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문 앞에 두고 사진도 안 찍음
배달기사님이 문 앞에 두고 사진도 안 찍음. 이게 무슨 느낌이냐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알겠는데 본인들도 그걸 잊어버린 느낌이랄까. 문 앞에 뭔가 놓여 있는 건 확인했는데, “사진으로 남겨서 분쟁 방지” 그 기본이 통째로 빠져 있더라.
처음엔 그냥 바쁜가 보다 싶었어. 초인종 누르지도 않고 문 앞에 가만히 두고 가셨는데, 알림은 “배달 완료” 딱 뜸. 나는 문 열기 전에 현관 밖을 대충 훑어봤지. 보통은 사진이랑 함께 오는데, 이번엔 알림이 너무 조용했어. 조용한 배달 완료… 이거 은근히 찝찝하더라.
“사진을 왜 안 찍지?” 하면서 앱을 눌러봤는데, 배송 상세에 그냥 텅 빈 것처럼 보이는 거야. 마치 기사님이 문 앞에 두고는 사진을 찍으려다가 손가락이 아니라 영혼을 놓고 온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음식은 있을 테니까 일단 열어보자 싶어서 문 열었지.
문 앞엔 맞게 비닐봉지가 하나 있었어. 근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내가 음식 꺼내려고 비닐을 들었는데,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봉투가 옆으로 쓸리더라고. 그러니까 사진이 없으면 누가 봐도 “혹시 다른 집에 둔 거 아냐?” 같은 말이 가능해지는 구조지.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분쟁 시나리오가 자동재생 됐어.
그래서 바로 기사님께 연락했어. 딱 한마디로 시작했지. “혹시 사진은 안 찍으셨나요?” 그랬더니 답이 오는데, “네~ 문 앞에 두고 갔습니다”. 이게 무슨 답이야. 문 앞에 두고 갔다는 말은 이미 알지. 내가 원하는 건 ‘사진’이야. 방금 전까지 내 뇌를 괴롭힌 건 사진의 부재인데 말이야.
나는 또 앱에서 배송 완료 시간을 확인했어. “완료 12:07” 이렇게 찍혀 있는데, 사진이 아예 없으니까 시간만 남은 느낌. 마치 출석체크만 하고 수업은 안 들은 것처럼 어딘가 허전하잖아. 그래서 다시 “사진이 없어서 확인이 어려워요”라고 길게 써서 보냈는데, 그다음 답이 더 재밌는 거야. “확인하셨으면 됐습니다” 같은 톤이더라.
여기서 내가 빡친 포인트는, 내가 확인했으니까 끝이라고 치면 안 되는 거지. 세상에 “내가 찾았으니 분쟁은 없다”가 통하는 순간이 어디 있어? 예를 들면, 우리 집 문 앞은 복도형이라 시선이 다른 집으로도 넘어가. 누가 가져가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인데, 사진이 없으면 그 위험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야. 나는 그냥 안전장치가 빠진 느낌이었어.
그래도 결국 내가 가져다 먹긴 먹었지. 음식은 따뜻했고, 맛도 괜찮았고, 결국 내 배가 먼저 해결을 봤으니까. 그런데 그날 이후로 마음이 이상하게 남더라. 배달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때는 다행인데, 만약 다른 날에 같은 방식으로 배치했으면 “못 받았다”가 아니라 “내가 받은 게 맞나?”가 될 수 있잖아. 그 생각 하니까 어이가 좀 없더라.
그래서 다음 번에 배달 오면 앱 알림 뜨는 순간부터 내가 은근히 카메라를 기다리게 됐어. 사진이 올라오면 “아, 이제야 안심이 된다” 같은 감정이 생기더라. 배달기사님이 사진을 찍는 건 귀찮은 일이 아니라 보험이구나 싶었지. 오늘은 내가 확인했지만, 내일은 누가 대신 확인해주나… 그런 마음이 들면서, 결국 제일 웃긴 건 내가 그 봉투를 들고 있던 그 순간이었어. 내가 분쟁을 막았다기보다, 사진이 없어서 내가 갑자기 수사관이 된 느낌.
결론적으로, 배달은 성공했는데 찝찝함이 남아서 하루 종일 “사진 안 찍으면 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하지?” 이 생각만 했어. 그리고 가끔은 상상해. 기사님이 문 앞에 두고 나서 카메라 앱을 켜는 대신, 잠깐 폰을 내려놓고 “사진은… 내일 찍어도 되나?” 하고 잊어버린 장면. 그 장면이 떠오르면 웃기다가도, 내 음식은 이미 식탁 위에 있어서 더 웃겨. 아무튼 다음엔 꼭 사진까지 부탁드립니다,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