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일에만 조용한 우리 회사 자동문
월급일에만 조용한 우리 회사 자동문 때문에, 저는 매달 같은 의식처럼 출근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동문이 먼저 마음을 진정시키는 걸 저는 뒤늦게 눈치채죠. 평소엔 “삐빅-” 하고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누가 쾅 하고 몸으로 밀고 지나가거든요. 그런데 월급날 아침만 되면 자동문이 갑자기 성격이 좋아져요. 조용히, 빠르게, 심지어 예의 있게요.
제가 다니는 곳은 출입문이 자동문인데, 센서가 좀 감성적입니다. 평소에는 직원들이 “오늘도 누가 먼저 지나가나” 경쟁하듯 문 앞에서 한 박자 늦게 서요. 그러면 문이 센서를 잡느라 바쁘고, 뒤에 사람이 또 서니까 문이 한 번 더 확인하고, 결국 다 같이 “삐-익, 삐-익” 소리를 찍어 누가 봐도 합창단이 됩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월급일엔 그 소리가 거의 안 나요.
월급날 전날부터 사무실 공기는 묘하게 달라집니다. 다들 야근 이야기보다 “오늘 자동이 조용할까?” 같은 잡담을 먼저 꺼내요. 처음엔 저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들 체감하고 있는 듯했어요. 특히 현장 관리하시는 팀장님이 “월급 들어오면 문이 사람들 표정을 보고 조용해진다” 같은 소리를 하시는데, 그게 농담인지 진짜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실제로 당일 아침을 보면, 문이 열릴 때 소리가 거의 안 납니다. 출근 시간에 사람은 똑같이 몰리는데도 문은 얌전히 열려요. 누가 빨리 들어가도 문이 먼저 양보하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한 번 호기심에 일부러 정면에서 버티며 센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봤는데, 문이 마치 “아, 오늘은 다들 행복하겠네” 하듯 천천히 열렸습니다. 그리고 제 뒷사람이 “아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해”라고 말하자, 그제야 제 귀에도 사라진 삐빅 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어요.
반대로 월급이 안 들어온 날의 자동문은 정말 시끄럽습니다. 점심 이후에도 누가 카드를 대충 찍고 지나가면 문이 “확인 완료” 대신 “확인 중”을 계속 반복해요. 그러면 복도에서 폰 타자 소리보다 자동문 소리가 더 잘 들립니다. 어떤 날은 문이 갑자기 재빨리 닫혔다가 다시 열리는데, 그때마다 누군가가 “자동문이 우리를 심문한다”라고 농담을 합니다. 심지어 심문 내용이 월급날엔 감동으로 바뀌는 것처럼요.
사람들이 조용해지는 건 문 때문이냐, 아니면 그날 마음이 조용해지는 거냐로 자꾸 논쟁이 붙어요. 어떤 직원은 “월급날엔 다들 표정이 밝으니까 센서가 사람을 덜 인식한다”라며 진지하게 설명하고, 또 어떤 직원은 “그냥 월급날이라 그런지 다들 자기 차례 기다리는 매너가 생긴 거다”라고 맞받아칩니다. 저는 그 둘 다 반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문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는 날이 월급날이니까요.
특히 제가 제일 확실히 느낀 건, 월급날엔 자동문 앞에 줄이 생겨도 다들 조용히 걷는다는 겁니다. 평소엔 누가 문 앞에서 한 번 웃고 지나가면, 그 소리 때문에 뒤 사람들이 더 빨리 들어가려 하거든요. 그런데 월급날엔 모두가 “오늘만큼은 사고 치지 말자” 모드로 바뀐 것처럼 입을 다물어요. 그래서 자동문도 덜 놀라서, 문이 열리는 속도는 비슷한데 소리만 확 줄어듭니다. 솔직히 저는 그날 문이 제게 인사하는 것 같았어요. “삐빅” 대신 “환영합니다” 같은 느낌.
근데 웃긴 건 그 조용함이 월급이 들어온 뒤 하루만 지속된다는 점이에요. 둘째 날부터는 또 예전으로 돌아옵니다. 출근길엔 다시 대기하면서 다들 한 번씩 휴대폰을 보고, 문 앞에서 서로 눈치 보고, 결국 자동문이 제일 먼저 “삐빅” 하고 분위기를 깨요. 그 순간 직원들도 “어, 돌아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자동문이 자기 시즌제를 운영하는 것 같아요. 월급이라는 이벤트가 끝나면 문도 다시 현실로 내려오는 거죠.
저는 어느 달엔 아예 상상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동문이 센서로 사람을 읽는 게 아니라, 사무실의 통장 변화를 듣는다고요. 월급날엔 다들 마음이 펴져서 문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평소엔 다들 급해서 문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거라고요. 그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월급날 아침에 제가 깜빡하고 출입증을 두고 와서 관리실에 다녀오느라 늦었거든요. 늦게 복도에 돌아오니 자동문은 이미 조용했고, 직원들이 제게 “어제처럼 못 들어왔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날 문이 “오늘은 다들 들어왔으니 너도 오면 되지” 같은 태도였다고 믿게 됐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회사 자동문은 월급일에만 유난히 예의 바릅니다. 사람들도 그날만큼은 표정이 순해져서, 문이 굳이 소란을 피울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요. 물론 실제로 문이 뭔가를 ‘알아듣는’ 건 아니겠죠. 그래도 저는 매달 월급날이 되면 출근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자동문아, 오늘은 삐빅 소리 좀 줄여줘. 우리도 사람답게 들어가게.” 그러면 진짜로—아주 잠깐—세상이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그 조용함이 은근히 오래 갑니다. 월급이 먼저 줄어드는지, 내 기대가 먼저 줄어드는지 아직도 헷갈릴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