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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서 새로 산 칫솔이 자꾸 사라짐

2026-08-05 10:41:13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자취방에서 새로 산 칫솔이 자꾸 사라져요. 분명히 샀을 때는 “이번엔 양치 제대로 하겠지” 싶은 마음으로 칫솔 케이스까지 깔끔하게 정리해뒀는데, 다음 날 아침이면 칫솔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어디선가 모른 척하는 치약 캡만 멀쩡히 남아 있어요. 그게 제일 미스터리예요. 치약은 남는데 칫솔만 사라져요. 이거 누가 치약만 똑같이 쓰고 칫솔만 훔쳐 가는 거 아니면…

처음엔 “내가 어디 뒀지?” 하고 방을 뒤졌습니다. 세탁 바구니 옆, 싱크대 서랍, 욕실 선반, 심지어 전날 쓰고 그대로 둔 수건 사이까지 봤는데 칫솔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범위를 더 넓혔어요. 냉장고 옆, 책장 뒤, 신발장 바닥까지요. 네, 그 정도로 의심했습니다. 자취방에서 칫솔 찾는 일이 취미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죠.

그래서 두 번째로 칫솔을 새로 샀습니다. 이번엔 “훔쳐갈 사람”을 염두에 두고, 눈에 확 띄는 곳에 뒀어요. 세면대 위에다가, 딱 정면으로 보이게요. 물기 있는 자리 말고 완전 건조한 구석에 두고, 칫솔이 없으면 뭔가 이상한 거잖아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보러 갔더니… 또 사라졌습니다. 이번엔 진짜로 세면대 위에 있었거든요. 누가 손을 뻗었는지, 아니면 제가 잠결에 칫솔을 들고 다른 방에 옮기는지 둘 중 하나인데.

여기서부터는 심리전이 시작됐어요. 저는 점점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우리 집에 사람이 있어?” 같은 느낌. 물론 자취방은 1인 가구고, 초인종도 달려 있고, 택배는 현관에서 문자 오면 확인하는 구조라 타인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은 아니거든요. 근데 칫솔만 계속 사라지니까 논리가 비틀립니다. 그러다가 저는 치명적인 결론에 도달했어요. 혹시 내 양치 습관이 아니라 내 집의 양치 습관이 문제인가? 이게 말이 되나요? 안 되죠. 근데 그때는 그렇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칫솔 사라짐 자취방”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이상하게도 “칫솔을 먹는 벌레” “칫솔을 옮기는 고양이” 같은 글들이 추천에 떠요. 저는 고양이도 아니고, 벌레도 딱히 보인 적이 없는데요. 그래도 불안해서 야밤에 조용히 현관 쪽부터 욕실까지 불을 끄고 관찰했어요. 물론 결국 아무 일도 안 일어났습니다. 대신 이상한 소리만 들렸죠. 그 소리는 칫솔이 아니라 제 상상력이 만든 거겠죠.

그 다음부터는 정말로 증거를 남겨보려고 했습니다. 칫솔 손잡이에 작은 테이프를 붙이고, 욕실 벽면에 연필로 “여기”라고 표시도 해뒀어요. 그리고 새 칫솔을 손잡이 표시까지 그대로 보이게 두었습니다. 아침에 확인하러 갔더니 테이프는 그대로인데 칫솔만 없었습니다. 테이프가 어디에 붙어 있었냐면, 손잡이 끝쪽에 붙여서 “이 칫솔이 움직이면 흔적이 남는다”는 목적이었거든요. 근데 결과는… 흔적이 없었습니다. 누가 테이프까지 떼고 갔냐? 아니면 제가 또 어디에 옮겼냐? 둘 다 같은 결론으로 이어져요. 저의 기억력이 범인 같다는 거요.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하게도 칫솔이 “있는” 순간이 있었어요. 제가 설거지하다가 플라스틱 수납함을 옮겼는데, 그 아래쪽에서 칫솔이 툭 하고 떨어지더라고요. 분명히 세면대 위에 놔뒀다고 생각했는데… 수납함을 제가 지난번에 닫았다가 열었을 때, 칫솔이 살짝 밀려서 그 아래로 들어갔던 거죠. 문제는 제가 그걸 “안 봤다”는 거예요. 사람은 자기 행동을 자기가 편하게 기억하잖아요. 칫솔은 분명 거기 있어야만 했는데, 현실은 “어? 없어?”로 바뀌어버린 거죠.

그래서 결론을 냈습니다. 칫솔이 도둑맞은 게 아니라, 제가 자취방에서 나도 모르게 칫솔을 ‘이사’시키는 중이었던 겁니다. 다만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저는 매번 “누가 훔쳤나”라고 상상했고 그 상상 속에서 자취방이 갑자기 공포 영화 배경이 되어버렸거든요. 이제는 칫솔을 세면대 위에 두지 않고, 벽에 붙는 칫솔 거치대에 고정했습니다. 고정해놓으니까 사라질 일이 거의 없더라고요. 적어도 제가 거치대를 통째로 집어 던지지 않는 이상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요. 칫솔을 고정하고 나서도 어느 날, 또 불현듯 불안을 느꼈습니다. “혹시 거치대가 잘못 붙어서 또 떨어진 거 아닌가?” 싶어서 확인했더니… 칫솔이 멀쩡히 있더라고요. 그제야 깨달았어요. 제가 무서워한 건 도둑이 아니라, 제 생활 습관이었고 제 생활 습관이 무서운 건 바로… 제가 깜빡한다는 거예요. 자취방에서 제일 무서운 귀신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가 아침에 제 기억을 집어삼키는 그 제 자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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