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초보가 처음 맛본 배수구 냄새
자취 초보인 나는 입주 첫 주에 “난 이제 혼자 산다”는 감동에 취해서, 뭐든 다 대충해도 될 것처럼 착각했다. 그러다 진짜로 대충하다가 처음 맛본 게 배수구 냄새였다. 처음엔 그냥 오래된 싱크대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겠지 했는데, 그날 저녁부터는 냄새가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손잡고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상황은 평범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라면을 끓이고, 설거지 하고, 냄비랑 그릇들 싹 정리할 생각으로 싱크대에 물을 틀었다. 그런데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묘하게 달랐다. 물이 쓷 하고 내려가는 게 아니라, 뭔가가 먼저 기다렸다가 따라 내려오는 것처럼 들린 거다. 나는 “기분 탓인가?” 하고 계속 물을 틀었고, 그 순간 배수구에서 아주 진한 냄새가 올라왔다.
냄새는 딱 한 단어로 설명이 안 됐다. 시큼한데 비누 냄새도 아니고, 기름 냄새도 아닌데, 하수구 같은 느낌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냄새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공기 중에서 퍼지면서 코를 콕콕 찌르는 스타일이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싶어서 라면 국물은 다 씻었는지 확인하고, 배수구 주변을 휴지로 닦아봤는데… 휴지에 묻은 건 그냥 평범한 물기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검색어가 “배수구 냄새 자취” 같은 거였는데, 글마다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트랩이 건조하면 냄새가 올라온다. 둘째, 뜨거운 물이나 베이킹소다를 써라. 셋째, 그래도 안 되면 배수구 청소를 제대로 해라. 나는 이 세 가지를 다 해보기로 했다. 물론 자취 초보니까 ‘제대로’가 뭔지도 아직 잘 몰랐다.
먼저 뜨거운 물을 부었다. 주방에서 물 끓여서 배수구에 조심조심 붓는 그 과정 자체는 뭔가 해결의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런데 몇 분 지나도 냄새가 계속 올라오는 거다. 그래서 이번엔 베이킹소다랑 식초를 섞어 부어봤다. 거품이 살짝 올라오면서 “아 이거 화학 반응이지!” 하고 안심했는데, 반응이 끝나고 난 뒤에도 여전히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제서야 내가 깨달았다. 내가 지금 하는 건 냄새를 잠깐 속이는 거지, 원인을 없애는 게 아니구나.
결국 나는 배수구 주변을 더 자세히 봤다. 배수구에는 커버 같은 게 있었고, 그 아래쪽에 뭔가 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손으로 만지려고 했는데, 왠지 찝찝해서 라텍스 장갑을 껴봤다. 그리고 뭔가를 빼려고 했는데, 빼는 순간 “아… 여기였구나” 싶은 끈적한 게 손끝에 걸렸다. 그게 정확히 뭔지 말로 하면 너무 끔찍할 것 같아서 생략할게. 어쨌든 그걸 보고 나서야 냄새의 정체가 어느 정도 납득됐다. 배수구가 “그냥 냄새”가 아니라 “저장소”처럼 운영되고 있었던 거다.
청소를 다 하고 나서 물을 틀어봤다. 이번에는 소리가 맑았다. 냄새도 확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나는 승리한 기분으로 폼을 잡으며 방까지 걸어가려다가, 문득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다. 왜냐면 냄새가 완전히 사라졌는지 확인하려면 결국 한 번 더 써봐야 하니까. 그래서 일부러 물을 좀 더 틀고, 설거지 물도 천천히 흘려보냈다. 그때는 정말로 냄새가 안 올라왔다. “살았다” 싶었다. 자취가 처음이라 마음이 약한 탓도 있지만, 그날은 진짜로 안도감이 컸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또 살짝 올라오더라. 나는 “어제 다 했는데 왜?” 하면서 멘붕이 왔다. 알고 보니 트랩 쪽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습관적으로 물을 조금이라도 흘려줘야 한다는 말이 있더라. 나는 자취 초보라서 주말에 한 번 안 설거지하면 배수구가 다시 말라붙는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결론은 이거였다. 배수구 냄새는 한 번 잡는다고 끝나는 악몽이 아니라, 관리가 필요한 생활 루틴이더라.
그 뒤로 나는 작은 규칙을 정했다. 설거지를 안 하는 날도 물 한 컵 정도는 흘려주고, 가능하면 뜨거운 물을 가끔 한 번씩 흘려주고, 배수구 커버 주변은 습관처럼 닦아주기. 처음엔 귀찮아서 “이걸 왜 해야 하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내가 주방을 운영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취는 자유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배수구한테도 프랜차이즈처럼 관리 받는 느낌이랄까. 오늘도 싱크대 물이 내려갈 때 나는 안심하고, 배수구는 조용히 내 삶을 받아주는 중이다.
가끔은 친구가 “자취는 뭐가 제일 힘들어?”라고 물으면, 나는 웃으면서 말한다. “처음엔 배수구 냄새를 이기려고 베이킹소다랑 식초를 전쟁하듯 들이붓는 게 제일 힘들어.” 그리고 다음 말은 덧붙인다. “근데 그거 한 번 겪고 나면, 그날부터는 냄새가 올라오기 전에 내가 먼저 냄새를 잡으려고 움직이게 돼.” 그게 자취 초보가 자취 중급으로 넘어가는 통과의례였던 것 같다. 냄새는 싫지만, 덕분에 내가 생각보다 꼼꼼한 사람이 됐다는 건 좀 웃기고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