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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 택배가 쌓이자 벌어진 사건

2026-08-23 10:41:11 조회 2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제 자취방에 어느 날부터 택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아, 온라인 쇼핑 시즌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죠. 그런데 문제는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어느새 복도 쪽 창문 아래까지 택배 상자들이 줄줄이 쌓이더라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제 방이 아니라 마치 어떤 물류 거점이 된 느낌이었어요.

저는 택배를 받으면 보통 문 앞에 두고, 필요한 건 바로 뜯고 나머지는 한쪽에 모아두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박스가 조금씩 쌓이긴 해요. 근데 이번엔 크기가 이상하게 다양했어요. 작은 영양제부터 시작해서, 누가 일부러 일부러 “여긴 자취방입니다”라고 알려주는 듯한 거대한 스티로폼까지 있었습니다. 문제는 스티로폼 상자에 적힌 품목명이 뭐랄까… 너무 생활밀착형이라서 더 찜찜했죠.

게다가 제가 주문한 게 아닌 것들이 계속 들어오니까, 머릿속이 자동으로 범죄 드라마 모드로 바뀌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 주문했나?” “누가 내 주소를 착각했나?” “아니면…” 이런 생각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제일 무서운 건 택배가 ‘받는 사람 이름’이 제 이름이랑 똑같이 적혀 있다는 거예요. 저는 그제야 마음이 철렁했죠. 누가 제 이름을 알고 있단 말이지요.

어느 날은 새벽에 “띵동” 소리가 들렸는데, 제가 그 시간엔 자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문을 열어보니 박스가 하나 더 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박스엔 작은 메모가 붙어 있었어요. 메모 내용이 “다음에 또 드릴게요. 문 앞에 놓아주세요.” 같은 문장이었는데, 제 손글씨도 아니고 누가 봐도 누군가의 메모 스타일이었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머리 위에 전구가 켜지듯 깨달았어요. 이건 주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일부러 제게 계속 보내는 중이라는 걸.

그래서 저는 택배 회사에 연락해보려고 했는데, 박스마다 송장번호가 다르니까 어디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리고 자취의 비극이 있죠. 연락할 때마다 제가 “네, 제 방 앞에 택배가 계속 쌓이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상담원이 “혹시 착오 배송일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할 텐데… 착오 배송이면 이름이 이렇게 정확히 같을 수가 있나 싶었거든요. 저는 밤새 메모를 정리하면서, 택배 상자들의 공통점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상자들을 살펴보니 특이한 점이 하나 나왔어요. 대부분 도착한 날짜가 “제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던 날”이랑 겹친 겁니다. 제가 문 앞에 아무것도 없었을 때 외출하고, 다시 들어오면 항상 박스가 늘어나 있었어요.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세 번쯤 겹치니까 우연이 아니라 패턴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전날 밤부터 문 앞을 몰래 관찰했습니다. 물론 CCTV는 없고, 창문 틈으로 살짝 확인하는 수준이었죠.

관찰을 시작한 첫날엔 아무 일도 없어서 “이제 끝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날, 정말 딱 “삑”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문 앞에 뭔가를 내려놓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심장이 쿵 내려앉아서 숨을 삼키고 있었는데, 다행히 바로 뛰어오진 못하겠더라고요. 왜냐면 그때 제가 들은 소리가… 택배 기사님이 아니라, 아파트 관리실 쪽에서 들릴 법한 말투였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이 남긴 건 택배 하나가 아니라, 종이봉투 하나랑 작은 안내문이었습니다.

안내문에는 “다음부터는 여기 보관해주시면 됩니다. 고객센터에서 확인해드리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아래에 ‘아파트 단지 내 배송 보관함 관련’ 같은 문구가 있었어요. 저는 그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어떤 사람이 보관함을 쓰려고 했는데, 보관함이 꽉 차 있거나 혹은 잠깐 비어있는 구역을 착각해서 제 문 앞에 임시로 두고 간 거죠. 근데 왜 이름이 제 이름이냐고요? 그게 진짜 웃기게도, 같은 동 같은 호수에 살던 분이 얼마 전에 전입을 하셨더라고요. 그분이 주문을 하면서 주소를 자동완성으로 넣었고, 순간 제 방 번호가 같이 떠서 잘못 눌렀던 겁니다. 그러니까 저를 타깃으로 하던 범죄가 아니라, 스마트폰의 자동완성 한 방이 만든 드라마였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분께 직접 연락을 했습니다. 관리실을 통해 연락처를 받아야 해서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연락이 닿자마자 그분이 너무 당황해하시더라고요. “제가 집을 바꾸고 주소를 옮기는 중이라, 자동완성에서 잠깐 잘못 들어갔던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듣는데, 아까까지 내 머릿속을 장악했던 스릴이 갑자기 코미디로 바뀌더라고요. 저는 “괜찮아요. 근데 진짜 택배가 한 달치가 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하니까, 그분도 “저도 제게 주문한 걸 제가 안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이상했어요” 하며 웃더라구요.

그 뒤로는 택배가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한동안은 “이제 진짜 끝이겠지?” 하면서 문 앞을 매일 확인했죠. 그런데 놀랍게도,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스티로폼 상자는 제 물건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열어보니… 안에 있던 건 제가 평소 안 사는 종류의 “방충용 스프레이”랑 “강아지 산책용 장난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방은 물류센터도 아니고, 제 이름을 가진 누군가의 비밀 창고도 아니었어요. 그냥 자동완성 주소 실수 + 관리실 안내 + 방충과 장난감이 뒤엉킨, 자취방판 기묘한 이벤트였던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긴 한데, 그때 제 마음이 한 번씩 ‘택배 공포’로 출렁였던 건 아직도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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