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내 방에 들어오고 나서 냄새가 바뀜
가족이 내 방에 들어오고 나서 냄새가 바뀜. 처음엔 그냥 “집안일 했으니 환기했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그날부터 내 방 공기가 아예 다른 층으로 넘어간 느낌이 들었거든. 문제는 내가 방에 있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냄새가, 가족이 출입한 다음부터 갑자기 ‘어, 뭐지?’ 싶은 방향으로 변한다는 거야.
사건의 시작은 평범했어. 엄마가 “방 청소 좀 해줄까?” 하더니 문을 딱 열고 들어오셨지. 난 그때 게임하고 있었고, 솔직히 방은 대충 널브러져 있었어. 그런데 엄마가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코로 먼저 알아챘어. 기존엔 담배 냄새도 아니고 그렇다고 향수 냄새도 아닌, 그냥 ‘내가 쓰는 방’ 특유의 쿰쿰함이 있었거든. 근데 엄마가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공기결이 바뀌는 느낌이었어. 뭔가 말끔한데, 너무 말끔해서 오히려 이상한 그런 종류.
그 다음은 아빠 차례였어. 엄마가 뭔가 스프레이 같은 걸 뿌리고 “이제 덜할 거야” 하더니, 아빠가 오더라. 아빠는 향에 민감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인지 모르겠는데 “냄새가 남아있네” 하면서 또 다른 무언가를 꺼냈어. 그게 대체 뭐냐면, 정확히는 향초도 아닌데 왠지 ‘방 냄새를 고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물건. 분명 향은 달달한데, 향이 달달해서 오히려 내 방이 디저트 가게가 된 기분이었어.
나는 그 순간부터 이상한 공포가 생겼다. ‘이게 지금 내 방의 정체성을 바꾸는 중인가?’ 싶었거든. 사람마다 방 냄새가 있잖아. 내 방은 원래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책 냄새랑, 세탁 안 된 옷이 만드는 애매한 잔향, 그리고 인터넷 쿨링 팬 같은 게 섞여 있는 냄새였어. 근데 가족이 들어온 날부터 그게 ‘가정용 상쾌함’으로 덮여버리더라. 특히 환기구 틈에서 비슷한 향이 계속 올라오니까, 내가 게임을 켜도 자꾸 코가 먼저 반응했어. 코가 “지금 너 방에서 뭔가 조리 중이야”라고 말하는 느낌.
여기서 더 웃긴 건, 내가 방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냄새가 또 달라진다는 거야. 엄마가 정리하고 나면 달달한 향이 강하고, 아빠가 조금 만지고 나면 푹신한 섬유유연제 같은 게 먼저 올라와. 그리고 내가 문 열자마자 “냄새 바뀌었네” 했더니 가족들이 동시에 하는 말이 똑같더라. “아니 그건 원래 그래. 네가 예민한 거야.” 이게 진짜 사람을 미치게 해. 예민한 건 나도 알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난 나름대로 조사(?)를 시작했어. 방 구석에 있던 내 물건들 위치를 바꾸지 않았고, 향이 바뀌는 타이밍을 기록했거든. 엄마는 보통 낮에 들어오고, 아빠는 저녁에 들어오고, 동생은… 동생은 들어올 때마다 뭔가를 ‘보관함’에 넣어두는 느낌이 있었어. 그러니까 냄새가 바뀌는 순서가 너무 규칙적이야. 내 방이 아니라 ‘가족 냄새 시뮬레이션 기계’가 된 기분.
한 번은 가족들이 모여서 “이제 네 방도 손님 와도 되겠다”라고 말하더라. 솔직히 그 말이 좀 무서웠어. 손님이 오면 뭐가 오냐는 질문도 나오고, 냄새가 뭐가 되냐는 문제도 생기잖아. 그런데 그날 밤에 진짜 손님처럼(?) 행동했어. 내가 누워서 천장 보면서 그냥 냄새를 관찰했지. 그런데 관찰하는 동안 내 방에서 갑자기 ‘새 책 표지 뜯는 냄새’ 같은 게 올라오더라. 이게 진짜 웃긴 게, 우리 집에 새 책을 누가 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그러면 결론은 하나잖아. 가족이 뭔가를 숨겨두고 나서, 그걸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거지. 아니 자동은 아니고… 사람이 하긴 하는데.
결국 마지막엔 내가 한 번 물어봤어. “엄마, 아빠, 동생. 방에 들어오고 나면 냄새가 왜 자꾸 달라져요?”라고. 다들 잠깐 멈칫하더니, 엄마가 한숨 쉬면서 “너 방은 냄새가 원래 좀 독특하잖아. 그래서 우리가 그걸 덮는 거지”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그리고 네가 게임 오래 하면 땀 냄새도 나. 우리는 좀 줄이려고…”라고 설명을 이어갔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하더라. 그러니까 가족이 내 방을 지키는 게 아니라, 내 방의 ‘진짜 성격’을 가족 취향으로 바꾸고 있었던 거지.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어. 며칠 뒤, 내가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조용히 있었는데, 갑자기 냄새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어. 알고 보니까 그때 가족들이 바빠서 방에 못 들어온 날이거든. 그제야 나는 깨달았어. 내 방은 사실 내가 만드는 냄새가 있고, 가족이 만드는 냄새가 따로 있다는 걸. 둘 다 나쁘진 않은데, 문제는 누가 내 방의 공기를 “업데이트”하는지가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는 거였지. 그래서 지금은 나도 룰을 하나 정했어. 가족이 들어오면 내가 방 문 앞에 작은 쪽지 붙여두는 거야. “냄새 업데이트는 알림 주세요.” 그 한 줄 때문에 요즘은 최소한 ‘갑자기 달달해지는 내 방’ 같은 상황이 덜하더라. 결국 해결책은 과학이 아니라, 가족한테도 예의 있게 공지하는 거였어. 피식,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