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중에 배 터지게 웃긴 실수
데이트 중에 배 터지게 웃긴 실수. 그날 우리 둘은 “오늘은 가볍게 걷고, 디저트로 마무리하자” 같은 말들을 너무 정석으로 했어요. 저는 자신감이 있었죠. 소개팅 앱으로 몇 번 대화했을 정도면, 첫 만남은 적당히 센스 있게 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문제는… 제 자신감이 아니라 제 손이었습니다.
처음엔 다 좋았어요. 카페 앞에서 사진도 찍고, 길 걷는데 바람도 적당히 불고, 대화는 술술 이어지고. 상대가 “여기 디저트 맛있다면서요?” 하길래 저는 “맞아요. 제가 검색해서 찐 맛집으로 골랐어요”라고 했는데, 그 말이 바로 화를 부르더라고요. 저는 맛집을 골랐던 게 아니라, 검색창에 입력했던 걸… 그대로 믿고 있었어요.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저는 메뉴판을 열자마자 “아, 이거죠” 하고 손가락으로 특정 메뉴를 콕 집었어요. 그 순간 상대도 “오! 그거 맛있대요” 하면서 같이 고개를 끄덕였죠. 그런데 저는 주문할 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저 메뉴판에서 제가 가리킨 건 ‘추천’ 메뉴가 아니라, ‘추천’이라고 붙어있는 다른 항목의 옆 칸이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고른 건… 같은 이름인데 음료가 아니라 안에 들어가는 옵션이었어요.
주문하려고 카운터로 갔더니 알바분이 친절하게 “두 분, 어떤 걸로 하실까요?” 하고 물으셨어요. 저는 너무 당당하게 “아 그거요! 그거 두 잔으로요”라고 말하며 계산대 쪽으로 메뉴를 더 가까이 들었죠. 근데 카운터에 있던 알바분 표정이 살짝 바뀌었습니다. 그 표정이요, 아는 사람만 아는 그 표정. ‘아, 지금 뭔가 크게 착각하셨구나’ 하는 표정이요.
알바분이 다시 확인하듯 “혹시 이 메뉴… 맞으실까요? 이건 음료가 아니라 세트 구성 옵션인데요”라고 말하자 저는 거기서도 끝까지 버텼어요. “네? 그냥 세트 구성 옵션이어도 맛있으면 되는 거죠” 같은 말을 하려다가, 제 입이 먼저 튀어나온 건 한마디였어요. 저는 진짜로 “맛있으면 돼요”라고 했습니다. 상대는 그 말 듣고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꽉 누르더라고요. 저는 그때까지도 제가 웃긴 줄 몰랐어요.
잠깐의 정정 후, 결국 우리가 주문한 건 음료 2잔이랑 디저트 1개로 정리됐어요. 그런데 여기서 제 실수가 한 번 더 터집니다. 상대가 “저는 컵이랑 색이 이쁜 걸로 주세요” 하더라고요. 저는 또 검색한 대로, 카페에 있는 진열된 컵 색을 보고 “이거죠” 하고 집었는데… 그 컵은 음료가 담기는 컵이 아니라, 옆에 올려둔 소품 컵이었습니다. 제가 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 직원이 “아 그건… 전시용이라서요” 하고 말했는데, 저는 이미 손에 들고 있었어요. 전시용 컵이 제 손에서 드는 순간, 그 카페 안 공기가 정지된 느낌이었습니다.
상대는 그제야 제대로 폭소를 터뜨렸고, 저는 그 웃음을 더 키우고 싶어서… 아니, 더 이상하게 만들고 싶어서? “괜찮아요. 제가 데이트에서 센스도 보여줄게요” 같은 말을 하려는데, 그 말이 컵이랑 같이 얼굴에서 빠르게 증발했어요. 직원은 능숙하게 웃으면서 “그럼 새로 담아드릴게요. 아, 그리고 컵은… 이렇게 드시면 됩니다”라고 하더니, 정확히 제 손길이 닿지 않았으면 좋았을 각도의 컵을 휙 꺼내주셨어요. 저는 그 순간 ‘이 사람은 카페에서 제 인생을 다시 접수받는 중이다’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음료와 디저트가 나왔는데, 제 앞에 놓인 컵을 보자마자 또 한 번 깨달음이 왔죠. 아까 제가 손에 들었던 전시용 컵이 아니라, 새로 담긴 컵이었는데… 뚜껑을 닫는 방식이 특이했어요. 상대가 웃으면서 “방금 전 컵 들었을 때 표정이 너무 진지했어요”라고 하니까, 저는 반사적으로 “저는… 컵의 운명을 바꿔주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이 진심이라 더 웃겼는지, 상대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이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정타. 디저트를 같이 포크로 나눠 먹다가, 제가 너무 흥분해서 포크에 디저트를 올리고는 “자, 한입!” 하면서 상대 입가로 가져갔는데… 상대가 아니라 제 시선이 포크 끝을 먼저 놓쳤어요. 디저트가 접시 위로 툭 떨어진 거 있죠. 조용해지는 분위기. 저는 너무 당황해서 “제가… 중간에 확인을 했어요. 온도랑 질감을요” 같은 헛소리를 했고, 상대는 그 순간 ‘참는 게 더 이상하다’ 싶었는지 그냥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어요. 웃다가 말이 끊겨서 “너… 너 진짜…” 이런 식으로만 겨우 말하더라구요.
다 먹고 나서 계산할 때, 상대가 갑자기 “오늘 오빠(아니, 그냥 당신)가 제일 웃긴 실수를 한 거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저는 실수를… 실수로만 끝내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더니, 상대가 “아니, 실수도 이렇게 귀엽게 하면 그건 능력이죠”라고 하며 저를 놀리듯 칭찬해줬습니다. 그날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해보니까, 사실 그 실수들이 다 저를 민망하게 만든 건 맞는데, 동시에 우리 사이를 엄청 빨리 편하게 만들어줬어요. 데이트가 끝난 뒤에도 웃음이 남는 타입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면, 저는 컵은 꼭 확인하고… 포크는 상대 입가 근처까지는, 적어도 한 번 더 눈으로 점검해보기로 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면… 그때는 상대가 또 웃어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