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새로 산 마우스가 자꾸 사라짐
회사에서 새로 산 마우스가 자꾸 사라짐. 정확히는 “사라진 걸 누가 봤냐”가 아니라 “사라지는 순간을 아무도 못 봤다” 쪽이 문제예요. 어제까지 분명히 데스크 위에 있었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모니터 켜는 순간부터 마우스 패드 위가 텅 비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제가 커피 마시다가 어디에 올려뒀나 싶었는데, 그날만 이상한 게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저 혼자 겪은 줄 알았어요. 신형 마우스(회사에서 예산 태워 산 거라 포장도 새 거였음)를 상자에서 꺼내서 바로 연결했거든요. 휠도 부드럽고 클릭감도 딱 그 “이게 돈 냄새 난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다음 날, 같은 자리에 놓아둔 마우스가 없어요. 책상 밑도 확인하고 서랍도 뒤졌는데, 정말로 흔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사내 공용 메신저에 올렸죠. “혹시 제 마우스 보신 분?”이라고요. 그런데 댓글 반응이 더 무서웠어요. “아 그 마우스 회사에선 다 가져가면 안 되나요?” “저도 어제 없었습니다” “그거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줄줄이 출고 대기열이 생긴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저 말고도 다른 팀 사람들 책상에서 마우스가 한두 번씩 사라졌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여기서부터는 범인이 ‘사람’인지 ‘제도’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훔쳐간 거면 보통 들고 가는 장면이라도 있을 텐데, 우리 회사는 출입문이 유리라 시야도 나쁘지 않거든요. 그런데 마우스는 그냥 감쪽같이 사라져요. 심지어 포장 박스에 남아 있던 스티커 위치까지 깔끔하게 정리된 날도 있었습니다. 누가 가져갔다면 박스라도 남겨야 하는데, 마우스가 없어지면 박스도 같이 증발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저는 제 책상만은 안전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마우스가 사라질 때마다 책상 위에 놓는 게 아니라, 퇴근할 때마다 파우치에 넣어서 들고 다니기로요. 그런데 이게 또 문제였어요. 파우치에 넣어두면 다음 날엔 이상하게 책상 위에 파우치만 있더라고요. 파우치 안에는 마우스가 없고요. 그러니까 “마우스를 가져가는 사람”이 아니라 “마우스를 빼서 다른 곳에 옮기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다 결정적으로 멘탈이 털린 사건이 있었어요. 제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는데, 알림이 막 뜨는 거예요. “블루투스 연결됨” 같은 거요. 아, 이게 내 마우스가 연결됐다는 뜻인가? 싶어서 커서를 움직여보려는데 커서가 반응이 없습니다. 알고 보니 회사 노트북에 원래 등록돼 있던 마우스 이름이 뜬 거였고, 실제로는 다른 장비에 연결돼 있던 상태였어요. 마우스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다른 데서 쓰이고 있는 흔적까지 남는 겁니다.
그 다음부터 사내 회의가 열릴 때마다 “마우스”가 안건처럼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IT팀은 “저장 장치처럼 추적이 안 된다”고 하고, 총무는 “도난 보험은 가능하지만 절차가 복잡하다”고 하고, 각 팀 리더들은 “혹시 누가 테스트용으로 잠깐 가져가는 게 아닐까요”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근데 테스트용이면 왜 매일 다른 사람 책상에서 반복되는지 설명이 안 돼요. 한 번은 누군가가 “마우스가 너무 예뻐서 경쟁적으로 가져가는 것 같다”는 농담을 했는데, 웃는 순간에도 다들 눈이 진지했어요. 진짜로 그런 느낌이 있거든요.
결국 제가 선택한 방법은 너무 소박했습니다. 마우스에 작은 고정 스티커를 붙여서 “이거 본인용”이라고 티를 내는 거예요. 그런데 그 스티커가 사라진 게 아니라, 마우스만 없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누군가는 고정 스티커를 떼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그럼 결론은 간단하죠. 누군가가 그냥 “마우스만” 챙겨 간다. 박스든 스티커든 상관없이. 이런 방식이면 범인은… 사람이 아니라 손이 빠른 어떤 ‘상시 이동’ 시스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 책상 사이를 점유하고 돌아다니는 마우스의 유령)
며칠 뒤, 새 마우스가 또 들어왔습니다. 이번엔 진짜로 의식처럼 책상에 올려놓고, 저는 옆에서 커피도 안 마시고 계속 지켜봤어요. 퇴근 시간까지 멀쩡히 있더라고요. 그래서 “드디어 해결”이라며 속으로 좋아하는데, 다음 날 아침 제 책상 위엔 마우스가 없습니다. 대신… 책상 옆에 작은 쪽지가 딱 붙어 있더라고요. “키보드가 더 중요해요. 마우스는 다음에요.” 글씨체가 너무 정갈해서 더 웃겼습니다. 도난도 아니고 분실도 아닌, 누군가의 철학? 그 뒤로 저는 마우스를 찾기보다 제 키보드부터 재정비하게 됐고, 그날 이후로 회사는 한동안 마우스 없이도 생각보다 잘 굴러가더라고요. 결국 마우스가 사라진 게 아니라… 누군가가 우리 회사 업무 속도를 조절하려고 ‘움직임’을 통제한 걸지도 모릅니다. 내일은 제 키보드가 없어질 차례일까요, 아니면 마우스가 알아서 돌아올까요. 아직도 그쪽이 더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