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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장 보러 갔다가 트렁크가 안 닫힘

2026-08-25 00:41:13 조회 3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차로 장 보러 갔다가 트렁크가 안 닫힘.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진짜로 ‘장’ 보러 간 건데 트렁크가 안 닫히는 순간부터 제 인생도 같이 안 닫히더라고요. 아침에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나간 것도 아니고, 그냥 차에 이것저것 싣고 출발하면 되겠지 했는데… 세상은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마트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평소처럼 트렁크 열고 장 보자고 싹 넣기 시작했어요. 라면, 간장, 김치, 물, 휴지 이런 “생존템”들을 적당히 채우고, 이제 닫기만 하면 끝이다 싶었죠. 트렁크 닫는 버튼 눌렀는데 뚜껑이 딱 덜컥 하고는 다시 ‘아직 안 됐지?’라는 표정을 짓더니, 완전히 잠기지 않고 살짝 떠 있는 상태로 멈춰버리더라고요.

처음엔 제가 버튼을 잘못 눌렀나 싶어서 한 번 더 눌렀습니다. 그러고는 “아, 이거 자동잠금이 가끔 그래” 같은 낙관적인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트렁크가 안 닫히는 게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계기판에서 알림이 계속 뜨는 겁니다. 또 ‘딩’ 하고, 또 ‘딩’ 하고, 그 소리가 마치 제 멘탈을 타이머처럼 갈아 넣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당황해서 트렁크를 다시 열어봤는데, 이상하게도 물건이 막 엄청나게 튀어나온 건 아니었어요. 물론 무게는 좀 있었죠. 물이랑 휴지랑 간장 이런 게 차곡차곡 들어가 있긴 했는데, 트렁크 닫힐 정도야 충분히 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살짝만 재배치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조금만 밀면 되겠지” 하고 손을 넣었다가… 그때부터 레벨이 달라졌습니다.

트렁크 안쪽에 뭔가가 걸려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그 ‘걸린 것’을 똑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공간이 좁았다는 거예요. 자세를 이상하게 비틀고, 조심히 밀어보는데, 밀리는 건 물건이 아니라 제 팔뚝의 피로가 먼저였어요. 결국 몇 번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 보니, 마트 쇼핑카트 끄는 분들이 “아 이 사람 트렁크 수리 중인가” 하는 눈빛으로 잠깐씩 쳐다보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이상하게도 자꾸 소심한 테스트를 했어요. “혹시 이게 감지 센서가 민감해서 그래?” 하면서 버튼도 눌러보고, 트렁크에 발도 살짝 대보고(정상은 아니죠), 마지막엔 아예 손으로 뚜껑을 내려서 ‘딱’ 하고 잠기는지 확인해봤습니다. 근데 손으로 눌러도 끝까지 ‘쾅’ 하는 느낌이 안 나고, 중간에서 한 번 걸리듯 멈추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이건 제 멘탈 문제 아니라 차 문제일 확률이 높다는 걸요.

결국 마트 직원분을 부르긴 해야겠는데, 그게 또 쉽지 않더라고요. 왜냐면 전 아무 말도 못 하고 “저… 트렁크가…”라고 시작하는 순간, 상대가 바로 “물건이 너무 많으신가요?”라고 물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단 당당한 척하며 “아니요, 물건은 적당히… 그런데 닫히질 않아요”라고 말했더니, 직원분이 잠깐 보시더니 아주 태연하게 하시더라고요. “손잡이 쪽에 이물질이 끼었네요.”

그 한마디에 제 자존심이 약간 회복되는 동시에, 동시에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물질이요?”라고 되물었는데, 직원분이 트렁크 가장자리랑 고무 마감 부분을 툭툭 만지시더니, 작은 비닐 조각 같은 게 걸려 있었던 걸 빼주셨어요. 그게 뭔지는 잘 안 보였는데, 그게 하나만 끼어도 잠금이 안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아니, 장 보는데 왜 비닐이 이렇게 숨어 있었죠” 싶었습니다. 저 비닐이 제 장바구니보다 더 오래 버티고 있었던 거예요.

직원분이 빼고 나서 트렁크를 닫아보니, 그제야 제대로 잠기더라고요. “딱” 하는 소리가 얼마나 시원하던지, 마치 제 인생도 잠금 해제된 느낌이었어요. 그 뒤로는 물건을 더 정돈하고, 트렁크 닫기 전에 센서 확인하듯 한번 더 살짝 내려봤고요. 그래도 웃긴 건, 장 보고 나와서 차를 출발하려는데도 계기판에 아까 같은 알림이 잠깐 남아있더라구요. 저는 “또 고장 난 건가?” 했는데, 직원분이 “한 번 뜨면 몇 번 시동 켜야 꺼질 수 있어요”라고 하셔서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저는 오늘 장을 사러 갔던 건지, 아니면 트렁크 잠금의 서사를 체험하러 갔던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덕분에 트렁크 닫히는 소리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게 됐고요. 다음엔 장바구니 넣기 전에 트렁크 주변을 한번 훑어보고 나가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뭐, 인생도 결국 비닐 한 조각에 “아직 안 닫힘” 상태로 오래 갈 수 있으니까요. 오늘의 교훈: 장은 사되, 잠금은 확인하고, 마음은 너무 빨리 닫지 말자…는 아주 현실적인 결론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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