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으로 받은 물건이 내 집 주소를 기억함
당근으로 받은 물건이 내 집 주소를 기억함… 아니 정확히는 “기억할 만한 이유가 없는데” 자꾸 떠올리는 느낌이라 더 소름이더라. 처음엔 그냥 판매자 분이 성실해서 그런가 했는데, 대화가 이어질수록 묘하게 내 동선까지 아는 사람처럼 굴어서 웃다가도 식은땀이 났다.
그때 산 건 별거 아닌 중고 책상 서랍장? 뭐 그런 거였어. 가격도 괜찮고 사진도 깨끗해서 바로 채팅 걸었지. 나는 “문 앞에 놓아주시면 될 것 같아요” 같은 평범한 요청만 했고, 포장이나 배송 방식도 대충 합의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판매자 분이 주소를 묻는 말에서부터 텐션이 달랐어. “네, 주소는 ㅇㅇ동 00-00으로 알고 있어요. 맞죠?” 하고 확인을 하더라.
나는 결제를 막 눌러둔 상태라 주소는 당연히 앱에 저장되어 있잖아. 그래서 “네, 맞아요” 하고 넘어갔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 바로 다음 말이 “아파트 단지 이름이랑 동호수도 전에 보던 그대로예요. 택배기사님도 그쪽으로 잘 찾아가시더라고요” 이러는 거야. 난 책상 하나 거래하는데 왜 굳이 택배기사님 이야기까지 나올까 싶었지.
일단 물건은 잘 받았어. 포장도 깔끔했고 상태도 사진 그대로였고, 뭐 나무랄 데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하고 거래를 마무리하려 했는데, 다음 날이 문제였어. 갑자기 그 판매자 분에게서 “혹시 서랍에서 냄새 밴 거 괜찮으세요?” 같은 메시지가 온 거야. 난 냄새 얘기를 한 적이 없거든. 그냥 잘 받았다고만 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내가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아직 말 안 했는데요”라고 물었더니, 그분은 “지난번에 올려주신 사진에서요. 서랍 열어보는 각도랑 모서리로 보이는 거라서요”라고 답하더라고. 솔직히 난 이전 거래나 사진을 올린 기억이 없는데, 그분은 마치 예전부터 날 거래한 사람처럼 말했어. 그때부터 느낌이 이상해졌지. 내가 뭘 올린 적이 있나? 앱 알림을 잘못 본 건가? 혼자 체크하다가 더 찜찜해졌어.
그리고 진짜 웃긴 건 그 뒤로 주소가 계속 튀어나온다는 거야. 며칠 후에 내가 커뮤니티에서 본업 얘기하다가 “집 앞 택배가 자주 쌓이더라” 같은 글을 올렸거든. 그걸 본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일상글이었는데, 판매자 분이 또 “그 동 앞에 택배 보관 장소가 따로 있긴 해요. 단지 안쪽 편이 더 안전해요”라고 적는 거야. 나는 거기 보관 장소를 말한 적도 없고, 누가 봐도 알기 쉬운 지점도 아니거든. “어떻게 저걸 알고 있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티 난다 싶어서 더 웃겼어.
내가 결국 “주소는 앱에 저장돼서 자동으로 표시되는 건데, 왜 자꾸 그 이야기를 하세요?”라고 정색하듯 물었어. 그분은 “저도 습관이 있어요. 배송 전에 한 번 더 확인하고, 혹시나 길 헷갈리면 바로 찾아가야 해서요”라고 하더라.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더 웃겼어. “그리고 동호수 말고도 현관 비밀번호 옆에 붙어있는 메모 같은 것도 전부터 봤던 것 같아서요.” 이 말 듣는 순간 그냥 심장이 쿵 내려앉았지. 물론 나는 비밀번호 메모 같은 거 안 붙여. 그런 걸 봤을 리가 없는데, 마치 ‘봤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대화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거래 후기만 남기고 대화 차단을 했어. 그 뒤로는 메시지가 안 오더라. 그런데 여운이 남는 게 뭐냐면, 당근은 기본적으로 익명 기반인데도, 누군가는 자꾸 “내 집 주소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더라. 물건을 전달하는 순간에만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머릿속에 내가 ‘배송 위치’로 저장된 것 같아서 좀 불쾌했어. 내 주소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건 앱이지만, 그 사람이 계속 기억하는 건 사람이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황당했던 건, 한 달 뒤에 내가 또 다른 중고를 샀는데 판매자가 배송 전에 연락하면서 “혹시 지난번 그분이랑 같은 동이시죠?”라고 묻더라. 난 그냥 웃어버렸지. 내가 이사를 한 적도 없고, 동네가 비슷한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연결될 줄은 몰랐거든. 결론은 하나였어. 당근에서 물건을 사면 끝나는 게 아니라, 내 주소는 어딘가에서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오늘도 택배 오는 날이면 괜히 문 앞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된다… 주소가 기억되면, 결국 내가 먼저 신경 쓰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