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세워둔 자리 찾다가 동네를 한 바퀴
차 세워둔 자리 찾다가 동네를 한 바퀴 했다. 말 그대로 “내 차 어디 갔지?”를 외치다가, 어느새 동네 한 바퀴 완주하고 집에 들어온 그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원래도 길치라기보단, 주차를 해놓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타입인데 그게 오늘따라 유난히 배신을 하더라.
일단 상황은 이랬다. 퇴근하고 나서 마트 들르려고 차에 가는데, 주차장 입구에서 본 표정이 이미 이상했다. 왜냐면 평소엔 출구 쪽으로 걸어가도 “아 거기” 하고 바로 찾는데, 오늘은 눈에 들어오는 게 전부 낯설게 느껴지는 거다. 같은 색, 같은 모양, 같은 번호판… 그런데도 내 차만 안 보이니까 머리가 하얘졌다.
처음엔 단순했다. “어? 내가 여기 세웠나?” 하고 한 번 더 주변을 훑었다. 그런데 훑을수록 확신이 사라졌다. 내가 분명 2층 쪽으로 내려오면서 비슷한 표지판을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갔던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손은 핸드폰으로, 머리는 위치 확인으로 갔다. 주차 위치 공유 앱을 켜서 “오늘 오후 6시, 주차됨”을 보는데… 화면에 찍힌 점이 내가 서 있는 곳이랑 꽤 멀었다.
그래서 바로 결론을 내렸다. “아 내가 방금 찍은 자리랑 착각했구나.” 그럼 뭐다, 다시 가면 되지. 나는 지도에서 표시된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진짜 이상한 게, 길을 따라가는데 자꾸만 ‘내가 본 것 같은 풍경’만 등장하는 거다. 가게 간판도 비슷하고, 가로등 색도 비슷하고, 바닥에 칠해진 주차선도 다 비슷해서, 걷는 건 걷는데 점점 멍해졌다.
한 번은 내가 분명히 골목을 지나온 것 같은데, 지나온 골목 앞에 또 비슷한 골목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또 “여기인가?” 싶어서 돌아서 확인하고, 또 “아닌가?” 하고 다시 방향을 틀었다. 그때부터는 그냥 찾기 게임이었다. 지도는 친절하게 계속 길을 안내하는데, 내가 눈으로 확인하는 현실은 자꾸 다른 곳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신뢰가 무너진 건 지도 때문이 아니라… 내 기억 때문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주차장만 찾던 게 어느새 동네 산책이 됐다. 어느 구간부터는 아예 주차장 표지판이 안 보이고, 대신 동네 상가와 아파트 단지가 번갈아 나왔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 싶을 즈음, 길가에 있는 카페에 사람들 앉아 있는 걸 보면서 갑자기 깨달았다. 아, 내가 지금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중이구나. 설마했는데… 진짜였다.
그때부터는 실전이었다. “차까지 남은 거리” 같은 표현은 앱이 해주지만, 실제로는 신발만 갈리고 있었다. 나는 골목마다 잠깐씩 세워진 차들을 보면서 내 차를 찾으려 했는데, 내 차는 그냥 조용히 거기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내가 그 ‘거기’를 계속 놓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실해졌다. 사람은 길을 잃을 때마다 자신이 길을 외우는 천재라고 착각한다는 거다.
결국 마지막에야 발견했다. 지도 점이 찍힌 위치에 가서 보니까, 내 차가 딱… 보이는 게 아니라 “보이는데도 못 보는” 상태였다. 옆에 세워진 차 색이 내 차랑 비슷해서, 처음엔 분명히 다른 차라고 판단했던 거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 가보니, 번호판이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게 정리됐다. 나는 안도하면서도 약간 화가 났다. 아니, 내가 이걸 왜 세 번이나 틀렸지? 기억은 왜 이렇게 얄미울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날 내가 잃어버린 건 차가 아니라 시간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새로 생긴 빵집도 보고, 평소에 안 보던 골목 냄새도 맡고, 무엇보다… 내 길치 콤플렉스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거다. 다음부터는 그냥 “앱 믿고 바로 가기”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주차를 확인해야겠다 싶었거든. 차 찾다 동네 한 바퀴 한 날, 결론은 단순했다. 그래도 걸은 만큼 살은 안 쪘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더라, 진짜로.