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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이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하루가 바뀜

2026-08-05 20:41:10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어제 저녁에 “오늘은 뭐 먹지?” 하다가 배달앱을 켰는데, 솔직히 기대한 건 그냥 평범한 한 끼였어요. 그런데 주문하려고 메뉴를 보는데 자꾸 손이 커지는 거예요. 사이즈 업, 세트 업, 추가 토핑… 그 와중에 리뷰에 “양 미쳤다” 같은 말이 자꾸 떠서, 결국 저는 다짐을 했죠. “한 번은 배부르게 먹고 내일은 가벼운 하루로 가자.”

첫 번째로 시킨 건 치킨이었는데, 딱 보기에도 ‘한 마리 다 먹으면 내일은 후회할 것 같은’ 비주얼이었어요. 근데 도착하자마자 상자 열자마자 냄새가 먼저 덮치더라고요. 바삭한 소리까지 상자에서 나는 것 같았고, 저는 그 소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듯 한 입 크게 먹었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한 조각 먹는 시간이 아니라 한 조각 완주하는 시간이 됐어요.

치킨이랑 같이 온 감자튀김이 진짜… 감자튀김이 아니라 감자 “언덕”이더라고요. 소스도 생각보다 넉넉해서 찍어 먹다 보면 접시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휴대폰 배터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느낌? 그러니까 제가 계속 “지금 몇 시간째 먹는 거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상황이 온 거예요. 리뷰는 늘 맞는 말이었고, 제 위장은 늘 문제였습니다.

그 와중에 배가 부른 줄 알았는데 손은 또 다른 걸 누르고 있었어요. “아, 탄수화물 하나만 더…” 같은 말이 뇌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거예요. 그래서 시킨 게 김치볶음밥이랑 떡볶이 세트였는데, 솔직히 이쯤 되면 저도 제 정신 상태를 의심해야 했어요. 근데 배달 음식은 늘 친절하잖아요. ‘추가로 드릴게요’ 같은 문구랑 포장 안에 숟가락, 포크, 물티슈가 다 들어있어서 “아, 먹으라고 준비돼 있네” 이런 확신이 생겨요. 그래서 저는 결국 오늘의 목표를 ‘한 끼’가 아니라 ‘프로그램 완주’로 바꿔버렸습니다.

볶음밥은 처음에 좀 남길 생각이었는데, 한 숟갈 뜨자마자 김치 향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그리고 밥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어서, 제가 남길 생각을 한 건 그냥 희망 사항이었어요. 떡볶이는 국물이 진짜 맛있어서, 여기서부터는 “조금만”이 “조금만 더”로 바뀌기 시작했죠. 국물이 바닥에 닿을 때쯤엔 이미 제 마음속 시계가 다른 시간대로 넘어가 있었고요.

그리고 치킨이랑 감자랑 볶음밥이랑 떡볶이… 여기까지는 그래도 버틸 만했는데, 마지막에 “디저트”를 하나 더 넣은 순간부터는 진짜로 하루가 뒤틀리기 시작했어요. 디저트는 별로 안 클 줄 알았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크기가 엄청나더라고요. 커피랑 같이 먹으려 했는데 커피는 충분히 냉정했지만 디저트는 너무 달았고, 달면 또 손이 가는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아, 이거 배가 아니라 의지가 먹는 거였나?” 싶었어요.

결국 저는 배달을 시킨 날의 밤을 다 먹어버렸고, 그 와중에 제 생활 리듬도 같이 정리됐습니다. 물을 마시고, 이 닦고, 다시 냉장고를 열고… 이 과정에서 제가 가장 놀란 건 “남은 게 아직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포장은 다 뜯었는데, 양은 왜 이렇게 남아있는지. 다 먹은 줄 알았는데도 상자 바닥에서 뭔가가 또 보이니까, 그 순간부터는 거의 추리 게임이 됐죠. “이게 마지막일 거야.” 하고 믿었다가 또 한 입 들어가는 그 느낌.

그렇게 먹고 나서 계산해보니 이미 하루가 바뀌어 있었어요. 솔직히 배달음식이 양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저는 늘 “체감은 다르다”는 말을 믿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체감이 너무 정확했어요. “하루가 바뀐다”는 말이 그냥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제 몸과 시간표가 같이 넘어가더라고요. 신기하게도 배가 부른데도 기분은 묘하게 괜찮았고, 오히려 ‘내가 진짜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이상한 성취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냉장고를 열었는데, 어젯밤에 남겨둔 마지막 한 조각이 또 보이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배달음식의 양이 많은 게 아니라, 제가 주문할 때마다 제 미래의 저에게 “내일도 힘내”를 보내는 시스템이었더라고요. 결론은요, 다음엔 리뷰 안 봐야지… 하면서 또 봅니다. 리뷰에 “양 미쳤다”라고 쓰여 있으면, 저는 이미 사람의 운명을 읽어버린 거니까요. 다음 날의 제 심장은 또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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