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프로젝트 이름이 바뀌는 바람에 일정도 흔들림
회사에서 프로젝트 이름이 바뀌는 바람에 일정도 흔들림… 이 말이 그냥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한 달이 통째로 흔들리더라. 정확히는, 우리 팀이 밤새 정리해둔 일정표가 아침 회의 한 번에 통째로 리셋되는 걸 봤다. 이름 바꾼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냐고? 그게 문제였다. 이름이 바뀌는 순간부터 모든 게 “새 프로젝트”가 되어버리더라.
상황은 이랬다. 월요일 아침에 팀장님이 웃으면서 “이번에 프로젝트 네이밍이 좀 더 잘 맞게 바뀝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톤이 너무 당당해서 다들 반사적으로 “좋습니다!”를 외쳤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름이 바뀌니 문서 양식도 바뀌고, 일정 기준도 바뀌고, 산출물 폼도 바뀌어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조용히 얼어붙었다. 회의실 공기가 차가워지는 게 아니라, 우리들의 납득이 식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원래 프로젝트는 “A”라는 이름이었는데, 월요일 오후부터는 갑자기 “B”가 됐다. 처음엔 “그냥 보고서 표지에만 쓰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전부다 바뀌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이미 만들어둔 엑셀 일정표는 “구 프로젝트”가 되고 새 일정표는 “신 프로젝트”로 다시 작성해야 했다. 심지어 파일명 규칙까지 바뀌어서, 같은 내용을 복사해 넣어도 자동으로 틀린 것으로 처리되는 시스템이 있었다. 누가 그걸 설계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확실히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일정이 흔들리기 시작한 지점은 생각보다 사소했다. 회의 때 “B로 새로 시작”한다고 하니, 태스크를 담당자별로 다시 배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그래, 체계적으로 가자 싶었다. 그런데 이어서 “B 프로젝트는 외부 검토 프로세스가 추가됩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일정이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외부 검토는 원래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A 프로젝트에서만 ‘있던 것’이고 B에서는 ‘새로 생긴 것’이라고 하더라. 같은 행정인데 단어만 바뀌면 새로 생긴 게 되는 한국식 마법, 그게 바로 회사였다.
그 다음은 문서. 우리 팀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문서화”인데, 그 문서화가 갑자기 두 배로 늘었다. A 때 작성하던 요구사항 문서는 B 버전으로 다시 작성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이미 완료한 것”도 “재확인 완료”로 다시 찍어야 했다. 한 사람이 문서 한 장 고치면 다른 사람이 거기에 맞춰 표를 고치고, 또 다른 사람이 표에 맞춰 일정표를 고쳤다. 그러다 보니 일정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일정이 진동을 일으키는 수준이었다. 마치 지진계가 우리 팀 노트북 위에 달려 있는 것처럼.
그 와중에 가장 웃긴 건, 이름이 바뀐 이유가 너무 추상적이었다는 점이다. 팀장님이 말하길 “대외 이미지가 더 좋아 보이게”라고 했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데, 문제는 그 “이미지”를 위해 우리가 치른 비용이 전부 시간이었다. 특히 일정표 상의 마일스톤이 전부 재정렬되면서, QA 일정이 갑자기 뒤로 밀리고, 그 뒤로는 배포 준비가 줄줄이 꼬였다. 일정표 한 칸이 밀리면 연쇄 반응처럼 다른 칸도 같이 밀리는데, 그걸 “유기적 조정”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그냥 공포였다. 조정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섭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래도 다들 참는 법은 아는 사람들이다. “새 프로젝트니까 어차피 다시 하는 거죠”라면서 스스로를 위로했고, 엑셀을 다시 만들면서도 “이번엔 더 깔끔하게 정리되겠지”라고 낙관했다. 그런데 낙관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요일쯤 또 다른 공지가 하나 더 왔기 때문이다. “B 프로젝트 진행 중, 내부 보고 구조가 변경됩니다. 보고 라인이 바뀌니 일정에 반영 부탁드립니다.” 그 공지 내용은 곧 “결국 또 보고 문서가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일정표에 보고 라인이 들어가면, 일정표는 또다시 한 줄 더 늘어난다. 어느 순간부터 일정표가 아니라 일정표를 위한 일정표가 되어버렸다.
금요일이 되어야 그나마 상황이 정리되는 듯했는데, 여기서 또 한 번 웃겼다. 마지막 점검에서 “프로젝트명 B로 최종 확정 맞죠?”라고 확인하니까, 담당자분이 잠깐 멈칫하더니 “확정…은 맞는데요, 혹시 또 바뀔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거다. 그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구분이 안 됐다. 하지만 그 표정과 분위기상 농담은 아니었다. 그러자 옆자리 동료가 조용히 한 마디 했다. “일정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흔들릴 때까지 프로젝트명이 계속 바뀌나 봐요.” 그 말 듣고 다들 웃다가, 동시에 너무 공감해서 웃음이 좀 늦게 나왔다.
결국 지금도 우리 회사의 프로젝트 이름은 B로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데, 일정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린다. 문서 버전 관리가 잘 안 돼서 “이 파일이 B 맞아?”를 매일 확인하고, 마일스톤이 갱신될 때마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다시 세게 된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배웠다. 프로젝트 이름 바뀐다고 일정이 흔들릴 거라고 아무도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일정이 흔들린 게 아니라, 우리 팀의 습관이 흔들렸더라. 그리고 그 습관은… 다음에 또 이름 바뀌면 분명 다시 복구될 거다. 회사는 변하지 않고, 우리는 적응만 하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