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전화 대신 노크를 안 한 이유
배달기사님이 전화 대신 노크를 안 한 이유, 정말 별거 아닐 줄 알았죠. 그런데 그날 저는 현관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결국 깨달았습니다. “어? 전화 왜 안 하지?” 싶었는데, 전화기는 조용하고 문은 그대로고… 대신 제 머릿속에만 CCTV 자막처럼 의문이 계속 뜨더라고요.
상황은 이랬어요. 야식 시켜놓고 배달 앱 보면서 “출발했음” “도착 1분 전”까지는 일반적인데, 집 앞에 와서는 갑자기 아무 소리도 없었습니다. 보통은 벨을 누르거나 전화가 오거나, 아니면 최소한 문 앞에서 기침이라도 하시잖아요. 근데 그날은 진짜 신기하게도 정적이었어요. 제가 괜히 문 쪽으로 귀를 가져다 대고 있던 것도 웃긴데, 그게 또 긴장감이 있잖아요.
저는 혹시나 해서 앱 화면을 다시 봤어요. “배달 완료”라고 떴는데, 음식은 아직 제 눈앞에 없고요. 보통은 문 앞 사진이 뜨는데, 그날은 사진이 아주 깔끔하게 ‘없음’처럼 보이더라고요. 물론 앱이 장난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제 감각만 장난을 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문 옆 창문으로 살짝 내려다봤는데, 기사님은 이미 계단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고요.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아, 노크를 안 한 게 아니라… 노크를 할 상황이 아니었구나.” 저희 집 현관은 특이하게도 문틈이 조금 넓은 편이라서, 노크를 하면 소리가 복도까지 쫙 퍼져요. 예전에는 저도 몰랐는데, 한 번 노크 잘못했다가 아래층 분이 항의한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 가족들이 “제발 노크 소리 크게 내지 말라”고 규칙 비슷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기사님이 문을 두드리려다가, 아마 본능적으로 멈췄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면 그냥 교양 있는 분이란 뜻인데, 문제는 제가 그날 집에 혼자였다는 거예요. 혼자면 노크 소리가 나도 큰일은 아닌데, 하필 그때 거실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물건들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제 컴퓨터가 새로 업데이트가 걸려서 스피커를 테스트하느라 ‘삐빅’ ‘띵동’ 같은 소리가 계속 났습니다.
그러니까 노크를 하면 그 소리와 섞여서 제가 못 듣거나, 아니면 반대로 너무 크게 들려서 민망해질 수 있죠. 기사님 입장에서는 “통화는 귀찮을 수 있고, 벨은 또 여러 번 누르면 민원 생기고, 노크는 집 안에서 기계 소리랑 섞여서 전달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이런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솔직히 배달기사님들 대단한 게, 정말로 ‘사람마다 다르게 전달하는 법’을 체득하고 계시잖아요.
결국 기사님은 전화를 안 하고 노크도 안 하면서, 그냥 문 앞에 두고 사라지는 걸 선택했어요. 그런데 왜 ‘그냥 두고 가면 되지’ 싶죠? 여기서 제 역할이 하나 있어요. 제가 원래 전화나 벨을 잘 못 받는 타입이라, 앱에서 수신 방법을 “문 앞 놓고 연락 없이”로 해둔 적이 있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예전부터 그렇게 해뒀는데, 그날 제가 폰을 무음으로 해놓아서도 알림이 안 떴고, 또 제가 컴퓨터 소리 때문에 진동도 못 느낀 거고요. 그러니까 기사님은 제 설정을 믿고, 제 설정은 제가 스스로 잊어버렸던 셈이에요.
그런데 진짜 웃긴 건, 음식이 문 앞에 놓였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었을 때였어요. 문 앞에 종이봉투가 딱 있고, 그 옆에 아주 작은 메모가 붙어 있었거든요. “노크 소리 민감하시면 죄송합니다. 전화 대신 확인 가능한 소리만 남깁니다.” 그리고 아래에 동그라미 하나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동그라미가 마치 ‘저는 여기 있었어요’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제가 그 메모를 보자마자 바로 깨달았어요. 배달기사님이 노크를 안 한 이유는 노크가 문제라기보다, 제가 듣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알고 계셨던 거예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요. 왜냐면 제가 그동안 “기사님이 무슨 바쁜가 보지” 하며 짜증 낼 뻔했는데, 실제로는 제 집 소리 환경과 앱 설정을 종합해서 움직인 거였거든요. 그리고 메모를 보니, 어딘가 사람을 배려하는 방식이 너무 ‘기계적’이면서도 귀엽게 느껴졌어요. 결국 전화를 안 하고 노크도 안 했던 건, 민원 만들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했던 흔적이었고, 저는 그 흔적을 알아채지 못한 사람이었던 거죠.
그날 이후로 저는 배달 오면 무조건 창문부터 확인하고, 혹시라도 제가 설정을 바꿔놓지 않았는지 다시 점검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가끔은 생각해요. “아, 노크 소리 안 들으려고 만든 집인데, 왜 제가 항상 남의 노크에 기대고 있었을까.” 그러면서도 배달은 결국 오더라고요. 전화는 안 오고, 노크는 안 하고, 대신 웃음은 오고… 세상은 참 신기하게 균형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