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 올린 가격 때문에 연락 끊긴 썰
당근에 올린 가격 때문에 연락 끊긴 썰, 지금 생각해도 웃기면서도 좀 억울하더라.
사건은 내가 동네 당근에 자전거를 올리면서 시작됐어. 새로 사는 건 아니고, 잘 쓰던 걸 정리하려고 “사이즈 맞으면 거의 새것” 느낌으로 올렸지. 상태도 사진으로 찍어 올렸고, 사용 기간이랑 보관도 적어놨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가격!
나는 솔직히 중고 기준을 대충 잡는 편이라, 비슷한 매물 몇 개 보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가격을 정했거든. 너무 싸게 올리면 또 연락은 오는데 이상한 사람들만 오고, 너무 비싸게 올리면 아예 관심이 없을 거 같아서 적당히 눈치 보는 금액으로 해뒀어. 글 맨 아래에 “쿨거래면 네고 조금 가능”이라고도 덧붙였고.
그런데 올라오자마자 메시지가 왔어. “가격이 좀 세네요. 혹시 할인 가능할까요?” 딱 그 정도로 묻는 거면 나도 당연히 응대했지. 그래서 나는 “비슷한 매물에 비해 상태가 좋아서 가격을 이렇게 잡았는데, 빠르게 가져가시면 소폭 조정 가능해요. 대신 시간 약속은 잘 지켜주셔야 해요!”라고 답했어. 완전 싸우는 톤도 아니고, 서로 기대치 맞춰보자는 느낌으로.
그 다음 답장이 문제의 시작이었어. 상대가 “네고가 아니라 가격이 부담돼요. 다른 데는 더 싸던데요. 그럼 얼마까지 가능해요?”라고 하더라. 나도 여기서부터는 ‘흥정’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엔 최저로 낮춰도 몇 만원은 유지해야 할 것 같아요. 대신 집 앞까지 가져가시면 이동 걱정은 덜어드릴게요.” 이렇게 제안했어. 나름 협상 카드 꺼낸 거지.
근데 그 사람이 갑자기 분위기를 뚝 바꾸더라. “그럼 제가 원하는 가격은 이 정도예요. 그래도 괜찮으시면 연락주세요.” 하고 가격표처럼 딱 잘라서 보내는 거야. 보통은 “가능하면” “협의 가능하면” 같은 말이 같이 붙어야 대화가 이어지잖아. 근데 그 메시지는 마치 내가 이미 그 가격에 맞춰줘야 하는 것처럼 딱딱했어. 그래서 나는 “그 가격이면 상태 대비는 어렵고, 제가 판매를 굳이 서두르는 것도 아니라서요. 그래도 마음 정해지면 편하게 다시 연락 주세요.”라고 선을 그었지.
여기서부터 연락이 끊겼다. 정확히 말하면, 끊긴 건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더라. 내가 읽기는 눌렀지만 답은 없고, 그러다 며칠 뒤에 내가 다시 둘러보니 그 사람은 프로필에서 흔적이 사라졌어. 당근에서 채팅방이 사라질 때 특유의 허전함이 있잖아. 그때 느낌이 딱 왔어. ‘아, 내가 너무 정직하게 말했나?’
근데 다음 날 진짜 웃긴 일이 생겼어. 내가 가격을 그대로 둔 채로 사진을 몇 장 더 올렸거든. “변속 상태 확인, 체인 컨디션” 같은 디테일을 추가로 적어놨어. 그러자 다른 사람이 연락이 왔는데, 그 사람은 처음에 아예 “가격 문의”를 하지 않고 “내일 시간 되세요? 보러 갈게요.” 이러는 거야. 오케이, 이게 진짜로 동네 당근의 진리였지. 상태 보고 마음 정하면 말이 통하는 거.
근데 문제의 첫 번째 상대가 갑자기 그때 다시 나타난 거야. “아까는 제가 예산이 없어서요. 혹시 이제 생각 바뀌셨나요?”라는 말이더라. 이미 거래가 거의 마무리 단계였고, 나는 냉정하게 “이미 다른 분과 일정 맞춰서 진행 중이에요. 죄송합니다.”라고 답했지. 그랬더니 마지막으로 “아 그러면 어쩔 수 없죠” 한 줄 보내고 끝. 결론은 간단했어. 당근에서 가격은 단순 숫자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 급함을 평가하는 테스트였던 거지.
지금은 그 썰을 가끔 친구한테 말해. “당근에 올린 가격 때문에 연락 끊기면, 그건 내 잘못일 수도 있고 상대가 내 물건을 ‘구매’하려는 게 아니라 ‘가격 놀이’를 하려던 걸 수도 있어.” 결국 자전거는 잘 팔렸고, 나는 가격을 더 내리기 전에 디테일을 보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 그리고 가끔 생각해. 내가 너무 비싸게 적었나? 싶은 날에도 결국 누군가는 “내일 시간 되세요?”라고 오더라. 연락 끊긴 그 사람도 어딘가에서 다른 매물에 또 비슷한 말 하다가 웃으며 살고 있을 거야…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