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밤마다 들리는 소리, 알고 보니 내 옆방 배달
자취방에서 밤마다 들리는 소리, 알고 보니 내 옆방 배달. 처음엔 그냥 “야… 이건 또 어디선가 공사하나?” 정도로 넘겼어요. 근데 매일 밤 거의 같은 시간대에, 딱 일정한 리듬으로 똑똑, 끌컥, 그리고 마지막에 탁— 하고 무언가 놓이는 소리가 반복되더라고요. 저는 귀마개 끼면 될 줄 알았는데, 그 소리는 귀마개를 뚫고 들어오는 타입이었어요.
처음엔 진짜로 별생각이 없었어요. 자취방은 벽이 얇다 보니까 윗집에서 뭔가 떨어뜨리거나 배관 타고 소리 나는 건 흔하잖아요. 근데 문제는 그 소리가 너무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 같았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문 앞에서 발을 끄는 소리, 계단에서 내려오는 소리, 그리고 뭔가를 문 손잡이 앞에 두고 살짝 멀어지는 소리. 저는 그걸 들으면서도 “설마 내가 잠든 사이 누가 배달을…?” 같은 생각은 못 했어요.
며칠 지나니까 제가 오히려 예민해지더라고요. 밤 11시쯤만 되면 자동으로 귀가 세팅되는 느낌.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이번엔 뭐지” 하면서 벽을 톡톡 두드리고 싶을 정도였는데, 참았죠. 왜냐면 제가 누구랑 싸우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혹시 옆방에 누가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 괜히 무서워지니까요.
그래서 반쯤은 용기, 반쯤은 호기심으로 다음날 밤을 기다렸어요. 그날은 일부러 늦게 누워서 소리가 나는 타이밍을 확인해보려고요. 11시 07분. 시작이 딱 그때였어요. 똑똑… 끌컥… 그리고 탁. 저는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이건 공사도 아니고, 단순 발소리도 아니고, 진짜로 누군가가 문 앞에 뭔가를 놓고 돌아가는 그 과정이랑 너무 똑같았거든요.
일단 의심의 방향을 옆방으로 잡았어요. “이 시간에 옆방이 배달을 시키나?” “아니면 누가 종종 와서 뭘 두고 가나?”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막상 확인하려고 하면 또 무섭고요. 그래서 저는 안전하게(?) 전략을 짰습니다. 다음날 밤엔 제가 현관 앞까지 걸어갈 정도로만 조용히 준비하고, 소리가 시작되는 순간을 노려보는 거죠.
밤이 되자 역시 그 리듬이 재생됐어요. 똑똑… 끌컥…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탁 소리 이후에 “어… 잠깐만요” 같은 낮은 목소리가 아주 잠깐 들리는 거예요. 그게 제 생각보다 더 선명하게 들려서 저는 소름이 돋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문 쪽으로 귀를 대고 있으면, 다시 움직이는 발소리가 멀어졌다가, 또 가만히 있는 시간이 오더라고요. 마치 배달 받는 사람이 “아직인가?” 하고 문 앞에 서 있다가, 문이 열리기 직전에 멈춘 느낌이요.
그때 확신이 들었습니다. 옆방 배달이에요. 진짜로. 그리고 알고 보니 내 옆방 배달이 아니라, 옆방에서 배달을 받은 다음에 문 앞에서 뭔가를 정리하는 소리였던 거죠. 저는 그날부터 소리의 패턴이 더 잘 들리기 시작했어요. 어떤 밤은 탁 소리가 가벼운 편이고, 어떤 날은 철컥 하고 좀 묵직한 느낌. 저는 결국 “오늘은 치킨이냐, 오늘은 탕이냐, 오늘은 디저트냐”를 소리로 감별하는 단계까지 올라갔습니다.
문제는 그게 너무 익숙해져버렸다는 거예요. 처음엔 불쾌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 지금쯤 옆방 배달 오겠네”가 알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침대에서 휴대폰을 켜고 시계를 보게 되고, 옆방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살짝 들릴 때면 괜히 마음속으로 “오늘도 잘 왔다” 같은 엉뚱한 응원을 하게 됐습니다. 배달은 조용히 오고, 소리로 생활을 바꿔놓는구나… 싶더라고요.
한번은 제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라서 조심스럽게 벽 너머로 뭐라도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만약 밤에 누군가에게 그런 식으로 “당신 때문에 소리 들려요”라고 말해버리면, 상대는 “어? 미안” 하고 사과하긴 하겠지만, 그 다음엔 더 조용하게 하려고 결국 생활이 꼬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관찰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밤 11시쯤, 똑똑 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또 자동으로 귀가 세팅됐고요. 근데 이번엔 탁 소리가 나자마자 아주 빠르게, 딱 한 번만 “감사합니다!”가 들리더라고요. 그 말이 들리는 순간 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 여긴 진짜 사람이 있고, 배달은 배달답게 끝나는구나. 제가 밤마다 불안해했던 게 결국엔 옆방의 일상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 거죠. 자취방에서 제일 무서운 건 괴담이 아니라, 결국은 내 옆방의 평범한 배달 알람이었다는 결론. 그리고 내일 또 무슨 메뉴일지, 저는 또 소리로 기대하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