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전자렌지 돌리면 알람이 벨소리처럼 들림
자취하면서 전자렌지 돌리면 알람이 벨소리처럼 들림. 처음엔 “아, 전자렌지가 고장 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고장이라기보다 내 자취 생활이랑 전자렌지가 서로 대놓고 장난치는 중이더라.
상황은 이랬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배달 앱 보기보다 먼저 전자렌지에 밥 데우는 거잖아. 전자렌지에 도시락 올리고 시간 맞추고 시작 누르면, 딱 조용히 돌아가다가 마지막에 알람이 울리는데 그게… 휴대폰 벨소리랑 너무 똑같은 느낌이야. 정확히 말하면 “링-링” 하는 질감이 아니라, 진짜 통화 알림 같은 그 톤.
처음엔 멍청하게도 밖에서 전화가 온 건 줄 알았어. “어? 나 폰 진동 안 했나?” 하고 가방을 뒤졌거든. 근데 가방 속 폰은 아무 반응이 없어. 그 순간 전자렌지에서 다시 한 번 “링!” 소리가 나는데, 그때야 정신이 번쩍 들었지. 오케이, 벨소리의 주인공이 나 폰이 아니라 전자렌지였구나.
근데 더 웃긴 건, 이 소리가 생각보다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거야. 내가 전자렌지 앞에서 서성서성하다가 면도하고, 설거지하고, 물 끓이고 이런 걸 하다 보면 그 알람이 딱 내 행동이 바뀌는 순간에 울려. 딱 “이제 씻으러 가자” 할 때 울리면 진짜로 누가 연락 온 것처럼 반응해서 손이 멈추거든. 한 번은 물컵을 들고 있었는데, 알람 듣고 깜짝 놀라서 물을 책상 쪽으로 살짝 쏟을 뻔했어. 자취방의 안전교육이 왜 이런 데서 시작되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다음부터는 “아 전자렌지 알람이 저 소리구나” 하고 마음을 잡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야. 내가 외출 준비하다가 전자렌지 돌리면 소리가 더 크게 들려. 문 닫고 나가려는 찰나에 울리니까, 마치 누가 뒤에서 부르는 것 같아. “야, 잠깐만!” 하는 느낌으로, 정신이 확 돌아오는 거지. 진짜로 내 폰이 울리는 줄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자렌지도 사람 심리를 너무 잘 아는 것 같아.
근데 가장 심각했던 건 친구 불렀을 때였어. “야, 자취방에서 뭘 좀 데워 먹으면 바로 먹을 수 있음” 이런 자랑 비슷하게 하다가, 내가 말로는 괜찮다고 했는데 전자렌지 알람이 터진 거야. 친구가 “야 누구 전화 와?” 하면서 휴대폰 들더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데, 친구는 더 확신해. “아니 너 폰이 왜 벨소리 안 울려? 근데 소리는 폰이랑 똑같잖아” 하면서. 결국 둘 다 전자렌지를 쳐다보게 됐고, 그제야 내가 “아 이게 전자렌지야”라고 말했지.
친구는 그 순간부터 내 전자렌지를 ‘벨소리 기계’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전자렌지에서 울리면 너 연락 안 와도 일단 심장부터 뛰는 거냐” 같은 소리도 하고. 그 말이 좀 맞아서 더 웃겼어. 나도 내가 왜 그렇게 폰 찾았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소리가 너무 익숙하잖아. 집에서 하루 종일 알림 소리에 익숙해지면, 다른 소리도 알림처럼 느껴지는 건가 싶더라. 전자렌지는 음식만 데우는 게 아니라, 내 뇌의 습관도 같이 리프레시하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나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어. 처음엔 전자렌지에 들어가기 전에 뚜껑 닫고, 소리 크기 낮추는 방법 같은 걸 찾아봤는데, 자취방에 있는 전자렌지는 그런 고급 옵션이 없어. 그 다음엔 “조용한 모드”를 기대했는데 모드가 있긴커녕 그냥 시간 맞추면 울리는 구조더라고. 결국 선택지는 하나였어. 알람이 울릴 때 내가 깜짝 놀라지 않게,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것. 그래서 “링-링” 소리 들리면 무조건 폰 찾기부터 하지 말고, 바로 전자렌지부터 확인하기로 약속했지.
훈련은 생각보다 빨리 됐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반대로 이상해졌어. 내가 전자렌지 돌릴 때는 잘 확인하고, 폰은 안 찾는데… 대신 전자렌지 알람이 안 울리면 내가 더 불안해. 시간이 끝난 것 같은데 소리가 안 나면, 그때 가서 “어? 고장 났나?” 하면서 전자렌지를 열어봐. 그러면 안에 음식은 멀쩡히 데워져 있고. 결국 나는 전자렌지가 아니라, 그 알람이 있어야만 안심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지금 결론은 이거야. 자취하면서 전자렌지 돌리면 알람이 벨소리처럼 들림. 그 소리 덕분에 내가 연락 기다리는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고, 연락이 없는데도 마음이 바빠지고, 심지어 내 생활이 ‘알림형 인간’으로 진화해버렸어. 오늘도 밥 데우면서 “링-링” 나오면 마음속으로 생각하지. 아, 아직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전자렌지가 대신 울려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