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손님이 내리고 난 뒤 발견된 낡은 필름 카메라
택시 손님이 내리고 난 뒤 발견된 낡은 필름 카메라 이야기는 지금도 가끔씩 머릿속에서 멤돌곤 한다. 그날, 늦은 밤이었는데 한 남자가 택시에 올랐다. 평소와 다름없이 목적지를 물었고, 그는 무언가를 계속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는 갑자기 내리면서 뒷좌석에 무언가를 두고 내렸다. 바쁘게 출발하려던 나는 거기서 느닷없이 낡은 필름 카메라 하나가 떨어진 걸 발견했다. 겉보기엔 오래되고 먼지가 가득했으며, 정확한 모델명도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짙었다.
택시 손님이 남긴 물건이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했지만, 우선 차에 두기로 했다. 다음 날 출근 전에 카메라를 살펴보려 했지만, 필름이 들어있는 게 느껴져 괜히 마음이 찝찝했다. 요즘 누가 필름 카메라를 쓰나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결국 필름을 현상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에서 가까운 곳을 찾았고, 필름을 맡긴 뒤 며칠간 기다렸다. 결과물을 받아 든 순간, 마음 한구석이 얼어붙었다. 사진들은 전부 밤늦은 거리 모습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한 사진씩 점점 누군가를 따라가는 듯한 구도가 계속됐다.
특히 마지막 몇 장은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고 어두운 골목만 비춰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장은 분명 골목 끝에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사람이 찍힌 방향과 맞은편에 내 택시가 서 있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사진 속 인물은 남자가 택시에서 내릴 때 입었던 옷과 똑같았다.
그러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필름에 끼어 있던 날짜와 시간이 모두 실제 그날 밤보다 한 시간씩 뒤로 가 있었다. 즉, 그 사진들은 실제 상황보다 미래에 찍힌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더 알아보기 위해 택시 손님을 찾으려 했지만,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택시 회사 기록에는 그 시간대 손님 탑승 기록이 없었고, 그 근처 CCTV에도 그 남자가 찍히지 않았다. 마치 내가 환각을 본 것 같기도 했지만, 낡은 필름 카메라 사진들은 분명 실재했다.
그 후로도 가끔 밤에 택시를 탈 때마다 그 낡은 필름 카메라의 무게감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말한다. “낡은 카메라가 찍은 사진 속에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그 말을 믿게 된 건 아마 그날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결국 그 카메라를 어떻게 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차 안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는데, 가끔 저녁만 되면 어딘가에서 셔터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아 몸이 움츠러들곤 한다. 혹시 그 사진 속 인물이 다시 택시를 탈까 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