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냉장고 문이 저절로 열리는 이유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한참 손님이 끊긴 깊은 밤, 갑자기 냉장고 문이 ‘삐걱’ 소리와 함께 저절로 열렸다. 내가 문 쪽을 바라보자 냉기가 쏴악 퍼져 나왔고, 손이 닿지도 않은 문이 마치 누군가 손으로 살짝 밀어 연 것처럼 살짝 열린 거다.
처음엔 바람 때문인가 싶었다. 그런데 편의점은 건물 안에 있고, 출입문도 잘 닫혀 있어서 바람이 그렇게 세게 들어올 만한 구조가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문을 닫으려고 다가갔는데, 그때 또 문이 천천히 열렸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 열고 닫기를 반복해 봤지만, 문은 계속 혼자 열리고 닫혔다.
그때부터 손님도 없는 편의점 안에 갑자기 섬뜩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나는 냉장고 근처에서 멀찍이 떨어져 서 있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 냉장고 문이 한껏 열리면서 차가운 공기와 함께 무언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낮게 희미하게 ‘나 여기 있어’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밤새 계속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냉장고 문이 스르르 열렸다가 닫히고, 내가 눈을 떼는 순간 다시 열리고. 무서워서 나도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상황을 기록해 보았다. 그런데 영상에는 이상하게도 문이 열리는 순간마다 희미하게 얼굴 형태가 얼룩처럼 비치곤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깜짝 놀라워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점장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점장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옛날 편의점이 지어지기 전 그 자리에 있었던 오래된 집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집에 살던 한 노인이 돌아가신 뒤부터 그 자리에 손님도 없이 냉장고 문이 저절로 열리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고.
그러면서 점장은 “그 노인의 영혼이 냉장고에 머무르고 있다는 얘기도 있어. 편의점이 들어서고 나서도 가끔 그가 돌아와서 자신이 살던 집의 흔적을 남기려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절대 냉장고 문 근처에 오래 서 있지 않으려 했다.
가끔씩 손님이 와서 냉장고를 열고 닫을 때마다 나는 그 문이 저절로 열리고 닫히던 그 기묘한 밤들이 떠올라 소름이 돋곤 한다. 그리고 다시는 편의점 냉장고 문 근처에 홀로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하지 않으려 한다.
그날 이후로, 내가 찍은 영상과 사진을 몇 번 더 돌려보았는데, 한 번은 문이 열릴 때 화면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듯한 희미한 눈동자가 찍혀 있었다.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사람들은 편의점 냉장고가 저절로 열리는 이유를 기술적인 문제라 말하기도 하고, 바람 탓이라고 단순화하지만 사실은 그 공간에 남겨진 기억이나 어떤 존재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어쩌면 그 노인은 아직도 그 냉장고 문 너머 어딘가에서 누군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날 밤, 나는 편의점을 나서면서 마지막으로 냉장고 문을 힐끔 본 적이 있다. 문은 또 스르르 열렸다가 나를 바라보는 듯 살짝 멈추었다가 천천히 닫혔다. 마치 “다음에 또 와줘”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