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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이 엎어질 뻔한 엘리베이터 썰

2026-08-21 00:41:13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 타자마자 “오늘은 무사히 도착한다” 같은 건 믿으면 안 된다는 걸, 배달음식이 아니라 몸으로 배웠습니다. 정확히는 배달음식이 엎어질 뻔한 날이었는데요. 그날 저는 야식으로 치킨이랑 떡볶이를 시켰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포장지를 들고 서 있었어요.

문제는 엘리베이터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는 거예요. 보통은 한 번 멈추고, 사람 태우고, 그 다음에 가야 하는데 그날은 “딩” 하고 바로 열리더라고요. 손에 든 포장 상자가 제 손바닥보다 조금 무겁고, 또 위에 소스가 들어간 통이 있어서 살짝만 기울어도 위험했어요.

그래서 저는 습관처럼 포장을 더 꽉 잡으려 했는데, 그때 뒤에서 누가 “저도 같은 층이에요” 하면서 들어오더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서 제 옆을 휙 지나가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비켜주겠거니 했는데, 그 동선이 딱 제 손 쪽이었어요. 포장지 모서리가 살짝 들리면서 “아, 이거 떨어지면 끝장이다” 싶었습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출발했는데, 여기서부터가 진짜 영화 같았어요. 차가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특유의 덜컹거림이 있잖아요? 그 덜컹 소리와 함께 상자가 미세하게 쏠렸고, 저는 본능적으로 한 손으로 상자를 잡고 다른 손으로 균형을 잡으려다가 오히려 손이 더 꼬였습니다. 딱 그때, 상자 안에 있던 떡볶이 통이 “살짝만, 살짝만” 하면서 흔들리는 게 느껴졌어요.

제가 제일 당황했던 건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아무 말도 없이 휴대폰을 보면서 서 있었던 거예요. 사람들은 보통 위기 상황이면 “괜찮아요?” 같은 말이라도 하잖아요. 근데 그분은 그냥 고요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는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가 재생됐어요. 엘리베이터 바닥에 소스가 퍼지고, 그 위에 제 자존심도 함께 미끄러지는 그런 그림이요.

그래도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멈추었고, 그 정지 덕분에 포장이 다시 제 손에 안착하는 타이밍이 왔습니다. 저는 그 찰나에 최대한 상자를 수평으로 맞추고, 몸을 살짝 뒤로 기대서 무게중심을 잡았어요. 마치 운동선수가 마지막 0.1초를 버티는 느낌으로요. 그래도 가슴이 철렁했던 건 계속 남았고, 저는 손가락으로 포장지 끈을 확인하듯 계속 만져봤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층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출발하면서 이번엔 반대로 상자가 살짝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저는 무의식적으로 상자를 들어 올렸는데, 그러다 보니 포장지 위에 덮인 비닐이 탁 하고 들리면서 그 안에 있던 치킨 향이 갑자기 확 올라오더라고요. “아… 살아있네.” 라는 감탄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결국 목적지 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자마자 저는 거의 뛰다시피 나갔어요. 그러면서도 손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포장을 가슴 앞으로 당겼죠.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또 작은 사고가 날 뻔했어요. 제 발이 살짝 문턱에 걸리면서 포장지가 한 번 더 흔들렸고, 저는 “이건 잡고 나가야지!” 하면서 상자 아래쪽을 끌어올리듯 받쳤습니다.

다 나가고 나서야 확인했는데, 다행히 엎어진 건 아니었고 소스도 조금만 새는 정도에서 멈췄습니다. 저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휴지 한 장을 들고 포장지를 다시 세워놓고 상태를 점검했어요. 그런데 웃긴 건 그 순간까지도 저는 “다음에 다시 시킬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는 거예요. 위험했는데도 맛있으면 또 주문한다는 인간의 근본이 그날 새삼 확인됐습니다.

결론은 이거예요. 엘리베이터는 늘 변수가 있고, 배달음식은 그 변수에 제일 먼저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저는 그날 배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다음부터 엘리베이터 탈 때는 포장 들고 휴대폰 보지 말고, 옆 사람한테는 꼭 먼저 “괜찮아요?” 한마디 하고 들어가기로요. 왜냐면… 엎어질 뻔한 건 치킨이었지만, 제 자존심은 이미 여러 번 덜컹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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