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내 옷을 다려놨는데 사이즈가 더 작아짐
가족이 내 옷을 다려놨는데 사이즈가 더 작아짐. 이 말이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그날 이후로 저는 다림질을 ‘생활의 기술’이 아니라 ‘의문의 사건’으로 격상시켰습니다. 평소에도 엄마가 세탁물 개어서 정리해주는 건 고마운데, 그날은 옷이… 그냥 옷이 아니라 “축소 시키는 물건”이 되어버렸어요.
상황은 평범하게 시작됐습니다.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옷장 열었는데, 넥타이도 정갈하게 놓여 있고 셔츠도 다림질된 티가 나더라고요. 특히 소매 끝이랑 카라가 딱 잡혀 있어서 “엄마 오늘 유난히 잘했네” 싶었습니다. 근데 입는 순간부터 느낌이 이상했어요. 단추가… 평소보다 한 칸 더 빡빡하게 들어가더니, 마지막 단추는 마치 제가 반항하는 걸 기다린다는 듯이 버텼습니다.
그래서 저는 혹시나 해서 옷걸이에 달린 상태로 한 번 더 확인했죠. 팔을 쭉 뻗어보면 보통은 손목이 살짝 남는데, 그날은 손목이 아니라 소매 끝이 제 손등에 걸려버렸어요. 더 웃긴 건 길이도 같이 줄어든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허리쯤에서 셔츠가 끊기는 느낌? 정확히 말하면 끊기는 건 아닌데, 몸에 달라붙는 범위가 갑자기 넓어졌달까요. 제 몸이 갑자기 커진 게 아니라, 옷이 줄어든 건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처음엔 저도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했습니다. “세탁을 잘못했나? 건조기 돌렸나? 어쩌다 수축이 있었나?”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옷 자체 상태는 멀쩡했어요. 구김이 줄어든 건 그렇다 치더라도 원단이 상하거나 색이 바랜 느낌은 없었거든요. 딱, 크기만 줄어든 것처럼요. 저는 그때부터 이상함을 확신했습니다. 다림질만 했는데 왜 이렇게 작아졌지? 그 질문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어요.
점심시간에 가족한테 슬쩍 물어봤습니다. “엄마, 이 셔츠 좀 줄었어?”라고 말하니까 엄마는 “응? 그거 어제 다렸지. 잘 다리면 더 탱탱해지는 거 아니야?” 하더라고요. 저는 “탱탱해지는 건 알겠는데, 손목이 왜 여기까지 와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웬만하면 분위기 안 망치려고 참고 웃었습니다. 대신 “혹시 스팀이 세게 들어갔나?”라고 물었더니 엄마는 “스팀은 원래 써야지”라고 단정하듯 답했어요. 그 말이 왜 이렇게 자신감 넘치게 들리던지…
집에 와서 옷을 다시 펼쳐봤는데, 진짜로 어깨부터 품까지가 살짝 모자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옷도 떠올랐어요. 어제는 제가 입는 바지도 있고, 회사에서 자주 입는 니트도 있었는데 다 같이 다려놨을 가능성이 높잖아요. 결국 다음 날 아침엔 제가 아예 옷장 앞에서 검문하듯 확인했죠. 바지도 입어보니 허리는 맞는데 다리가 더 짧아졌고, 니트는 목둘레가 조금 더 올라가 있더라고요. 가족이 정리한 건 정리인데, 결과는 마치 “내 옷장에 있는 것들이 전부 한 사이즈씩 체급을 내린 상태”였어요.
여기서부터는 제가 좀 억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옷을 줄어들게 할 일을 한 적이 없거든요. 물론 저는 다림질을 잘 안 하는 사람입니다. 근데 그건 제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제 옷이 다림질을 하면 위험해진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근데 가족들은 그런 제 불안감을 이해 못하더라고요. 아빠는 “다리면 더 예쁘게 보이지, 뭐가 문제야” 이런 식으로 말했고, 저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옷이 예쁘게 보인다는 게 아니라, 내가 입었을 때만 예쁘게 보이기 위한 조건이 바뀌었다는 거.
결국 해결책은 간단했습니다. 제가 옷을 다시 가져오듯 다시 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근데 여기서 또 함정이 있더라고요. 이번엔 제가 다리다가, 그 옷이 이미 한 번 “줄어든 상태”라는 걸 확실히 체감했죠. 물을 뿌리고 다시 펴도, 원래 사이즈로 돌아오진 않더라고요. 저는 그제야 엄마가 사용한 방식이 어떤 느낌인지 감이 왔습니다. 스팀을 너무 오래, 너무 가까이 쏘면 원단이 기억을 바꿔버리는… 그런 거요. 가족은 “더 잘 다리면 더 좋아진다”라고 믿는데, 저는 “더 잘 다리면 더 작아진다”라고 체험했습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닌데 결과가 완전히 다르게 나와버린 거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웃기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요즘은 옷장 열기 전에 먼저 “오늘 사이즈 검사할까요?” 같은 농담을 합니다. 엄마도 이제는 “미안, 그날 스팀을 좀 세게 틀었나 봐”라고 웃으며 말해요.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사과는 좋지만, 내 셔츠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라고 짧게 외치고요. 결국 그 사건 덕분에 저는 옷을 다림질하는 날이면 늘 한 번 더 확인하고, 가족은 다림질을 할 때 ‘표준 모드’ 같은 걸 찾게 됐습니다. 인생이란 게 참 그렇죠. 어떤 날은 옷이 줄고, 어떤 날은 가족의 고집이 줄어듭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얻은 교훈은 하나예요. 다림질은 사랑이지만, 사이즈는 사랑대로 안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