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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중 상대 취향을 맞추다 망한 날

2026-08-21 20:41:14 조회 1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연애 중인 내내 제일 어려운 게 “상대 취향을 맞추는 일”이더라. 근데 그날은 내가 너무 열심히 맞춘 나머지, 오히려 취향이 아니라 테스트 문제를 대신 푸는 느낌이 됐고… 결론부터 말하면 망했다. 시작은 평범했다. 퇴근하고 집 앞에서 만나서 오늘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는 장면이었는데, 상대가 갑자기 “나 요즘 ○○ 맛집 가보고 싶어. 거기 진짜 취향 저격이래”라고 말한 거다.

나는 그 말에 바로 반응했다. “응? 그럼 나 그 집 예약해볼게!” 하고는, 집에 와서 검색을 시작했다. 문제는 내가 검색을 할 때 ‘후기’만 본 게 아니라, 평점, 메뉴 구성, 사진 각도, 심지어 사람들이 찍은 피클 색까지 다 봤다는 거다. 그렇게 30분쯤 뒤에 나는 확신에 찬 마음으로 예약을 잡았다. 상대가 좋아할 확률이 높다는 근거가 너무 많았거든.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내가 로맨스를 하고 있는 건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만나는 날, 상대는 “와 너 진짜 준비성 좋다”라고 웃었다. 그 한마디에 나도 어깨가 올라갔다. 근데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매장 자체가 따뜻하고 깔끔한데, 사람들이 다 조용히 먹고 있더라. 그리고 주문할 때부터 내가 미리 봐둔 포인트들이 쏟아지듯 튀어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첫 번째 삽질은 내가 너무 자신감이 있었던 거야. 메뉴판을 보자마자 “여기 대표 메뉴는 그거랑 그거 조합이잖아요. 그걸로 갈게요”라고 말해버렸는데, 상대가 잠깐 멈칫하더니 “어… 난 그 조합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메뉴 따로 먹는 게 편해”라고 했다.

그 말 듣자마자 나는 속으로 “아니 내가 틀렸나?”부터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는 표정이 나쁘지 않았고, 그냥 취향이 ‘조건부’라는 걸 말해준 느낌이었다. 그럼 뭐가 문제냐, 내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나는 ‘취향을 맞춰줬다’는 확신으로 대화를 이어가려 했고, 상대는 그걸 부담스러워했다. “근데 너는 여기서 또 뭐 먹으면 좋대?” 같은 질문을 했더니, 상대가 “나 그냥 맛있으면 돼. 그리고 너가 이렇게 딱딱 맞춰주면… 나도 맞춰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

그 순간, 내가 뭘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취향을 맞춘 게 아니라, 상대가 선택할 여지를 줄인 거였다. 그래서 나는 급히 태도를 바꿨다. “아 맞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걸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하지. 그럼 너가 고르고, 나는 너 고른 거 옆에 맞춰서 먹을게.”라고 말했더니 상대가 그제서야 편한 표정이 됐다. 먹는 동안 분위기도 다시 살아나더라. 근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 식사가 끝나자 상대가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손에 묻는 거 싫어. 깔끔한 걸로 가자”라고 했다.

나는 또 준비했지. 사전에 디저트 후기를 읽었고, 손에 안 묻는다는 키워드를 찾아냈고, 심지어 칼로 자르는지, 포크로 떠먹는지까지 체크했었다. 그래서 “여기 깔끔한 디저트로는 이게 제일 좋아요. 리뷰에도 손 안 묻는다고…”라고 말을 꺼낸 순간, 상대는 다시 한번 아주 짧게 멈칫했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나 손 안 묻는 거 좋아하는 건 맞는데, 너가 그렇게까지 확신해서 말하는 순간… 내가 또 ‘정답’처럼 느껴진다”라고 했다.

그날 나는 진짜로 땀이 났다. 식당 안이라도 사람들이 다 조용히 말하니까, 내 머릿속에서는 “내가 연애를 왜 이렇게 시험처럼 만들었지”가 계속 울렸다. 그래서 나는 결국 디저트를 포기하고 그냥 카페 가서 커피만 마시자고 했다. 상대도 “응, 이게 더 좋아. 우리 오늘 그냥 쉬자”라고 하더라. 여기서 나는 한 가지 더 배웠다. 취향을 맞추는 건 ‘상대가 좋아하는 방식’이지, ‘내가 정답을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는 거.

집에 가는 길에 상대가 갑자기 “너 오늘 정성 엄청 들인 거 알아. 근데 너가 나한테 맞춰주려는 마음이 너무 과해져서… 내가 숨이 좀 막혔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대충 “미안해”만 하기에는 너무 큰 걸 깨달았기 때문에, 진짜로 길게 얘기했다. “나 너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내가 준비한 게 맞는지 계속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근데 너한테 필요한 건 준비가 아니라, 선택할 공간이었네”라고. 그러자 상대가 웃으면서 “그럼 다음엔 ‘내가 선택할게’ 모드로 가자. 대신 너는 맛있게만 말해줘”라고 하더라.

그날 이후로 나는 취향을 맞추는 방식이 바뀌었다. 여전히 상대가 좋아하는 건 찾아보지만, 결정을 밀어붙이지는 않게 됐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이거 너 취향 같아서 가져왔는데,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다른 거 골라도 돼. 난 네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해.” 그러고 나서야 진짜로 연애가 편해지더라. 아직도 가끔 내 머릿속에서 ‘정답 찾기’ 모드가 켜지면, 스스로 멈추라고 신호를 보낸다. 내 마음이 급할수록, 상대 취향은 더 멀어지니까. 그래도 그 망한 날 덕분에 배웠다. 연애는 시험이 아니고, 정답은 사람마다 달라서 틀려도 괜찮다… 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결국 우리 오늘도 잘 만나고 있고, 디저트는 이제 “내가 고를게”가 제일 맛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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