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시킨 국물에 ‘따로 드릴게요’ 적혀있던 이유
배달 시킨 국물에 ‘따로 드릴게요’ 적혀있던 이유. 정확히 말하면, 방금 전까지 뜨끈하게 끓어있던 것 같은 국물 포장지를 열었는데, 국물 표면이 아니라 위에 덧붙인 작은 종이에 그 문구가 딱 적혀 있었어요. 저는 그 순간 “어? 이 집은 원래 뭔가 추가로 주나?” 싶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더 확인했죠.
일단 저는 국물부터 제대로 맛보려 했습니다. 뚜껑을 열자마자 김이 확 올라오고, 국물 색이 진득하니 ‘오늘은 잘 시켰다’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종이 한 장이 같이 붙어 있었습니다. 검은 글씨로 아주 또박또박, 마치 공지문처럼 “따로 드릴게요”라고만요. 그 문구만 덜렁, 설명은 없고요.
처음엔 웃겼습니다. 국물 자체가 이미 “따로”인데, 뭘 더 따로 달라는 거지? 저는 혹시 누가 실수로 다른 주문의 메모를 붙여버린 건가 싶었어요. 그럴 때 보통은 “죄송합니다, 이거 누락됐어요” 같은 문구가 따라오잖아요. 그런데 이건 사과도 아니고, 안내도 아니고, 그냥 약속 같은 말투였어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구성품을 싹 펼쳤습니다. 밥은 없고, 국물만 있는 메뉴였거든요. 포장 안쪽을 더 살펴보고 젓가락이랑 반찬이 혹시 있나 보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추가로 없었습니다. 심지어 종이는 딱 하나, 그 문구만 있는 그 종이였죠. 저는 그 순간, 제가 뭔가를 놓쳤나 싶어서 주문 내역을 다시 확인했어요.
주문 내역에는 ‘기본 제공’이라고 되어 있는 게 여러 개였는데, 제 건 국물에 해당하는 것만 딱 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따로 드릴게요”가 누락된 제공품을 말하는 건가? 하고 잠깐 기대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가게가 배달을 두 번 하지는 않을 텐데요. 보통 누락이면 바로 연락해서 재발송이 들어오지, 이렇게 메모만 남기진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배달 앱 채팅에 물어봤습니다. “따로 드릴게요라고 적혀있는데, 혹시 추가로 오는 게 있나요?”라고요. 그런데 답이 아주 느리게 왔고, 한참 뒤에 오더니 이런 식이더라고요. “아, 그 메모는 저희가 실수로 붙인 게 맞아요. 포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분 주문 메모랑 섞였을 수 있어요. 죄송합니다.” 결국 제 국물은 그냥 국물이고, 종이는 다른 사람 몫이었던 거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 다음이 더 웃겼습니다. 저는 혹시나 해서 다시 사진을 찍어놨던 메모를 보는데, 글씨가 미세하게 지워진 흔적이 있더라고요. 종이를 자세히 보니 “따로 드릴게요” 아래에 아주 옅게 다른 내용이 있었어요. 근데 그건 잉크가 번졌는지 거의 안 보일 정도였죠. 저는 확대해보는 습관이 있어서 괜히 집착처럼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했는데, 그 종이의 원래 문장은 아마 “추가로 드릴게요”였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근데 포장 과정에서 접착 위치가 틀어지면서 ‘추가로’가 잘려 나간 거예요. 즉, 누군가는 반찬이나 소스가 “추가로” 온다고 안내받았는데, 그 문장 가운데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서 제 앞에는 “따로 드릴게요”만 남아버린 거죠. 저는 그걸 보자마자 빵 터졌습니다. 정말 딱 ‘말만 남고 내용은 증발’한 상황이었거든요.
결국 저는 추가로 받을 건 없었고, 대신 앱에서 환불이나 보상 같은 걸 받진 못했어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찝찝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 문구 때문에 잠깐이라도 “내가 뭔가를 곧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국물은 어차피 맛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무엇보다 종이가 너무 확신에 차서 붙어 있어서, 오히려 배달팀의 허술함이 아니라 그들의 ‘포장 템포’ 같은 게 상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그 생각하면 웃겨요. 배달 기사님이 오시기 전에 이미 포장팀에서 누군가 이런 표정을 지었을 것 같거든요. “아 씨… 이거 누구 거지?” 하면서 종이를 붙이고, 제대로 확인 못 하고, 그 결과 제 국물 위에 ‘따로 드릴게요’라는 운명의 문장만 남긴 거요. 저는 그 국물을 한 숟갈 한 숟갈 먹으면서, 아무것도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기다린 셈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요, 따로 드릴 건 없지만, 제 기다림은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