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에서 ‘문앞’ 선택했는데 누가 들어옴
배달앱에서 ‘문앞’ 선택했는데 누가 들어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문 앞에 두는 줄 알았는데 누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문 앞을 만들고 가버린 느낌이랄까…? 오늘은 내가 너무 바보 같은 날이었음.
상황은 이렇다. 저녁에 배달 시키고 나서 옵션은 당연히 ‘문앞’으로 해놨지. 현관문 앞에 놓고 사진 찍어서 끝. 그게 제일 깔끔하잖아. 나는 벽 뒤에 숨어(?) 있다가 초인종 소리 들릴 때쯤 나가서 받아오려고 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더라.
그래서 앱을 확인했지. “배달 완료” 뜨고, 기사님이 문 앞에 두었다는 메시지도 있었어. 근데 이상하게도 사진이 안 와. 보통은 바로 오잖아. 대신 알림이 하나 더 왔어.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우리 집 비밀번호는 나만 아는 건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나는 순간적으로 진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기사님이 잘못된 집을 누른 건가? 아니면 내가 설정을 잘못했나? 앱 설정을 뒤져보니까 배송 위치가 “문앞”으로 되어 있긴 한데, 특이하게 ‘공동현관 출입’ 같은 옵션도 같이 켜져 있었더라. 분명 내가 건드린 적 없는데… 누가 나 대신 세팅을 했나 싶은 그 느낌.
그때부터 현관 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함. 딱히 쾅쾅 하는 것도 아닌데, “철컥” “삑” 이런 식으로 문 열고 닫는 소리랄까. 나는 얼른 뛰어나가서 문을 반쯤 열었는데, 기사님이 이미 안쪽에서 서 계시더라. 배달 가방을 들고. 나를 마주치자 기사님이 “아, 여기 맞으세요?” 이러는 거야.
나는 그 말 듣고 그냥 멍해짐. 맞긴 맞지. 그런데 문앞이잖아.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위치는 문 앞이 아니라… 우리 집 내부야. 내가 “왜 들어오셨어요?”라고 묻자 기사님은 당황해서 “앱에 비밀번호 입력하라고 떠서요. 누르시면 문이 열릴 줄 알았는데…” 하더라.
그 말이 더 웃긴 게, 내가 문을 닫혀 있는 상태로 두고 있었거든. 나는 문을 열어주라는 뜻으로 앱에 뭘 입력한 적도 없어. 그런데 기사님은 비밀번호 입력을 하라는 안내를 보고 그냥 들어온 거야.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배달앱이 안내한 대로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었던 내가, 사실은 내 존재를 숨긴 상태였고, 기사님은 그걸 해제하려고 들어온 거지.
나는 사과부터 하고 싶었는데, 기사님도 “잘못 들어온 건 아닌데 상황이 좀…” 이런 식으로 말끝을 흐리더라. 결국 나는 기사님을 다시 밖으로 안내하고, 문 앞에 놓으라고 다시 설명했지. 그리고 앱에는 “누락 방지 차원에서 문 열림” 같은 문구가 있더라. 누락 방지…? 누락된 건 오히려 내 상식이었어.
마지막에 기사님이 돌아가시면서 “담에는 비밀번호 안내 안 뜨게 설정하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진짜 웃겼음. 마치 내가 비밀번호를 누군가에게 준 줄 아는 뉘앙스잖아. 나는 집 안에서 혼자 리모컨처럼 앱 설정을 만지다가, ‘문앞’ 옵션이 사실은 보조적으로 “출입 도와달라” 같은 걸 포함하고 있던 걸 찾아버렸어. 그래서 앞으로는 주문할 때마다 확인을 두 번, 세 번 하기로 했지.
그날 이후로 배달앱에서 ‘문앞’이란 단어를 보면 왠지 모르게 경계심이 생김. 문 앞이 곧 집 안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거든. 그래도 뭐… 기사님이 위험한 사람도 아니었고, 큰 사고 없이 넘어갔으니 다행이지. 다만 내 저녁은 한동안 ‘문 앞’이 아니라 ‘문 속’이었고, 나는 다음 주문부터는 초인종 앞에서 먼저 대기하면서 감시(?) 모드로 살게 됐다… 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