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팀장님이 내 성과를 칭찬하는데 타이밍이 이상함
회사에서 팀장님이 내 성과를 칭찬하는데 타이밍이 이상함. 정확히 말하면, 칭찬 자체는 달달했는데 그걸 꺼내신 타이밍이 너무… “응? 지금?” 이거였어요.
그날도 평소처럼 회의실에 빨리 들어가서 노트북 켜고 자료 넘기는데, 팀장님이 저를 딱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더라고요. 대단한 발표를 하려는 사람처럼 마이크도 없이 기세만 잡고요. 전 그 순간 “오, 뭐 인정 받나?” 싶어서 등짝이 살짝 간지러웠습니다.
팀장님이 회의 시작하자마자 제 이름을 먼저 부르더니, “이번 달에 ○○건 처리한 거 진짜 잘했어. 이 정도면 우리 팀의 기준을 끌어올린 거지.”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다들 고개 끄덕이는데, 저는 칭찬을 받는 사람이 맞는데도 왠지 손이 뻣뻣해졌어요. 칭찬은 보통 회의 끝날 때 하잖아요? 그런데 그날은 회의 초반부터 폭격처럼 오더라고요.
더 이상한 건 그 다음이었어요. 칭찬이 끝나자마자 팀장님이 갑자기 제 앞에 있는 자료를 가리키더니 “그래서 이 방식, 다음 주부터는 다른 프로젝트에도 그대로 적용하자.”라고 말한 겁니다. 물론 제 성과를 바탕으로 확장하는 건 좋은데, 문제는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결론 내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죠. ‘이번 달에 칭찬 받았는데, 왜 다음 주부터 전파를 내가 맡아야 하지?’ 보통 칭찬은 칭찬으로 끝나거나, 최소한 “누가 이어받을지”가 같이 나오잖아요. 근데 팀장님 말투가 “좋아, 너 지금부터 그 역할이야”로 들렸거든요.
회의가 계속되면서 분위기는 더 묘해졌습니다. 다들 “와 팀장님이 이걸 이렇게 직접 말하네” 하면서 분위기만 띄우고, 정작 실행 계획은 슬쩍 넘어갔어요. 그런데 팀장님은 계속 저만 보시더니, 다른 분들이 질문할 때 “일단 ○○가 정리해서 공유해.” 이 한 문장으로 모든 게 정해지는 거 있죠. 공유해? 정리해? 공유는 보통 파일로 끝나는데, 그날은 그냥 “네가 해”로 들렸습니다.
회의 끝나고 나서도 이상했어요. 다들 회의록 얘기하고 일정 확인하는데, 팀장님이 제 옆으로 오더니 어깨를 툭 치면서 “너 이런 거 하면 되게 빨리 잡더라. 그러니까 너한테 맡기면 편하다.”라고 말하시는 거예요. 편하다…? 전 칭찬받은 기분보다, 마음속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느낌이었습니다. 칭찬의 내용이 아니라, 칭찬이 ‘면책’처럼 쓰이는 순간이 있잖아요. “너 잘하니까 네가 알아서 해.” 그 문장이요.
그날 밤에 팀 단톡을 확인했더니 진짜였어요. 오전 회의에서 나온 다음 주 적용 안건이 그대로 티켓으로 쌓여 있었고, 담당이 저로 찍혀 있었습니다. 게다가 일정은 촉박하게 “긴급”으로 박혀 있었죠. 저는 웃음이 나왔어요. 칭찬이 이렇게 빠르게 결론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거든요. 아, 물론 제가 잘한 건 맞습니다. 근데 타이밍이… 진짜로 너무 정확하게 “지금 바로 일 떠넘기기용 칭찬”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히려 제가 먼저 정리안을 들고 갔어요. 팀장님이 저를 칭찬하실 때의 포인트를 그대로 가져와서, “적용 방식은 이렇게 하고, 데이터는 이 기준으로 잡고, 리스크는 이런 것”처럼요. 팀장님이 제 보고를 듣더니 처음엔 눈이 반짝하더니, 마지막에 “역시 너는 정리도 깔끔해.” 이러더라고요. 그 순간 깨달았죠. 칭찬의 진짜 목적이 제 실력 자랑이 아니라, 제 능력으로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구간’을 대신 메우는 거라는 걸요.
그래도 희한하게 기분이 완전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왜냐면 제가 준비해 간 정리 덕분에, 결국 제가 혼자 끌어안는 형태가 아니라 팀에서도 같이 작업할 분위기가 잡히더라고요. 팀장님은 또 칭찬을 하셨고요. 이번에는 “너 덕분에 구조가 잡혔다”고. 그 말 들으면서 저는 오늘도 결론을 내립니다. 회사에서 칭찬은 시작이 아니라, 다음 일을 위한 신호일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신호를 눈치채는 사람이 결국 편해집니다. 물론 칭찬도, 타이밍도… 조금만 덜 무섭게 해주면 더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