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집에 생긴 ‘냄새 경보’ 오해
자취집에 생긴 ‘냄새 경보’ 오해가 진짜 웃프게 시작됐어. 어느 날부터 갑자기 내 방에 “삐—” 하는 경고음이 들리는 거야. 처음엔 내가 꿈에서 뭔가 테스트하는 줄 알았는데, 소리는 계속 났고 심지어 냄새도 따라왔어. 문제는 내가 자취 1년 차라서, 이게 뭔지 도통 감이 안 오더라.
첫 반응은 당연히 “불 났나?”였지. 창문도 열고, 혹시 전기장판이나 멀티탭 문제인가 싶어서 콘센트도 전부 뽑았어. 근데 경고음은 줄지 않고 더 짜증 나게 지속됐어.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건 딱 하나, ‘이건 가스 경보기다!’ 그런데 우리 집은 가스레인지도 안 쓰고, 버너는 항상 꺼져 있었거든. 내가 마지막으로 요리한 게 전날 저녁이었는데, 냄새가 아직 남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방을 살폈어.
주방엔 아무 이상이 없었어. 프라이팬도 깨끗했고, 가스도 잠겼고, 싱크대 아래에서 새는 느낌도 없었어. 그런데 경고음이 이상하게도 내 방 쪽에서 더 크게 들리는 거야. 그래서 나는 “방에 뭔가가 타고 있어?” 같은 헛소리를 하면서, 책상 밑부터 침대 밑까지 다 뒤졌지. 먼지 쌓인 곳에서 연기 같은 건 당연히 안 나왔고, 결국 찾은 건 ‘연기 감지기’ 비슷하게 생긴 작은 장치 하나였어.
근데 그 장치가 문제였던 게, 진짜로 내 방 천장 구석에 붙어 있더라. 관리실에 연락하려다가도 “설마 내가 잘못 건드린 건가?” 싶어서 설명서를 찾아봤어. 그런데 그 설명서가… 내가 보기엔 외계어 수준이었어. 버튼은 있는데 누르는 법은 안 적혀 있고, LED는 빨갛게 깜빡이는데, 무엇보다 스티커에 적힌 문구가 “냄새(가스) 감지 시 경보”였어. 나는 그 순간 깨달았지. 이건 불이 아니어도 ‘냄새’로도 울릴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이번엔 냄새를 잡기로 했어. 내 코가 문제인가 싶어서, 방을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냄새 변화를 확인했지. 한 번은 “음… 곰팡이 냄새 같은데?” 하다가, 바로 다음엔 “아니야, 이건 고양이 사료 비슷한 느낌?” 같은 생각도 들더라. 자취집에 동물이 있는 건 아닌데도 말이야. 그러다 문득, 내가 최근에 빨래 세제를 바꿨던 게 떠올랐어. 원래 쓰던 게 다 떨어져서 편의점 세제를 새로 샀는데, 향이 좀 강하긴 했거든. 혹시 그게 환기가 안 되면 냄새 감지기에 걸릴까? 이런 억지 추리를 시작했지.
그다음 행동이 더 코미디였어. 나는 세제를 의심하면서, 빨래를 다시 돌리고 싶어서 세탁기부터 확인했어. 그런데 세탁기는 멀쩡했고, 마지막으로 빨래한 건 얇은 옷 몇 장뿐이었거든. “그럼 옷장?” 하고 문을 열었는데, 옷에서는 분명 향이 나긴 났지만 ‘경보’가 울릴 정도로는 아닌 것 같았어. 그때 또 이상한 일이 생겼지. 경고음이 울리는 동안엔 분명히 냄새가 났는데, 경고음이 멈추고 나면 냄새가 갑자기 약해지는 거야. 이건 냄새가 아니라 감지기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관리실에 전화를 했는데, 담당자 목소리가 너무 태연했어. “아, 그거요. 입주 초기에 한 번씩 울립니다. 특히 환기 안 되면… 음, 방향제나 세정제 냄새도 영향 있어요.” 그 말 듣자마자 머리가 띵했지. 나는 그날 아침에 방향제를 새로 샀거든. 정확히는 ‘무향’이라 써 있는데, 솔직히 무향이면 냄새가 안 나야 정상인데… 내 코엔 분명 향이 있었어. 그런데도 나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장식처럼 걸어놨던 거야. 즉, 내가 자취집에 ‘냄새 경보’가 울리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거지.
관리실에 사과하고, 방향제는 바로 떼어냈어. 그리고 환기까지 싹 해줬더니, 그제야 경고음이 조용해지더라. 근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 다음날 아침, 또 한 번 “삐—” 소리가 나길래 가슴이 철렁했거든. 나는 또 불 났나 싶어서 뛰쳐나갈 뻔했어. 그런데 알고 보니, 전날 내가 떼어낸 방향제 자리에 남아있던 라벨 종이가 살짝 떨어져서 감지기 쪽으로 바람이 닿으면서 냄새가 잔향처럼 퍼진 거였대. 결론은… 감지기가 민감한 편이고, 내가 ‘감지 가능한 향’을 계속 테스트한 셈이더라.
그래서 요즘은 자취집 운영 정책이 생겼어. 첫째, 방향제는 “무향”이라도 믿지 않는다. 둘째, 세제 향은 과하면 감지기에 찍힌다. 셋째, 경고음이 울리면 먼저 불부터 보지만, 동시에 내가 뿌린 향부터 떠올린다. 아직도 가끔은 그날을 생각하면 웃겨. 내가 진짜 불안해하며 천장 구석까지 뒤지고, 멀티탭까지 뽑고, 냄새를 탐정처럼 추적했잖아. 알고 보니 정답은 그냥 내가 산 향의 승리였던 거지. 다음에 또 경보 울리면, 나는 먼저 “오늘도 내가 뿌렸나?”부터 묻게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