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벌레가 들어오는 이유를 찾아냈다
자취방에 벌레가 들어오는 이유를 찾아냈다. 정확히 말하면, “왜 하필 여기로 오지?”라는 의문이 어느 날 갑자기 드라마처럼 해소되는 순간이 왔다. 평소엔 잡아도 또 나오고, 나오면 또 잡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벌레와 정기 구독 계약을 한 사람처럼 느껴지더라. 근데 오늘은 그 계약의 약관이 보인 느낌임.
사건은 평범하게 시작했어. 저녁에 불 끄고 누우면, 벽 쪽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처음엔 “바람이겠지” 했는데, 바람이 그렇게 똑같이 대각선으로 이동을 하냐. 손전등 켜고 찾아보면 작은 애들이 가끔 창문 근처, 싱크대 아래, 그리고 뭐랄까… 내가 제일 안 보고 싶은 구역에 숨어 있어. 그러다 며칠 전부터는 한 마리가 아니라 연달아 두 마리가 들어오는 날도 생겼다.
그래서 나는 본격적으로 과학자의 자세로 접근했지. 청소기부터 돌리고, 음식물은 다 밀봉하고, 배수구도 뜨거운 물로 한 번 하고, 약도 사서 뿌리고, 틈새에 실리콘처럼 막는 거까지 해봤어. 효과는… 솔직히 말하면 “잠깐 고요함” 정도였어. 막상 다음 날이 되면 또 같은 루트로 들어오더라. 이쯤 되면 벌레가 내 방을 드나드는 게 아니라, 내 방에 길을 맞춰서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거 같았어.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무심코 한 행동이 떠올랐어. 자취방은 구조가 좀 애매한데, 현관 쪽에 신발장과 작은 틈이 있거든. 원래는 거기 먼지 쌓인 걸 대충 치우고 끝내는데, 어느 날 내가 택배 오면 포장 뜯는다고 바닥에 박스 두고 한참 있다가 치우는 일이 있었어. 그때 테이프 끊고 정리하다가 신발장 아래를 대충 닦았는데, 표면이 유난히 끈적했음. 내가 보기엔 물기 같은데, 자세히 보니 그건 물기가 아니라… 뭐랄까, 끈적한 잔여물이더라.
그래서 전날 밤에 다시 관찰했어. 불 끄고, 조용히 기다리는데, 진짜로 그 틈으로 무언가가 “스윽” 들어오는 거야. 근데 들어오는 순간이 이상하게도 “내가 현관문 열어둔 직후”가 아니라, 현관문 닫고도 10~20분 뒤더라. 그럼 뭐지? 공기 흐름? 냄새? 아니면 빛? 나는 그때부터 벌레의 동선을 추적했는데, 결국 신발장 아래 틈에 먼지가 아니라 ‘어떤 잔여 향’이 붙어 있는 게 핵심이었어.
알고 보니 범인은 청소도구였더라. 내가 쓰는 걸레가 있었는데, 빨래를 자주 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게 착각이었어. 빨래는 했지만, 섬유유연제나 세제 잔향이 남아있는 상태로 신발장 근처를 닦아버린 적이 있더라. 벌레 입장에선 그게 “여기 먹을 것 있고, 여긴 안전하고, 길도 이어져” 같은 안내문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게다가 신발장 아래는 환기 잘 안 되니까 냄새가 오래 남고, 그게 누적되면 벌레가 “이 집은 향기 좋은 레스토랑이네” 하고 들어오는 거지.
그래서 해결책도 단순해졌어. 나는 일단 신발장 아래를 세제로 한 번 제대로 씻고, 물기 남지 않게 완전히 말리고, 그 다음에는 걸레도 분리해서 신발장 구역 전용으로 쓰기로 했어. 그리고 현관 주변은 ‘향이 남는 제품’ 대신 물티슈처럼 잔향 적은 걸로만 정리했지. 물론 약도 써. 근데 약만 뿌리면 잠깐이고, 결국 환경을 유인 요소가 없게 만드는 게 답이더라. 그 뒤로는 확실히 빈도가 줄었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내가 집에 들어올 때마다 대기표 뽑는 느낌”까지는 아니게 됐음.
근데 진짜 웃긴 건, 내가 그동안 벌레를 잡으려고 엄청 노력했다는 거야. 함정도 설치하고, 속도 빠른 장치도 써보고, 심지어는 전용 스프레이도 만들었는데(집에 있는 걸로 대충 섞음), 결론은 신발장 아래에 남아 있던 잔향 한 줄이더라. 나는 벌레를 상대로 전쟁을 했고, 벌레는 사실 내 청소 습관을 지도 삼아 들어온 거였던 거지. 그래서 지금은 청소할 때도 “잘 닦았다”가 아니라 “잔향이 남지 않았나”를 확인함. 이게 참… 자취는 생각보다 미세한 감정 싸움이야.
마지막으로 오늘도 가끔 바스락 소리 들리는데, 예전처럼 심장이 철렁하진 않아. 불 켜고 보면 한두 마리 지나가다 멈칫하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가더라. 그럴 때마다 나는 혼자 속으로 말해. “야, 너희는 길을 잃었어. 내가 길을 닦아놨어.”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내 자취방이 좀 덜 무섭고, 나도 덜 지친 기분이 들어. 결국 벌레도 내 생활 패턴을 읽는 독자인가 싶어서… 오늘은 피식 웃고 다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