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내 집들이 날짜를 단톡에 먼저 올려버림
가족이 내 집들이 날짜를 단톡에 먼저 올려버림. 진짜 이 문장 하나가 요즘 내 멘탈을 요약해주더라. 나는 우리 집들이 “언제”를 정하려고 몇 주 전부터 은근슬쩍 시간표 맞추는 중이었는데, 어느 날 아침 단톡방 알림이 먼저 울리더라.
아직 날짜도 확정 안 했고, 초대 인원도 “대충 느낌”만 잡았거든. 그런데 엄마가 먼저 올린 메시지에 딱 박혀 있었음. “OO월 OO일 저녁 7시, 집들이 가세요~” 같은 안내문이었는데, 그 순간 내가 제일 먼저 한 건 감사인사도 아니고, 내 집들이의 공식 설정이 사라지는 걸 보는 거였어. 내가 확답한 적이 없거든.
내가 바로 “엄마, 그 날짜 아직 확정 아니었는데요?”라고 말하자마자, 단톡방에 반응이 연달아 달리기 시작했어. 이모는 “어머 그래도 그때가 제일 좋지!”라고 하고, 삼촌은 “일정 잡아놨어”라고 해버림. 나는 “아니, 아직 메뉴도 결정 안 했는데…”를 외쳤지만, 이미 다들 마음속에 ‘집들이’라는 이벤트가 캘린더에 찍힌 뒤였어.
아빠는 더 웃긴 게, 내 메시지를 읽고 한참 있다가 “그래도 가족인데 준비는 해야지”라고 답장을 보냈어. 준비는 내가 하는 거고, 가족인데 내 의사도 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싶었는데, 다들 그걸 ‘꼼꼼함’으로 해석하더라. 그러면서 “우리 집은 원래 이렇게 해”라는 말로 대화가 끝났고, 나는 대화창에 혼자 남은 느낌이었음.
그날 저녁, 나는 결국 날짜를 “확정”해버렸어. 안 하겠다고 하면 또 서운해할 것 같고, 이미 공지해버린 걸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거든. 근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이야. 확정이 되자마자 가족들이 준비에 들어갔는데, 하필 다들 준비 방식이 ‘내가 생각한 집들이’와 완전히 달랐어.
예를 들면, 나는 간단히 케이크랑 음료 중심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엄마는 “사람들 오면 배는 채워야지”라면서 장바구니를 이미 만들어놨더라. 이모는 “너네 집은 처음 오니까 우리 전통대로”라며 뭔가를 꼭 해야 한다는 분위기였고, 삼촌은 “술은 있어야지”라며 당연하다는 얼굴로 추가 주문을 걸어놨어. 나는 ‘선물 받는 날’이 아니라 ‘미지의 행사’로 굴러가는 걸 눈치챘지.
그리고 무엇보다 단톡방이 진짜 문제였어. 가족들은 내가 결정해야 할 걸 내가 결정하든 말든, 자기들끼리 이미 합의해버리더라고. “누가 몇 시에 도착할지” “누가 누구랑 올지” “주차는 어디에 하면 되는지” 이런 게 단톡에 계속 올라왔는데, 나는 집들이 주최자지만 정보의 최종 결재권자는 없는 사람처럼 떠밀려 다녔어.
그래도 다들 ‘잘 해주려는 마음’은 있다는 게 보여서, 나도 결국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했지. 그때까진. 집들이 당일 아침에 메시지가 또 한 번 오더라. 엄마가 단톡에 “사진은 꼭 올려주세요~”라고 올린 거야. 내가 집들이 날짜도 먼저 공지 당했고, 이제는 내 집 사진을 어떤 톤으로 공유해야 하는지까지 지시를 받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아주 조용히, 집들이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속으로 규칙 하나를 정했어. 앞으로 단톡에 뭘 올리기 전에 “내 승인 없이”는 금지. 근데 그 마음을 말로 꺼내기도 전에, 집들이가 끝난 뒤 단톡방이 더 시끌벅적해졌어. 다들 “재밌었다” “맛있었다” “집 예쁘다” 같은 말은 하는데, 동시에 다음 모임 날짜를 슬쩍 또 띄우더라. 진짜 신기한 게, 사람들은 집들이의 결론을 내면서도 다음 이벤트의 씨앗을 이미 심어.
결국 나도 한 번 웃고 말았어. 가족이 내 집들이 날짜를 단톡에 먼저 올려버리는 건, 어쩌면 내 집들이를 진짜로 ‘가족 행사’로 만들어버리는 방식이더라. 내가 뭘 하든 통제권이 내 손에만 있지 않다는 걸 배웠고, 대신 그 덕분에 집들이는 생각보다 훨씬 풍성하게 굴러갔거든. 문제는… 다음엔 내가 먼저 공지할지, 아니면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확정 공지”를 당할지, 지금도 단톡 알림이 뜰 때마다 심장이 두근두근한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