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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야근 신청했더니 출근도 같이 신청됨

2026-08-10 20:41:10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야근 신청했더니 출근도 같이 신청됨. 처음엔 ‘야근 수당 누락 방지’ 같은 거겠지 했는데, 다음 날 제 캘린더를 본 순간부터 제 인생도 같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은 평범한 월요일에 터졌어요. 저는 일이 좀 밀려서, 사내 시스템에 들어가 야근을 신청했죠. 버튼은 크게 두 개만 있었습니다. “야근 신청”과 “정시 퇴근”…. 전 당연히 야근 신청을 눌렀고, 알림까지 “제출 완료”라고 떴습니다.

문제는 신청 후에 바로 출근 알림이 왔다는 겁니다. 문자로 “출근 시간 변동 안내: 해당 날짜 출근 확정” 이라고요. 저는 그때도 아직 ‘혹시 시스템이 야근 신청하면 출근도 자동으로 따라가는 구조인가?’ 같은 쓸데없는 합리화를 했습니다. 회사들은 다 그런가요? 그러게요. 다들 자동화의 노예가 되어가더라고요.

그래도 마음이 찜찜해서 앱에서 상세 내역을 눌러봤습니다. 그런데 확인된 건 야근 신청이 아니라, “야근(추가근무) + 출근(조정)”이었습니다. 저는 진짜로 손가락이 멈췄어요. 제가 신청한 건 야근인데요. 출근도 같이… 신청? 이건 출근을 신청한 게 아니라, 출근을 저한테 떠넘긴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오전 9시 5분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제 앞자리에 앉은 팀원이 먼저 제 얼굴을 보고 웃더라고요. “너 오늘 출근했네?” 하는데, 전 속으로 ‘당연히 출근하지, 내가 왜 안 출근을 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팀원이 다음 말을 하자마자 제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방금 HR에서 공지 떴어. 너 야근 신청한 날짜, 출근도 같이 확정됐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제 머릿속엔 한 가지 결론만 남았습니다. 제가 시스템에 야근 신청만 한 게 아니라, ‘출근까지 포함된 야근’이라는 묘하게 포괄적인 옵션을, 본의 아니게 선택해버린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제 선택이 ‘오후에 늦게까지 일할게요’가 아니라 ‘오후에 늦게까지 일하되, 출근도 확정해 주세요’였던 거죠.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저는 시스템 담당자에게 문의를 넣었습니다. “제가 야근만 신청한 걸로 알고 있는데 출근도 같이 뜹니다.” 문의 제목은 최대한 공손하게 적었고, 내용엔 최대한 사실만 남겼습니다. 그런데 답장이 오더라고요. “해당 날짜 야근 신청 시 출근시간 자동 산정이 적용됩니다. 별도로 출근 변경이 필요한 경우, 출근 탭에서 수정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 문장을 읽고, 그날 처음으로 ‘산정’이라는 단어가 원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동 산정? 그러면 제 의도는 어디에 저장되는 건데요. 저는 단지 야근을 신청했을 뿐인데, 출근 탭에서 수정하라고요. 그럼 시스템이 제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출근도 같이 확정할까요?” “아니요” 버튼은 어디에 있죠? 찾다가 결국 못 찾았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 회사 앱은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대신 결론을 내려요.

결국 전날 제가 본 게 있었나 싶어서 다시 신청 화면으로 돌아갔습니다. 거기엔 아주 작은 글씨로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야근 신청 시, 근무 일정 연속성을 위해 출근 시간도 함께 확정됩니다.” 작은 글씨는 늘 악마의 필체죠. 저는 ‘연속성’이라는 말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연속성 좋으니까 사람도 연속으로 괴롭혀요?”라고 투덜거렸습니다.

오후에 다시 시스템을 확인하니, 제 출근 확정이 그대로 유지된 채로 야근 신청만 정상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즉, 제 요청은 이상하지 않았고, 제가 이상했어요. 저는 바로 결론 내렸습니다. 앞으로 야근을 신청할 때는 출근도 같이 신청된다는 게 아니라, 야근을 신청하면 출근까지 ‘한 세트’로 나오는 메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요. 마치 편의점 도시락이 “밥+국+반찬” 세트로 구성된 것처럼요. 다만 도시락은 선택권이 있는데, 이건 선택권이 없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저는 그날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했고, 야근도 무사히 끝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 다시 야근 신청을 하려다가, 캘린더가 또 어떻게 될지 상상하다가 손이 멈췄어요. 그냥 신청 버튼 누르기 전에, 출근 탭이랑 작은 글씨를 먼저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기술이 있다면… 다음 번엔 제가 시스템을 상대로 “출근도 신청하실래요?”가 아니라 “야근만 할래요”라고 말할 수 있는 버튼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어쨌든 지금 제 캘린더는 한 달치가 아니라, 제 마음도 같이 자동 갱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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