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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마다 몰래 주차장 순찰하던 팀장님

2026-08-15 15:41:11 조회 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점심시간만 되면 우리 팀장님이 갑자기 사라지셨다. 정확히는 “다녀올게요” 한 마디와 함께, 출입문 닫히는 소리만 남기고 쏙 들어가 버림. 처음엔 다들 그럴싸한 핑계를 만들었다. 약 먹으러 갔나, 은행 볼일 있나, 아니면 자판기 앞에서 커피 한 잔의 운명을 점쳤나… 아무도 진짜로는 몰랐다.

그날도 평소처럼 12시 되자마자 복도에 공기가 바뀌었다. 사무실에서 점심 냄새가 올라오는 시간인데, 이상하게 그 냄새보다 더 먼저 “뭔가 하고 오신 흔적” 같은 게 느껴졌달까. 몇 분 뒤에 팀장님이 돌아오시더니, 책상 위에 종이 쪽지 하나를 툭 올려두고는 아무렇지 않게 회의 캘린더를 열었다. 쪽지에는 손글씨로 “주차 구역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근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다음 날부터 점심시간마다, 그러니까 정확히 30~40분 정도 비우는 패턴이 반복됐고, 그 사이에 주차장에서 뭘 확인하는 듯한 움직임이 보였다. 우리 건물은 주차장 카메라가 은근히 눈에 띄는 편이라, 가끔씩 복도 창문 너머로 팀장님이 걸어 들어가시는 실루엣이 보이곤 했다. 아무도 “어디 가세요?”라고 묻지 않았다. 그냥… 팀장님이 그러면 그런 거겠지, 같은 분위기랄까.

그러다 어느 날, 점심 먹고 돌아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야, 오늘 차 좀 이상하던데?”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주차장 표지판 옆에 누가 잠깐 세워놓고 사라진 차가 있었는데, 그게 매번 “잠깐”이더라는 거다. 잠깐이면 다들 한 번쯤 이해해줄 법도 한데, 그 잠깐이 모이면 특정 구역은 늘 지저분해지고, 긴급차 진입로 쪽이 애매해졌다. 그때부터 팀장님이 종종 주차장에서 무언가를 정리하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팀장님은 소문에 전혀 관심이 없는 표정이었다. 회의에서 늘 그렇듯 “업무 흐름이 중요합니다”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봐야죠” 이런 말만 하시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도 모르게 선제 행동을 하셨던 거지. 우리가 알기 전까지는 그냥 ‘팀장님 성격이 원래 꼼꼼한가 보다’로 끝났을 뿐이야. 그런데 점점 티가 났다. 팀장님이 사라졌다가 돌아오면, 책상 위에 꼭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어떤 날은 영수증, 어떤 날은 스티커처럼 생긴 작은 종이, 그리고 어떤 날은 사진 인화 같은 느낌의 출력물까지.

사실 제일 웃겼던 건, 팀장님이 그걸 절대 업무처럼 포장하지 않았다는 거다. 우리 회사 보고체계는 참 단단해서, 누가 문제 발견하면 누가 정리하고 누가 결재 올리고 누가 책임지는지 다 기록이 남는다. 그런데 팀장님은 결재는 안 올리고, 대신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움직이셨다. 심지어 어떤 날은 주차라인 옆에 세워진 차를 바로 옮기기보단, 옆에서 잠깐 서서 주변을 한번 더 확인하고는 조용히 나가셨다. 마치 “누가 봐도 되는 정도로만, 딱 필요한 만큼”만 하는 느낌. 너무 티 나면 신고로 변하고, 너무 조용하면 무관심이 되니까요 같은 말이 입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엔 아무 말도 안 하시더라.

그럼 우리는 뭘 했냐. 처음엔 그냥 관찰만 했다. 근데 어느 날부터는 우리도 의심이 아니라 확신으로 바뀌었다. 팀장님이 돌아오시는 시간에 맞춰, 어떤 분이 “오늘도 갔다 오셨죠?”라고 농담을 던졌는데, 팀장님이 잠깐 웃고는 “점심 후에 눈이 피로해져서요”라고 하셨다. 진짜로 눈이 피로한 건지, 아니면 누가 들킨 걸 그냥 넘기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들 한 번 더 웃고 말았다.

며칠 뒤, 건물 관리실에서 공지가 붙었다. 주차장 이용 수칙, 특히 진입로와 장애인 구역 관련 안내가 길게 적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내용이 너무 ‘현장 맞춤’이었다. “잠깐 주차로 인한 혼잡을 줄여 주세요” “긴급차량 접근을 위해 임시 정차도 금지” 같은 표현들이 딱딱 들어맞았다. 그 공지가 붙고 나서야, 사람들이 “아 팀장님이 그걸…?” 하고 눈치를 챘다. 하지만 누구 하나 팀장님을 추궁하지는 않았다. 다들 마음속으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을 잡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다 같이 편해지게 만드는 방식이라서 더 그랬다.

마지막으로 가장 훈훈했던 날이 있다. 팀장님이 점심시간에 사라졌다가 돌아오셨는데, 그날은 공교롭게도 주차장에 문제가 없었다. 사람들 차도 딱 정돈돼 있었고, 진입로도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팀장님은 평소처럼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다들 오늘 점심 맛있게 드세요”라고만 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느꼈다. 팀장님이 주차장을 ‘순찰’한 게 아니라, 점심시간마다 세상을 잠깐 덜 불편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거라고. 그리고 이상하게 그 다음날, 우리도 주차장 볼 때 눈이 조금 달라졌다. ‘이상하면 누가 고치겠지’가 아니라, ‘내가 오늘 한 번만 제대로 세워도 되겠네’로. 그게 점장님이 남긴 제일 큰 결과였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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