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물 새는 소리 찾다가 결국 웃음
자취방에서 물 새는 소리 찾다가 결국 웃음… 이 말, 진짜로 제가 겪고도 “이걸 왜 이렇게까지 했지?” 싶을 정도로 어이없게 시작됐어요. 밤 열한 시쯤, 자취방의 공기까지 정적이 내려앉는 그 시간에 딱 ‘톡, 톡…’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배관이 식는 소리겠지 싶었는데, 문제는 그 소리가 너무 성실하게 계속된다는 거예요. 잠을 자려는데 리듬이 생기니까… 뇌가 자동으로 음악 앱을 켜는 느낌이랄까요.
처음엔 당연히 “누가 수도 틀었나?”부터 의심했죠. 근데 옆집은 아무도 안 살고, 관리실에도 연락해봤자 돌아오는 말은 “점검은 다음 주에…” 같은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소리가 나오는 쪽을 찾기 위해 거실-주방-화장실을 왔다 갔다 했는데, 이게 또 웃긴 게 소리가 한 군데 고정이 아니라 거의 전 부위를 훑고 다니는 듯했어요. 걸을 때마다 ‘톡, 톡’이 따라오는 느낌이라, 마치 제 그림자랑 대화하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전략을 바꿨어요. 물 소리니까 “물기”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저는 주머니에서 휴지와 종이컵을 꺼내고, 벽에 바짝 붙어 손바닥으로 촉감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별거 없었어요. 벽은 멀쩡하고 바닥은 마른 편이고, 화장실 바닥 배수구도 정상. 오히려 문제는, 물 새는 소리가 너무 조용한 게 아니라 “아, 여기 있지?” 하고 일부러 유혹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점이었어요. ‘있다’가 아니라 ‘찾아오라’는 느낌.
그 다음엔 과학(?)을 꺼냈죠. 저는 인터넷에서 물 새는 소리 찾는 법을 검색했는데, 거기엔 “휴지 한 장 올려두고 관찰하세요” “비눗물로 확인하세요” 같은 말이 있더라고요. 비눗물은 당장 살 수 있고, 휴지는 이미 있었고, 저는 진짜 탐정처럼 행동했습니다. 비눗물은 싱크대 아래 배관 근처에 발라봤고, 휴지는 바닥 모서리들에 붙여두었어요. 그리고 기다렸죠. 몇 시간째 아무 반응이 없으면 그건 기다림이 아니라 공포 영화 엔딩이에요. 근데도 소리는 계속 나서 더 미치겠더라고요.
결국 저는 ‘진짜 원인’이 물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화장실 변기 물 내려가는 쪽, 그 물탱크 안에서 조용히 새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변기를 열어봤더니, 처음엔 아무 이상 없어 보였어요. 근데 손을 대는 순간 “어…?” 싶었죠. 물탱크 내부 부품이 미세하게 헐거워져 있었고, 그게 제가 듣던 ‘톡, 톡’하고도 비슷한 박자로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확신이 생겨서, “찾았다”라고 속으로 외치며 부품을 조심히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여기서 반전이 터졌습니다. 부품을 손보는 건 쉬웠는데, 그 다음이 문제예요. 물탱크를 다시 조립하고 뚜껑을 닫았는데도 ‘톡, 톡’ 소리가 똑같이 들리는 겁니다. 저는 순간 멍해졌고, 머릿속에 “그럼 다른 데인가?”가 연달아 재생됐어요. 다시 주방으로 가고, 다시 화장실로 돌아가고, 또 배수구를 확인하고… 결국 저는 물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제 방바닥이 아니라 싱크대 아래 문틈 쪽으로 고개가 계속 기울어지더라고요.
거기서 저는 진짜 황당한 걸 발견했어요. 싱크대 아래 수납장 바닥에 작은 물자국이 있었는데, 그게 오늘 생긴 게 아니고 누적돼서 얕게 번진 흔적이더라고요. 그러면 “언제부터?”가 문제가 되잖아요. 그런데 그 물이 어디서 왔냐면… 제가 매일 물병을 씻어서 싱크대에 올려두고, 손으로 닦을 때 물방울이 튀는 걸 대충 흘려보냈던 게 어느 순간부터 쌓여서 배수되는 방식이었던 거예요. 즉, “새는” 게 아니라 “제가 계속 만들고 있었던” 거였던 겁니다. 더 웃긴 건, 그 소리의 리듬이 싱크대 배수 호스가 살짝 당겨져서 물방울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랑 똑같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결국 청소를 제대로 했습니다. 싱크대 아래 수납장 다 꺼내서 닦고, 호스 위치도 정리하고, 물방울이 떨어질 경로를 막아봤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용히 기다렸죠. ‘톡, 톡…’ 하던 소리가 점점 약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아예 멈추는 겁니다. 그 순간 저는 한동안 말이 안 나왔어요. 뭐랄까, 해결했다기보단 제 자신한테 속은 느낌? 그런데 동시에 너무 웃겨서, 혼자 방 안에서 허허 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자취방에서 물 새는 소리 찾다가 결국 웃음. 결론은 거창한 사고가 아니라, 제가 생활하면서 만들어놓은 작은 습관들이 합쳐져서 사건처럼 느껴졌던 거였어요. 그 뒤로는 물병 씻고 나면 싱크대 아래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됐고, 배관 소리 들릴 때마다 먼저 “내가 지금 뭘 흘리고 있지?”부터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끔 밤에 톡톡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덜컥하지만요… 이번엔 제가 탐정이 아니라 그냥 자취인임을 기억하면서, 끝내 웃고 넘기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