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환불해준다더니 사진만 보고 잠수
당근에서 환불해준다더니 사진만 보고 잠수
중고로 침대 프레임을 판다는 글을 봤는데, 상태가 “찍힌 데 없이 깨끗”이라고 되어 있었거든요. 저는 이미 어제부터 방 정리한다고 몸이 근질근질한 상태라, 바로 채팅으로 “실물도 깨끗한 편 맞나요? 배송비 포함 얼마로 가능해요?” 이렇게 물어봤어요. 판매자는 답이 엄청 빨랐고, 사진도 몇 장 더 보내주면서 자신감 있게 말하더라고요. “괜찮으면 바로 오셔도 되고, 혹시 마음에 안 들면 환불까지 해드릴게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저는 당연히 “환불까지”란 말에 마음이 놓여서, 결제하고 약속 잡고 시간 맞춰서 받으러 갔습니다. 매장도 아니고 집 앞 거래인데, 그래도 사람끼리 신뢰가 중요한 거 아시죠. 박스 열어보기도 전에 이미 포장을 꼼꼼히 해놔서 ‘설마’ 싶진 않았는데요. 실물을 딱 확인하는 순간, 사진에서 안 보이던 스크래치가 프레임 한쪽에 길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볼트 쪽도 살짝 눌린 느낌이어서 손으로 만져보면 거슬릴 정도였어요.
그래서 바로 판매자한테 “사진이랑 달라요. 환불 가능하죠?” 하고 보냈더니, 답이 오긴 왔어요. 그런데 그 답이 좀 이상했어요. “사진은 제가 찍은 그대로예요. 혹시 배송 중에 생긴 상처 아닐까요?” 이러는 거예요. 저는 배송을 제가 직접 맡긴 것도 아니고, 포장 상태도 판매자 말대로 잘 되어 있었는데요. 그냥 ‘배송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본인 사진만 믿고 가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을 다시 찍어서 “이건 배송 중에 생기기엔 위치가 너무 그래요. 그리고 상처가 안쪽까지 이어져 있어요.” 라고 설명했죠. 판매자는 또 바로 읽은 건지 답이 없고, 대신 “환불은 해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올린 사진으로는 괜찮아 보이는데요…” 같은 말이 이어졌습니다. 솔직히 그 문장이 제일 어이없었어요. 아니, 괜찮아 보이는 건 제가 산 게 아니라 판매자가 올린 ‘사진’이잖아요.
그래도 저는 최대한 감정 상하지 않게 “그럼 실물을 기준으로 판단해주면 될 것 같아요. 환불 원합니다. 물건은 회수하셔야죠?” 이렇게 정리해서 보냈습니다. 그러자 판매자가 “네, 절차대로 해볼게요. 회수 요청 넣어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에 “오케이, 그럼 오늘 안에 회수 일정 잡히겠네요” 하고 기다렸어요.
근데 그때부터 채팅이 묘하게 끊겼습니다. 처음엔 “절차대로”라고 했는데, 다음 메시지부터는 답이 뜨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읽씹’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아예 화면에서 사라진 것처럼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거래 내역에 환불 관련 안내가 자동으로 뜨는 경우가 있어서 그 루트도 같이 확인했는데, 판매자가 회수 버튼을 눌러야 진행되는 구조더라고요. 제가 다시 “혹시 회수 일정 언제쯤일까요?” 물어보면, 그 다음엔 또 아무 답이 없고요.
그래서 제가 이틀째 되는 날에 “환불 얘기하셨던 거 혹시 취소하실 생각이신가요?” 하고 한 번 더 물어봤어요. 그때는 답 대신 한 마디가 왔습니다. “사진으로는 문제 없어 보입니다.” 이 문장만 딱 보내고 끝. 대화가 거기서 멈추니까, 저는 결국 당근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싸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약속을 지키면 서로 편한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요.
신기한 건, 신고 접수하고 나서 갑자기 판매자가 다시 나타난 거예요. “잠깐만요. 확인 중입니다.”라고 하더니, 그 다음 날은 또 메시지 읽고 답이 없고, 또 그 다음 날은 “바쁘다 보니…” 같은 뉘앙스. 결국 제 결론은 이거였어요. 환불해준다는 말은 ‘사진만 보고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조건이었던 거죠. 저는 실물을 봤고, 그 차이를 문제 삼았고, 그 순간부터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그래도 환불해주실 수는 있나요? 절차 진행 부탁드려요. 아니면 결과를 알려주세요.”를 보냈는데, 그 메시지도 답이 없더라고요. 대신 제가 본 건, 판매자가 새 글을 올려놓고 다른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그걸 보고 진짜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당근에서 환불은 ‘마음에 안 들면’이 아니라, ‘판매자 눈에 안 들지 않으면’이었나… 싶었거든요. 어쨌든 저는 이번 건 잊고 싶지만, 채팅창에 “환불해드릴게요” 문장만 떠오르면 아직도 약간 피식하게 됩니다. 다음엔 사진이 아니라 실물 기준으로도 약속을 먼저 확인해야겠어요, 다들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