고, 저는 그걸 ‘저장’ 버튼 누르기 전에 알 턱이 없었죠.
여기서부터는 진짜 회사식 위기 대응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제일 먼저는 “지금 바로 원본 복구 중입니다”라고 말해놓고, 그다음엔 숫자들을 수동으로 다시 맞추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파일이 통째로 바뀌는 바람에, 단순히 몇 칸만 고치는 게 아니라 수식 범위까지 꼬여 있더라는 겁니다. 엑셀 셀 하나를 고치면 옆 셀이 춤을 추고, 그 춤이 다시 다른 시트로 번지는 느낌이었어요. 마치 제가 실수를 ‘전염’시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팀장님이 옆에서 계속 “지금 이 숫자 기준이 뭐야?”를 연속으로 물어보시는데, 저는 표정만 멀쩡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기준이요? 방금 엑셀이 제 기준을 날려버렸습니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다른 자료 파일들에 원래 수치가 남아 있어서 완전 새로 만들지는 않았다는 점이에요. 대신 시간은 확실히 날아갔고, 제 하루는 엑셀 수식과 씨름하는 하루로 바뀌었습니다.
그날 오후, 저는 복구된 파일을 다시 올리고, 변경 이력도 정리해서 설명까지 준비했어요. 마지막으로 팀장님께 “제가 통째로 덮어쓴 것 같고, 그래서 다른 버전이 들어간 상태입니다”라고 말했는데, 팀장님은 잠깐 멈칫하더니 웃으시더라고요. 물론 그 웃음이 “괜찮다”는 뜻은 아니었고, “또 엑셀이 장난을 치네” 같은 느낌이었죠. 저는 그 한마디에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실수는 했지만, 최소한 제가 혼자 괴로워한 건 아니구나 싶어서요.
결국 그 이후로 저는 엑셀 저장 버튼을 누르기 전에 파일명이랑 버전, 그리고 “이게 진짜 최종본 맞나”를 세 번은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회사에도 작은 전통이 생겼어요. 누가 엑셀 만지다가 잠깐 멈추면 다들 “혹시 통째로 바꿔버릴 거예요?”라고 농담을 던지거든요. 저는 그때마다 웃지만 속으로는 “아, 그날의 내 저장 버튼이 아직도 내 별명으로 남아있네” 하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망한 건 아니었고, 그래도 엑셀은 여전히 살아있으니… 다음엔 제가 덜 무너지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