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했는데 우리 동네 주소가 틀렸던 날
배달 주문했는데 우리 동네 주소가 틀렸던 날, 진짜 그날 이후로 “주소는 천천히, 한 글자도 대충”을 제 인생 좌우명으로 삼게 됐습니다. 그날은 저녁에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결국 배달앱에서 평소 먹던 메뉴 그대로 눌렀거든요. 결제까지 끝났는데도 왠지 모르게 화면이 약간 멈칫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는 “설마 주소 확인 같은 거 다시 하라는 거겠어?” 하고 넘어갔습니다.
집 주소는 분명히 정확하게 입력했는데, 문제는 배달 메모에 있었어요. 제가 원래 적는 메모가 “대문 앞에 두고 전화 주세요. 2층이라면 난간 옆으로” 이런 식인데, 이날은 손이 좀 빨라서 그런지 메모가 아니라 주소 칸을 잘못 건드렸던 겁니다. 아니면 앱이 뭔가를 자동완성해줬는데, 제가 그걸 ‘맞겠지’라고 확신한 거죠. 결론적으로, 주문은 접수됐고 배달기사님이 출발했다는 알림이 떴습니다.
처음엔 별일 없었어요. 배달 예상 시간이 30분이었는데, 실제로 25분쯤에 “도착 1~2분 전” 알림이 오더라고요. 저는 신발 신을까 말까 하다가, 일단 문 앞에 내려놓겠지 하고 현관으로 나가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소리가 안 나요. 배달기사님께 전화가 오면 받으려고 휴대폰을 들고 있었는데, 문자도 없고 전화도 없고… 이상하더라고요.
그때 배달앱에서 갑자기 “배달 완료”가 떴습니다. 저는 순간 눈을 비볐어요. ‘완료?’ 저는 분명 아직 아무 것도 못 받았는데요. 알림을 눌러서 배달 위치를 확인하려고 하니, 지도에 찍힌 위치가 우리 집에서 꽤 떨어진 동네더라고요. 정확히는 옆 블록쯤이 아니라, 이름이 비슷한 다른 동네였어요. 지도에서 보이는 도로명이랑 건물 숫자가 제 거랑 다르니까 바로 알겠더라고요.
바로 배달기사님께 연락을 했습니다. 기사님이 받자마자 “네 고객님, 방금 전에 전달 완료로 되어있는데 혹시 주소를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왜 그렇게 무섭게 들리는지 몰라요. “저는 주소 제대로 넣었는데요?”라고 했더니 기사님이 조심조심 말했어요. “제가 도착해서 보니까, 고객님 성함이랑 건물은 맞는데 동/호수가 다른 곳이더라고요. 혹시… 메모에 적힌 대로 안내받은 게 아니라, 제가 다른 쪽으로 안내를 받은 것 같아요.”
여기서 제 멘탈이 반쯤 나갔습니다. 알고 보니 기사님이 연락을 받은 장소가 따로 있었던 거예요. 동네가 비슷해서 주민센터 앞이랑 저희 쪽 입구가 헷갈렸던 듯해요. 기사님은 이미 음식이 식을까 봐 시간 안에 처리하려고 주변에 두고 오신 모양인데, 문제는 그 주변이 제 주변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그러면 혹시 그쪽에서 음식이 잘 전달됐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했고, 기사님은 “확인해볼게요. 다만 이미 완료로 찍혀 있어서…”라고 하시며 잠깐 멈칫했어요.
그 사이 저는 배달앱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습니다. 보통 이런 건 자동응답으로 끝날 것 같아서 기대를 별로 안 했는데, 다행히 담당자가 빨리 연락을 줬어요. “주소 오류로 다른 곳에 배달된 정황이 있습니다. 재배달 또는 환불 중 선택 가능해요.” 라는 답이 오는데, 솔직히 저는 둘 다 싫었습니다. 재배달은 또 시간이 걸리고, 환불은… 저녁에 그 메뉴만 기다린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잖아요. 그래서 결국 “혹시 기사님이 다시 그 위치로 가서 찾아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현실이 들어옵니다.
기사님이 다시 연락을 줬어요. “제가 도착했을 때는 누군가가 이미 가져가신 것 같아요. 그 집에 제가 연락을 해보면 바로 받으실 분도 있을 텐데, 지금은 저희가 서로 확인이 안 돼요. 대신 고객님께는 최대한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내부 절차로 조정해보겠습니다.” 이 말 들으니까 완전 영화 같았습니다. ‘서로 같은 주문을 놓치고 서로 같은 오해를 했다’는 느낌? 저는 결국 재배달 대신 쿠폰이나 부분 환불 같은 쪽으로 정리됐는데, 그때부터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늘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제 주소 입력 기록을 다시 봤습니다. 주소가 틀렸다기보다는, “동”과 “로”가 바뀌어 있더라고요. 글자 하나 차이인데도, 앱은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자동완성해준 거예요. 저는 진짜로 그 자리에서 “내가 봐도 이상한데 왜 넘어갔지” 싶어서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다음 날, 같은 메뉴를 시키려다 보니까 손이 먼저 주소 칸으로 가더라고요. 습관이 무섭습니다. 한번 사고 나면, 그 다음엔 정말 확인 또 확인하게 되거든요.
결국 그날은 2시간쯤 뒤에야 간신히 저녁을 먹었습니다. 배달은 늦어졌지만, 더 웃긴 건 그 직후에 옆집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어제 혹시 배달 잘못 오신 거 아니에요? 저희도 누가 ‘아까 음식 왔는데 누구 건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저는 빵 터졌습니다. 주소 한 글자 때문에 제가 잃어버린 건 음식만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서로를 추리하게 만드는 서사까지였던 거죠. 그 이후로 저는 주소를 입력할 때마다 생각합니다. ‘이 한 글자가 누군가의 저녁을 구하나, 아니면 동네 추리극을 시작하나.’ 그리고 오늘도 배달앱에서 주소 칸은… 손끝이 먼저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