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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면서 청소하다가 잃어버린 건 양말 하나가 아님

2026-08-14 00:41:11 조회 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자취 시작하고 나서 제일 먼저 배운 건, 청소는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안 하면 언젠가 내 발목을 잡는 일’이라는 거였어요. 특히 저는 양말을 잃어버릴 때마다 늘 “어? 어디 갔지?” 했는데, 어느 날부턴 그 잃어버림이 단순한 분실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사건의 시작은 평소처럼 방 한구석 정리하면서 바닥을 쓸고 닦는 날이었어요. 침대 밑, 책상 아래 이런 데는 손이 잘 안 가니까 “오늘만큼은 제대로 한다” 이런 마음으로 구석구석 밀대랑 물걸레를 돌렸죠. 그러다 빨래 바구니 옆에 쌓인 먼지 같은 게 눈에 띄길래, 바구니를 살짝 옮기는데 그 순간 뭔가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엔 그냥 먼지나 뭐 걸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바닥에서 양말 한 짝이 보였어요. 이게 또 이상한 게, 그 양말은 분명히 “짝이 없는 상태로” 이미 한참을 살고 있던 친구였어요. 그러니까 제 결론은 이거였죠. “아, 드디어 그 양말이 제자리를 찾았구나. 오늘 청소 했더니 해결됐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양말을 주워서 빨랫감에 넣고는, 혹시나 해서 옷장 쪽까지 싹 훑어봤거든요. 그러자 이번엔 양말이 아니라, 더 황당한 게 눈에 들어왔어요. 바로… 양말 한 짝이 아니라,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렸던 장소 자체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랐어요.

“설마 내가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나?” 싶어서 당시에 쓰던 생활 동선을 떠올렸죠. 전 양말을 벗으면 대충 바닥에 던져두는 편이었고, 빨래 바구니에 넣는 건 대개 ‘마음이 준비됐을 때’였어요. 그런데 그날은 청소를 하면서 바닥을 직접 보니까, 양말이 사라질 만한 길들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어요. 예를 들면 침대 아래로 빨려 들어가듯 숨는 길, 책상 다리 뒤로 미끄러져 가는 길, 그리고 빨래 바구니 바닥에 눌려서 납작해지는 길.

그래서 저는 또 한 번 더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침대 아래를 더듬다가 머리카락이랑 먼지 묻은 무언가를 손에 쥐고는, 그게 양말인지 확인하려고 천천히 당겼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한 번 더 잡아당기고, 한 번 더 확인하고, 또 확인하니까 결국 손에 들어온 건 양말이 아니라, 더 정확히는 “양말이었던 것 같은 무언가”였어요. 그래서 순간 머리가 하얘졌죠. 아, 이건 양말이 아니라 시간이 이긴 거구나.

그때부터 제 머릿속에서 이상한 영상이 재생됐어요. ‘양말이 어느 날 내 방에서 달려나가고, 어느 날 다시 돌아온다’ 같은 느낌이요. 근데 현실은 훨씬 더 웃기더라고요. 청소를 하면서 바닥을 정리하니까 양말이 여기저기서 다시 나오는데, 그 양말들이 다 비슷비슷한 상태라서 “내가 잃어버린 게 하나가 아니라, 그냥 내가 가진 양말을 청소하면서 재배치한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진짜로 잃어버린 건 양말 한 짝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는 능력’이었더라고요. 그 전에는 “짝이 어디 갔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저는 매일매일 양말을 옮기고 있었고, 그 옮기는 과정에 청소를 포함시키지 않아서 분실된 것처럼 보였던 거예요. 결국 이날 밤에 남은 양말들을 전부 모아 짝을 맞추는데, 그 과정에서 벌써 한 쪽이 더 늘어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누군가 계속 던져주는 것처럼요.

마무리는 더 황당했어요. 다음 날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신발 신으려고 보니까, 어젯밤에 분명히 짝 맞춰 넣어둔 양말이 발바닥에서 사라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찾았죠. 그리고 이번엔 진짜로 하나가 나왔어요. 하지만 이번엔 “잃어버린 짝”이 아니라 “내가 어제까지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 양말”이었어요. 그 양말은 세탁망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고, 빨래 바구니에도 없었고, 딱 신발 속에 얌전히 들어가 있었어요. 저는 그 순간 느꼈어요. 자취의 핵심은 청소가 아니라, 바닥이 아니라 신발을 먼저 믿는 거다… 라고요.

결국 저는 그날부터 양말을 잃어버리면 먼저 침대 밑이 아니라 신발부터 확인해요. 어차피 바닥은 언젠가 다시 정리가 되고, 신발 속은 늘 조용히 비밀을 품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청소는 했는데, 양말은 또 한 짝이 안 보여요. 대신 신발 한쪽에서 아주 평온하게 “나 여기 있었어” 하는 얼굴로 등장하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자취는 물건을 잃는 게 아니라, 물건이 제 생활 루틴을 관찰하고 피드백해주는 과정인 것 같아요. 적어도 제 양말은 피드백을 잘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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