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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낸 ‘집밥 인증’ 미션 실패썰

2026-08-16 00:41:11 조회 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엄마가 갑자기 단톡방에 “집밥 인증 미션! 오늘 뭐 먹었는지 사진 보내”라고 올린 게 시작이었어. 평소엔 그냥 이모티콘으로 넘기던 내가, 오늘은 왠지 불안해서 냉장고를 열어봤거든? 근데 냉장고에 있는 건 반찬이라기보다 ‘과거의 흔적’들이더라. 김치 한 통은 이미 신맛 테스트 중이고, 계란은 한 판 남아 있고, 만두는 유통기한이 애매하게 살짝 당겨져 있었음.

일단 “대충 뭐라도 조리하면 되겠지” 하고 계란을 꺼냈어. 후라이를 하면 집밥 느낌이 날 거라 믿었지. 근데 문제는 내가 후라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후라이를 ‘만들어내는 척’만 하는 사람이라는 거야. 프라이팬에 기름 둘렀는데 기름이 너무 적어서 밑이 타고, 뒤집으려고 하니까 모양이 이미 현대미술이 돼버렸어. 계란찜을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냄비로 옮겼는데, 이번엔 물 넣고 소금 넣는 타이밍을 놓쳐서 갑자기 계란이 푸딩처럼 변하더라. 인증샷 찍기 전에 이미 내 자신이 실패를 직감했지.

그래도 엄마는 “사진만 예쁘게”라는 걸 좋아하니까 최대한 그럴듯하게 꾸미기로 했어. 접시에 담고, 김치 한 조각 얹고, 예쁘게 젓가락 세워두고, 조명 좋은 곳으로 옮겼거든? 문제는 접시에 담긴 내 요리가 ‘집밥’이 아니라 ‘집에서 살아남기’였다는 점. 엄마가 보내준 레시피 사진은 늘 하얀 그릇에 가지런히 담겨 있었는데, 내 접시는 계란이 여기저기 들쭉날쭉하고 김치는 국물까지 흘러서 레트로 영화 포스터처럼 얼룩졌어.

단톡방에 올릴 시간을 보니까 엄마가 “10분 안에!”라고 한 게 눈에 들어왔어. 나는 필사적으로 사진 찍어서 전송했지. 그리고 바로 이어서 “엄마! 오늘은 계란국이랑 김치 좀 해봤어요!”라고 말까지 달았어. 솔직히 말하면 그 계란은 국이 아니라 거의… 국물 있는 계란 조각이었지만, 인증 미션이란 이름이었으니까 ‘국’이라고 우기면 되지 않을까 했어. 전송하고 나서 30초쯤 지나니까 엄마가 바로 답장을 하더라.

엄마 메시지는 딱 한 줄이었어. “그래도 집밥이면 됐지. 근데 이게 계란국이야? 사진이 좀… ‘계란이 살았나’ 확인하는 느낌이네.” 그 한 줄을 보고 나는 멈칫했지. 왜냐면 내가 만든 음식이 엄마 눈에는 그냥 음식이 아니라,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대상처럼 보였다는 뜻이니까. 그래도 나는 포기 못 했어. “아 엄마, 다음엔 제대로 끓일게요”라고 급하게 답하고, 바로 다시 냉장고를 뒤져서 다른 재료를 찾기 시작했어.

그때 깨달았어. 나는 오늘 “집밥 인증”을 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시키는 “집밥 퀴즈”에 응시하고 있다는 거.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가기로 했어. 계란은 일단 손질해서 다시 해보기로 하고, 남아 있는 야채 칸을 열었는데 그 안에서 발견한 건 양파 반 개랑 당근 한 조각, 그리고 정체불명의 소스 통이었어. 소스 통 라벨이 지워져 있어서 ‘간장인가?’ 싶었는데, 색이 너무 진해서 간장이라기보단 거의 비상용 생존식량 같았어.

그래도 엄마는 비상용도 잘 먹는 편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당근 양파볶음 + 계란” 조합을 시도했거든. 양파는 잘 볶였는데 당근이 너무 두꺼워서 익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결국 나는 당근을 얇게 썰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배웠어. 볶는 동안 휴대폰을 보니까 엄마가 또 보냈더라. “다음 인증은 밥도 있어야 해. 밥 없으면 집밥 아니야.”

그래서 마지막 카드로 밥을 지었다. 사실 밥은 전자레인지로 했지만, 엄마 앞에서는 “지었다”라고 해도 되는 세계관이 있잖아. 밥 위에 계란 얹고, 볶은 당근 양파 조금 얹고, 김치도 한 숟갈 올렸어. 이번에는 모양을 최대한 통일하려고 접시를 가운데로 맞추고, 주변에 흘러있던 김치 국물은 휴지로 정리하고, 조명도 더 밝게 했지. 사진 찍는데 손이 약간 떨리긴 했지만, 이번엔 최소한 ‘집밥’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색감이 나왔어.

그리고 다시 전송. 이번 메시지에는 “엄마 오늘은 밥까지 제대로 준비했어요. 인증 합격 기원🙏”이라고 붙였어. 엄마는 1분도 안 돼서 답했는데, 내용이 의외로 따뜻했어. “오케이. 이번엔 진짜 밥상이다. 너 요리 사진 볼 때마다… 내가 어릴 때 너 먹이던 생각이 나. 다음엔 김치도 예쁘게 올려줘.” 이 말 듣고 나서야 알았지. 엄마는 엄격한 심사위원이 아니라, 그냥 내가 밥 먹는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구나.

그날 이후로 나는 집밥 인증 미션을 받을 때마다, “이번엔 실패하면 어쩌지”가 아니라 “엄마가 보고 싶어하는 게 뭐지”를 먼저 떠올리게 됐어. 그리고 가끔은 계란이 예술작품처럼 퍼져도, 엄마가 한 번은 웃으면서 “그래도 밥은 있네”라고 해주면 그게 제일 큰 합격점이더라. 지금도 사진 보내기 전에 잠깐 생각해. 내 음식은 완벽한 레시피가 아니라도 괜찮아. 엄마는 어쨌든, 내 접시에서 밥을 찾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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