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내 프레젠테이션에 폰트가 자꾸 튀어나옴
회사에서 내 프레젠테이션에 폰트가 자꾸 튀어나옴… 이 말 그대로예요. 저는 멀쩡히 슬라이드 만들고, 파일도 정상적으로 저장하고, 저장된 걸 그대로 들고 프레젠테이션 시작했는데, 화면에 뜨는 순간부터 글자가 “어? 나 여기로 왜 와?” 하면서 제멋대로 튀어나오더라고요.
처음엔 제 PC 문제인 줄 알았어요. 회의실에서 빔 연결하고 “자, 제가 간단히…” 하는 찰나에, 타이틀 폰트가 위로 솟구치더니 배너 아래쪽을 박살 내면서 줄이 밀렸어요. 마치 글자가 숨을 못 쉬고 뭔가를 해야 할 것처럼요. 옆 팀장님이 제 얼굴만 보다가, 화면을 한 번 보고는 조용히 웃음참는 표정이 나오길래, 그때부터 아, 이건 운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싶었죠.
저는 급하게 “버퍼링 중입니다” 같은 말을 할 타이밍도 없이, 즉석에서 레이아웃을 다시 맞추려 했어요. 근데 더 웃긴 건, 제가 보고 있는 화면이랑 프로젝터에 뜨는 화면이 달랐다는 겁니다. 제 노트북에서는 글이 멀쩡한데, 다른 사람 화면에서는 글자 크기가 갑자기 2배가 되고, 자간이 늘어나서 문장이 마치 확장팩을 받은 것처럼 길어져요.
그래서 원인을 찾으려고,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었죠. 폰트도 “기본 폰트로 통일”하고, 글자 크기도 딱 맞춰서, 줄바꿈도 직접 넣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다음 회의에서 또 터졌어요. 제가 세팅을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한 순간, 타이틀 아래에서 본문이 튀어나오면서 “보고드릴 내용입니다” 문장이 “보고드릴 내 용입니다”처럼 띄어쓰기 위치가 이상해진 거예요. 누가 일부러 공격적으로 띄어쓰기한 느낌… 그때 정말 멘탈이 한 번 접히더라고요.
여기서 포인트는, 폰트가 튀는 게 “항상 같은 폰트”가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슬라이드는 멀쩡하고, 어떤 슬라이드는 꼭 한 글자에서부터 시작해요. 예를 들면 “중요”라는 단어가 들어간 칸이 있으면, 늘 “중”만 먼저 앞으로 튀어나오고 그 뒤를 나머지 글자가 따라가는 식이죠. 마치 글자들이 소풍 가는데, 맨 앞 글자가 뛰어가버려서 나머지가 따라오는 장면 같아요.
저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파일을 여기저기 테스트했어요. 동료 노트북에서도 열어보고, 다른 회의실에서도 띄워보고, 심지어 개인 PC에서도 똑같이 확인하겠다고 땀을 흘렸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어요. 결론은 간단하더라고요. 회사 PC나 프레젠터 쪽에서 특정 폰트를 다른 폰트로 대신 렌더링하면서 폭이 바뀌는 거였어요. 제가 보기에는 “거의 같은 글꼴”인데, 기계는 그걸 “완전 다른 글꼴”로 인식하는 거죠.
그래서 결국 저는 “그럼 아예 폰트를 없애자”로 가게 됐습니다. 즉, 슬라이드에선 텍스트를 고정된 모양처럼 보이게 하려고, 가능하면 그림으로 바꾸고, 폰트 의존도를 줄이려 했어요. 근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죠. 글자를 이미지로 바꾸는 순간, 용량이 늘어나고, 발표할 때 로딩이 조금 늦어지는 겁니다. 발표는 빨라야 하는데, 제 슬라이드는 점점 “천천히 보여주세요”를 요구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속도와 정확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게 됐어요.
그리고 오늘, 드디어 ‘반쯤 승리’ 했습니다. 폰트는 완전히 단일로 고르고, 줄 간격도 전부 정리하고, 텍스트는 최대한 짧게 만들어서 레이아웃이 깨질 틈을 없앴어요. 그런데 마지막 한 장에서 또 튀어나오더라고요. 하필이면 제가 제일 자신 있던 “마무리” 슬라이드였습니다. 그 슬라이드는 배치가 멀쩡했는데, 유일하게 작은 글씨로 넣은 “감사합니다”가 화면 오른쪽 끝에서 살짝만 삐져나온 거예요. 딱 한 번, 아주 작게요. 그 순간 깨달았죠. 폰트가 아니라… 제 마음이 튀어나온 거라고요.
결국 회의 끝나고 팀장님이 “이번엔 괜찮았어요. 딱 마지막 ‘감사합니다’가 옆으로 한 칸만 더 나가면 포스터 같긴 하다”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저는 웃으면서 “네, 다음엔 포스터 버전으로 하겠습니다” 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슬라이드를 만들 때마다 늘 확인합니다. “이게 깨지면, 최소한 웃기게라도 깨지자.” 폰트가 튀는 건 막을 수 없지만, 분위기는 제가 잡을 수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