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의무실 근처에서 나지막이 들리는 노래 소리
군대 의무실 근처에서 나지막이 들리는 노래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무슨 장난인 줄 알았다. 근데 그 소리가 매일 밤 같은 시간, 같은 멜로디로 울려 퍼지더라.
의무실은 보통 조용한 편인데, 그때만큼은 뭔가 달랐다. 밤 11시쯤, 근무자들이 조용히 쉬려고 하는데 멀리서 희미하게 여성 목소리로 가사가 들려오는 거다. ‘봄날의 기억’ 같은 옛 노래였는데, 너무 슬프기도 하고 이상하게 중독성 있었다.
처음엔 누가 라디오 틀어놓은 줄 알았는데, 의무실 내부나 밖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 주변에 아무 장비도 없었거든. 게다가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지는 식이었다.
근무자들 사이에선 은근히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노래 부르는 사람, 예전에 의무실에서 치료받던 환자였다는 얘기 있더라"라든가, "사고로 숨진 환자가 밤마다 나오는 거래" 같은 이야기들. 무서워서 일부러 그 시간에 근무가 겹치면 의무실 밖에 안 나가려고 했다.
어느 날, 호기심 많은 후임이 녹음기를 들고 밤근무를 섰는데 결과가 신기했다. 녹음 파일에는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한 노랫소리가 들어있었고, 주변 소음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 뒤로도 소리는 계속됐고, 사람들은 점차 그 노래에 익숙해졌다.
그 중 한 명은 직접 그 장소 근처를 수색했는데, 아무런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심지어 의무실 근처에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와 조그만 벤치가 있는데, 그곳에서 바람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더라.
그런데 재미있는 건, 어느 날부터 노래 가사가 조금씩 바뀌었다는 거다. 처음에는 ‘봄날의 기억’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가사가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잊지 말아줘요, 나 여기 있어요” 같은 문장 말이다.
군대 특성상 다들 바쁘고 피곤했지만, 그 노래 듣는 순간만큼은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조용히 위로해주는 느낌이랄까. 이상하게도 그 노래가 끝나면 몸도 정신도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가장 소름 끼친 건, 어느 날 의무실 신병이 며칠 전 그 노래를 부르던 환자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였다. 게다가 그 신병은 아직 전역하지도 못했는데, 왜 그 이름이 노랫말에 나오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사실 지금도 그 노래 소리는 가끔 들린다. 아무 소리도 없는 밤, 의무실 근처 길을 지날 때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 낮고 애잔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아마 누군가는, 그 노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